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의원은 근거로 참여정부 당시 국정홍보처가 발송한  ‘국정브리핑 언론보도종합 부처 의견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세웠습니다.

정진석 의원은 이 공문을 들이대며 “맨 앞이 국정원이다. 국정원도 댓글을 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주장은 진실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① 언론 보도 해명과 정치 공작

참여정부의 댓글과 MB정부의 국정원 댓글은 목적부터 다릅니다. 참여정부의 댓글은 잘못된 보도와 오보를 해명하기 위한 의견으로 합법적이었습니다.

‘국정브리핑 언론보도종합 부처 의견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은 '국정홍보처가' 각 정부 부처에 발송한 문서입니다. 수신자를 보면 '국가정보원 (총무과장),'법제처장 (정책홍보담담관)',' 정보통신부장관(홍보담당관)' 등 부처 내 홍보 담당자에게 공식적으로 보낸 공문입니다.

MB 국정원 댓글은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사항,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비밀 문건 등으로 철저히 음성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들의 주목적은 '여론 조작', '정치인 비방', '선거 개입'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하면 안 되는 국정원 법을 위반한 불법적인 '정치공작'이었습니다.

② 실명과 비실명

참여정부와 MB정부 댓글의 가장 큰 차이는 '실명'과 '비실명'입니다.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민간댓글 알바팀은 철저히 비실명으로 '좌익효수'와 같은 아이디를 수십 개 만들어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에 반해 참여정부는 정부 부처의 이름과 담당자를 정확히 공개했습니다. 누가 글을 썼는지 밝혔다는 사실은 정치 공작이 아닌 정부 부처의 공식 홍보 업무였다는 의미입니다.

③ 오보 이의제기 vs 정치인 비방, 선거 개입

댓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MB 국정원 댓글은 참여정부의 댓글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불법과 거짓, 찬양으로 도배돼 있습니다.

참여정부: [국정홍보처] 이 기사는 ".........." 사실과 달라 언론사에 정정 (또는 반론)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국정홍보처 분석 1팀장 이계현)
[청와대] 한겨레신문의 '조세부담률 올려 양극화 해소' 제목의 기사는 사실과 다릅니다. 오전 대변인 브리핑에서 반박할 예정입니다. 대통령 신년회견에는 세금 인상을 비롯해 조세개혁에 관한 내용이 없습니다.

MB정부: “문재인 부친이 북괴인민군 장교 출신??”, "북한이 먼저다 문재인은 종북캠프", "야이 씹쌔 빨갱이 색기덜 니네 다 뒈졌어"
"이명박 대통령이 48번째 해외순방이라는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 정말 대단한 거 같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 칭찬해야 하지 않을까?"

④ 정상적인 공무원 급여 vs 댓글 부대 알바비

참여정부 시절 정부 부처 홍보 담당자가 뉴스에 오보 이의 제기 댓글을 달았다고 별도의 급여가 지급되지는 않았습니다. 일상적인 업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MB 국정원 댓글은 알바비가 지급됐습니다.

▲ 이철희 의원이 27일 공개한 'C-심리전 전략 대응활동 시행계획' 문건 내용 ⓒ 이철희 의원실
▲ 이철희 의원이 27일 공개한 'C-심리전 전략 대응활동 시행계획' 문건 내용 ⓒ 이철희 의원실


국정원이 국군사이버사령부530 심리전단(댓글부대) 요원들에게 지급한 활동비 내역을 보면 댓글 작업에 따라 구체적인 액수가 명시돼 있습니다.

댓글부대는 한 달에 댓글 96개를 달면 월 6만원, 트위터 132개를 작성하면 월 9만원을 지급받았습니다. 특히 일과 후 전체 직급 평균 시급은 7,930원으로 책정돼 있었습니다.

국정원은 대규모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하면서 한 달 인건비만 무려 2억5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⑤ 언론중재위원회 vs 수사 은폐 및 외압

참여정부 시절 정부 부처는 언론의 오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조중동 등을 비롯한 언론의 집요한 허위 비방과 공격 때문이었습니다.

정부 부처는 언론의 오보에 댓글로 '사실과 다르다'는 댓글을 달았고, 담당 기자와 언론사에는 '해명자료'를 메일로 배포했습니다. 그래도 오보가 정정되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조정을 요구했습니다. 지금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언론 대응 방식이었습니다.

▲18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표된 국정원 댓글 수사 중간 결과는 국정원과 새누리당, 경찰과의 긴밀한 통화 속에 이루어졌다.
▲18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표된 국정원 댓글 수사 중간 결과는 국정원과 새누리당, 경찰과의 긴밀한 통화 속에 이루어졌다.


18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12월 16일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가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이미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중심으로 권영세 당시 종합상황실장과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당시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외압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검찰 수사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외압으로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증거들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MB 정부의 국정원 댓글 수사는 법적으로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습니다.

▲참여정부 '국정홍보처'가 밝힌 '부처의견 달기' 표준안. 실명으로 정확히 사실과 다른 점을 의견으로 달고, 메일로 근거를 발송하도록 되어 있다.
▲참여정부 '국정홍보처'가 밝힌 '부처의견 달기' 표준안. 실명으로 정확히 사실과 다른 점을 의견으로 달고, 메일로 근거를 발송하도록 되어 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댓글은 '언론에 대한 해명'으로 봐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 오보에 대한 해명과 정정 요구는 정부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MB 정부의 국정원 댓글은 명백한 법을 위반한 불법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정 의원의 주장에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트위터에 "공무원이 실명으로 설명하는 것과, 돈 받은 양아치가 익명으로 거짓말 퍼뜨리는 게 똑같다는 거군요.정부가 세금 걷는 거나 양아치가 삥 뜯는 거나 똑같다고 생각하는 게, 양아치의 속성입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참여정부의 합법적인 의견 달기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MB 정부의 불법적인 국정원 댓글을 옹호하기 위한 '거짓말'입니다. 정 의원의 발언은 MB 정부 정무수석 시절 자행됐던 정치 공작의 '공범자'라고 스스로 실토하는 '자백'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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