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이동한 듯 ‘로드뷰’에 두 번이나 찍힌 요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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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로드뷰에 찍힌 요돌군, 동일 시간으로 보이는데 마치 순간 이동한 듯 두 번이나 촬영됐다. ⓒ다음로드뷰 캡처

며칠 전에 요돌군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카카오맵 앱을 설치했습니다. 설치한 후 지도 기능을 살펴보던 요돌군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아빠! 나 로드뷰에 나왔어”

무슨 소리인 줄 몰라 갸우뚱하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니, 진짜 요돌군이 로드뷰에 찍혀 있었습니다. 한 장은 집 앞 농로에서 또 한 장은 사는 빌라 벤치에서 촬영됐습니다.

촬영 시기를 보니 작년 3월이었습니다. 아들이 같은 시간에 비슷한 장소에서 로드뷰로 두 번이나 찍혔다니 참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올해에 비하면 당시에는 어린이 같습니다. 그러나 올해 요돌군을 보면 감히 초등학생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빠 키를 뛰어넘은 6학년 요돌군, 사춘기가 왔나 봅니다’

▲키가 훌쩍 커버린 요돌군은 이제 아빠와 맞먹는 남자가 되고 있다. 요돌군이 입는 옷의 대부분은 아빠와 작은 아버지가 입던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요돌군의 키는 대략 177센티미터 됩니다. 178이라고 우기고 있는 아빠를 뛰어넘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키만 큰 어린이였다면, 지금은 그냥 중학생, 심하면 고등학생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덩치만 커졌으면 좋았겠지만, 사춘기도 함께 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 자기 방에서 나오질 않습니다. 다행히 여름이라 문은 열고 있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면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방에만 있습니다.

예전에는 마트나 식당, 아빠 취재 현장에도 종종 따라다녔던 요돌군, 이제는 가족과 외출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친구하고는 매일 나갑니다.)

매년 여름이면 가족이 함께 바닷가를 갔지만, 올해는 요돌군이 가지 않으려고 하니 자주 갈 수가 없습니다. 혹여 바닷가를 갔더라도 혼자서 나름의 고독(?)을 즐기느라 에순양과 놀아주지도 않습니다.

엄마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요돌군을 올려서 봐야 합니다. 엄마가 잔소릴 해도 능청스럽게 받아칩니다. 어릴 때부터 아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은 ‘인권을 존중해달라’며 거부하기도 합니다. 인권이나 자유를 자기 편할 대로 적용하는 셈입니다.

‘양푼에 밥 비벼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다는 요돌군’ 

▲요돌군은 고기와 밥을 에순양은 냉면과 회를 가장 좋아한다.

또래 아이보다 요돌군과 에순양은 잘 먹습니다. 육지에 나가면 ‘왜 요새 아이들 먹방 사진 안 올리느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입니다. (아이들 먹방 사진이 많은 것은, 그때 표정이 제일 행복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먹어도 너무 잘 먹습니다. 요돌군은 평소 밥의 양이 식당 공깃밥 2개 정도입니다. 커다란 양푼에 밥을 비벼 먹고, 라면 두 개에 밥을 기본으로 말아 먹습니다. 아빠보다 더 많이 먹고는 5분만 지나면 배고프다며 냉장고나 주방을 뒤집니다.

매일 고기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지 ‘아빠, 우리 내일은 고기 좀 먹자’라는 소릴 입에 달고 삽니다.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고기를 먹지만, 요돌군은 어제 먹은 고기는 횟수에 포함하지 않는 희한한 계산을 합니다.

다행히 먹는 양은 많아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농구를 하거나 야구를 하는 일이 많아 몸무게는 적당합니다. 요새는 나름 식스팩을 보여주면서 ‘이제 아빠도 운동 해’라며 아빠 배를 가리킵니다.

‘무섭게 커가는 요돌군과 에순양, 어떤 사람이 될까나’

▲2011년 6살 요돌군과 1살 에순양 (좌) 2017년 초등학교 1학년 에순양과 6학년 요돌군

제주에 온 지 7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왔을 때 아이들 사진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정말 무서울 정도로 커가고 있습니다.

아빠가 씻겨주지 않으면 목욕조차 하지 않던 요돌군과 에순양은 이제 아빠가 목욕하고 나오는 모습조차 보지 못하게 합니다. 페북에 아이들 사진을 올리고 싶어도 사진 촬영을 거부합니다.

뽀뽀해달라고 애걸복걸해도 선물 정도는 안겨줘야 마지못해 해줍니다. 아빠 엄마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고, 밖에서 놀면 집에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아빠는 참 서운합니다. 아빠의 머릿속에는 어릴 적 잔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요돌군과 에순양은 훌쩍 커버렸기 때문입니다.

요새는 요돌군과 에순양이 어떻게 커나갈지 가늠조차 하지 못하겠습니다. 뚜렷하게 공부를 잘하거나 특별한 재능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강요하기는 싫습니다. 그저 지금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생각뿐입니다.

▲2017년 7월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신 분들 명단. 후원계좌와 오마이뉴스 좋은 기사 후원 포함

아이엠피터 후원자 중에는 에순양이 태어날 때부터 함께 하셨던 분들이 많습니다. 후원자와 아이엠피터, 요돌군과 에순양의 시간이 같이 흘러갑니다.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요돌군과 에순양 선물을 해주라며 후원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더울 때는 아이스크림을 사주라는 삼촌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올리는 ‘후원이야기’에는 앞으로 요돌군의 군입대나 에순양의 교복 사진도 올라올 것입니다. 어쩌면 이때는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요돌군의 꿈은 며칠에 한 번씩 변합니다. 군인도 됐다가 경찰도 됩니다. 농구를 할 때면 농구 선수, 야구가 재밌으면 타자나 투수를 꿈꿉니다.

에순양은 장래 희망이 ‘엄마’에서 ‘화가’로 바뀌었습니다. 아마 아빠처럼 나이 마흔에 자신의 꿈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아빠, 엄마는 물론이고,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요돌군과 에순양이 어떤 사람으로 커나갈지 궁금합니다.

▲에순양이 학교에서 ‘가족’을 주제로 만든 작품(?) 에순양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회’라고 적어놨다.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방향이나 아빠의 마음이나 비슷해 보입니다. 힘든 경쟁 사회에서 낙오하고 상처받기보다는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 만족하는 것입니다.

요돌군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중학교부터 학원에 다니기보다, 지금처럼 잘 먹고 신나게 운동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원합니다.

에순양이 다른 아이처럼 미술을 잘하거나 글씨를 잘 쓰지 못해도, 지금처럼 회를 좋아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순수했으면 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지금은 고통스러워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행복하지 못하는데 미래에는 행복하다고 그 누구도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아이엠피터 가족이나 후원하시는 분들의 가족이나 모두가 지금의 행복을 즐기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후원이야기’를 올리면서 얼마나 행복한지 느낍니다.

숨이 막히도록 뜨거운 2017년 7월이지만, 여러분들과 함께라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