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김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에게 머그컵 사용이 퍼포먼스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7월 3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김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에게 머그컵 사용이 퍼포먼스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머그컵'이 위험한 물건으로 분류돼 사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7월 3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오전에는 머그컵을 오후에는 종이컵을 사용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머그컵을 사용해서 물을 드시는 모습이 포털에도 사진으로 올라왔다. 오후에는 종이컵을 다시 사용하는데, 오전에는 의도한 퍼포먼스인 건지. 좀 의아해 가지고."라며 환경부장관다운 모습을 내세우려고, 일부러 머그컵을 사용했느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저희도 참 많이 곤혹스러웠는데요. 규정상 머그컵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머그컵이 위험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오후에는 종이컵을 다시 쓰게 됐습니다."라며 규정상 쓰지 못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국회법 제148조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 안에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또는 음식물을 반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김 후보자는 "위원님들께서 이 제도는 조금 바꿔 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며 국회법 148조의 제도 개선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정우택 유리컵 폭행 때문에 머그컵을 사용하지 못했다?'

▲1996년 정우택 의원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로 말싸움을 하다가 방용석 의원의 머리를 유리컵으로 세 차례나 찍었다. ⓒ세계일보 캡처
▲1996년 정우택 의원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로 말싸움을 하다가 방용석 의원의 머리를 유리컵으로 세 차례나 찍었다. ⓒ세계일보 캡처


국회에서 머그컵을 위험한 물건으로 분류해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우택 의원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996년 당시 자민련 소속이었던 정우택 의원은 환경노동위 국정감사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국민회의 방용석 의원과 말싸움을 했습니다. 방 의원이 "왜 반말하느냐"고 하자 정우택 의원은 "내가 언제 반말했느냐'라며 방 의원의 머리를 유리컵으로 세 차례 찍었습니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 때문에 '유리컵'이 위험해서 국회에서 사용이 금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국회법 개정이 정 의원 사건 발생 후 9년 후에 벌어졌다며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나경원, 가슴에 단 배지도 국회법 위반이다.'

법 개정은 사실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사건 하나로 바뀔 수도 있고, 오랜 시간 유사한 사건이 벌어져서 개정될 수도 있습니다. 본질은 국회법 148조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느냐입니다.

▲2008년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가슴에 단 낙하산 배지가 국회법 148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2008년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가슴에 단 낙하산 배지가 국회법 148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2008년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언론 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배지를 달았습니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낙하산 배지'를 뗄 것을 요구했습니다.

나경원 한나라당 간사는 "가슴에 단 배지는 분명히 국회법 148조에 해당하는 회의 진행 방해 물건이다. 배지를 떼지 않으면 같이 회의할 수 없다"라며 국회법 148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7년 머그컵은 위험 물건으로 분류됐고, 2008년 낙하산 배지는 회의 진행 방해 물건이었던 셈입니다. 물건 자체가 위험하거나 회의를 방해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이 스스로 규정했을 뿐입니다.

'국회법 148조, 음란물과 게임 등의 휴대 전화 금지가 포함됐으면'

▲국회법 148조 개정 전 후 (상단) 국회에서 게임을 하거나 음란물을 시청하는 국회의원들 (하단)
▲국회법 148조 개정 전 후 (상단) 국회에서 게임을 하거나 음란물을 시청하는 국회의원들 (하단)


논란이 되는 현행 국회법 148조는 2005년에 개정됐습니다. 개정되기 전 국회법 148조에는 '국회 본회의 또는 위원회 회의장에서 음식이나 끽연, 신문,잡지 기타 간행물을 읽을 수 없고, 휴대 전화기와 노트북을 사용해서 안 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개정된 국회법 148조는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또는 음식물 반입 금지'만을 규정해 해석 등의 차이로 충돌을 빚고 있습니다.

국회법 148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차이가 있겠지만, 아이엠피터는 '휴대전화 금지' 조항만큼은 부활시켰으면 합니다.

무조건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아니라, '음란물과 게임' 등 누가 봐도 국회 본회의나 위원회 회의에서 해서는 안 될 행위에 한정해서입니다.

국회는 '대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곳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 멋대로 법을 해석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세비를 받으면서 회의 시간에 음란물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는 행위는 더 큰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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