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보고 내용을 질책했습니다. 질책은 꾸짖거나 나무라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혼을 냈다고 봐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다섯 차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는데 보고 내용을 질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유는 AI(조류인플루엔자) 때문입니다.

6월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방역대책 추진 상황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AI(조류인플루엔자) 대책이 의례적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한 후 “바이러스 변종이 토착화 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기존의 관성적인 문제해결 방식에서 벗어나 근원적 해결방식을 수립하라” 고 지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더니 대책이라고 내놓은 내용들이 기존과 별다를게 없으니 다시 대책을 세우라는 뜻입니다.

'살처분 이외에는 아직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조류독감'

▲지난 2014년 전북 정읍시의 한 오리농장에서 공무원들이 조류독감 확산 방지를 위한 오리 살처분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이날 처분된 오리는 2만5천여마리였다 ⓒ매일노동뉴스 윤성희 기자
▲지난 2014년 전북 정읍시의 한 오리농장에서 공무원들이 조류독감 확산 방지를 위한 오리 살처분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이날 처분된 오리는 2만5천여마리였다 ⓒ매일노동뉴스 윤성희 기자


2003년 12월 충북에서 처음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됐습니다. 거의 매년 같은 패턴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은 '살처분'이 유일합니다.

AI가 발생하면 해당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3km까지 위험 지역으로 규정합니다. 이후 가금류 이동을 금지하거나 방역 조치를 합니다. 그러나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중점적으로 하는 대책은 감염농가 반경 500m 이내 가금류를 모두 의무적으로 살처분 후 땅에 묻는 방식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독 AI(조류인플루엔자) 대책을 보고 받고 혼낸 이유는 '살처분' 이외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한계를 질타한 셈입니다.

'2006년에 비해 10배가 넘는 살처분이 이루어진 2016년'

▲2011년 이후 조류독감 살처분 및 보상금 지급현황 자료출처: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포커스뉴스 이희정 기자
▲2011년 이후 조류독감 살처분 및 보상금 지급현황 자료출처: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포커스뉴스 이희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살처분 이외에 대책이 없다고 무조건 혼을 낸 것은 아닙니다. 조류독감의 전파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살처분되는 가금류와 피해 보상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2006년 11월부터 2007년 3월까지 AI가 104일 동안 진행되면서 280만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2016년 발생한 AI로 인해 3000만 마리가 넘게 살처분이 되는데, 불과 50일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AI확산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수천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되고 있습니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취임 후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천천히 합시다'라고 말할 사건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입니다.

'조류독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AI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살처분 숫자 [카드뉴스] 사상 최악의 AI, 한국과 일본 정부의 대응 ⓒ뉴스타파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AI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살처분 숫자 [카드뉴스] 사상 최악의 AI, 한국과 일본 정부의 대응 ⓒ뉴스타파
지난해부터 발생한 AI는 두 가지 혈청형(H5N6, H5N8)이 동시에 발견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바이러스 변종' 등이 의심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국내에서 발견한 AI 바이러스가 야생조류 때문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2016년 11월 16일부터 12월 16일까지 한국이 1600만 마리를 살처분 하는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56만 마리를 살처분했습니다. 같은 병원체에 의한 감염병인데 한국이 압도적으로 살처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 대책이나 방역 등이 부실했다고 봐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무총리를 컨트롤타워로 하여 완전 종료 시까지 비상 체제를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해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아직도 부족하다며 질책한 것입니다.

대통령이라면 위기 상황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을 질책한 것은 재난상황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이 고통 받는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매년 발생하는 조류독감을 근절하거나 초기에 막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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