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끝나고 이렇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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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나고 3주가 지났습니다. 느낌으로는 몇 달이 지난 것 같은데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네요. 오래전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아마 문재인 대통령이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대선 기간에는 육지에서 ‘대선 아바타’를 진행하면서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아쉬운 점은 현장을 더 많이 다니지 못한 부분입니다. 아마 내년 지방선거 때는 ‘지선아바타’로 ‘총선아바타’처럼 전국을 다닐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대선이 끝나고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아빠~ 나도 투표했어’

정치블로거로 활동하는 아빠의 영향인지 초등학교 6학년 요셉군은 굉장히 정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대선 TV토론이나 유세 현장 영상을 유튜브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육지에 올라왔을 때는 팩트TV 스튜디오에 와서 생방송을 직접 모니터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5년 뒤에도 나이 때문에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없어서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뭐 개헌이 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하는 ‘가상 투표’에 참여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요셉군

대선이 끝난 며칠 뒤 요셉군이 ‘아빠 ~ 나도 투표할 수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학교에서 ‘가상 도지사’ 선거를 하는데 요셉군도 당당하게(?)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송당초등학교 투표날, 아빠가 투표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했던 요셉군도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갔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정당에 기표까지는 잘했는데, 투표용지를 반으로 접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그토록 하고 싶었던 손 등에 기표 도장을 찍는 인증도 하지 못했습니다. ‘가상 투표’지만 긴장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송당초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정당들이 내건 공약들

요셉군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했던 투표는 ‘가상 도지사 투표’입니다. 그러나 인물이 아니라 학생들이 만든 정당에 투표했습니다.

‘행복당’,’리만당’,’나무당’,’개혁당’과 같은 정당 이름을 보면 ‘자유한국당’과 같은 구시대 정당 이름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각 정당이 내건 공약 중에 빠지지 않던 것이 ‘과속 방지턱’입니다. 초등학교 주변에 차량이 급증하면서 모두가 공감하는 공약이 됐습니다. 이런 공약은 가상 정당이 아니라 진짜 제주도에서 해야 할 정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말하는 ‘솔직하게 말하고 믿음을 주는 도지사’라는 슬로건이 투표 내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꼭 새겨들을 말 같았습니다.

‘치마를 입기 싫어하는 이유가 닭싸움 때문이라니’

▲엄마가 치마를 입히자 치마 입기 싫다고 울음을 터트린 에순양, 현재는 일주에 3번은 바지, 2번은 치마를 입기로 합의를 한 상황이다.

초등학교 1학년 에순양은 아침마다 엄마하고 실랑이를 벌입니다. 엄마는 치마를 입히려고 하고 에순양은 무조건 바지만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옷을 물려받은 에순양은 유독 치마와 원피스 종류가 많습니다. 아마 옷을 물려주는 지인들 입장에서는 고가의 치마나 원피스 등 고급스럽고 깨끗한 옷만 줘야 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에순양에게 ‘왜 치마가 싫으냐고’ 물어봤더니 ‘치마를 입으면 닭싸움에서 지기 때문이야’라고 말합니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남자아이라 함께 놀이하다 보면 치마가 불편했나 봅니다. 뭐 그래도 ‘닭싸움 때문이라니…

점점 커가면서 에순양은 아빠, 엄마가 원하는 예쁜 여자아이의 모습은 되지 않습니다. 아빠의 바람은 과거처럼 여자는 얌전하고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낡고 사라져야 할 생각이었나 봅니다. 아이들을 통해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느끼고 배우고 살아갑니다.

‘일시 후원이 늘어난 만큼 글의 무게감을 느낀다’

▲2017년 5월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신 분들 명단. 후원계좌와 페이팔 포함.

5월은 대선 기간이었고, 몇 편의 글 때문에 일시 후원이 늘어났습니다. 정기 후원하시는 분들과 다르게 글 하나로 후원자 몇 분이 증가하시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번 글은 잘 읽고 후원하셨는데, 다음 글에 실망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도 엄습합니다.

주위에 이런 걱정을 얘기했더니 ‘200명도 아니고 20명이 잠깐 후원했다고 뭘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느냐’는 타박도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그럴 수도 있지만, 정기 후원 100명을 채우기 위해 무려 7년이 넘게 걸린 아이엠피터 입장에서는 아직도 걱정입니다.

글을 발행하고 늘 반문합니다. ‘너는 글에 최선을 다했느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썼느냐’라는 물음에는 항상 ‘아니오’라는 대답만 나옵니다. 아마도 이런 ‘자아비판’은 글을 쓰는 동안은 평생 저를 따라다니겠지요. 그러나 글의 무게감을 잃거나 두려움이 없다면 저의 글은 찌라시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에순양이 자기보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모습. 각자 걸음이 불안하지만 혼자 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며 즐거워 보인다.

후원하시는 분들 한 분 한 분이 보내준 정성이 나를 짓누르는 압박이 아니라, 혼자 글을 쓰는 아이엠피터를 지탱하고 함께 하는 동반자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대 자본이나 탄탄한 조직이 없어도 1인 미디어로 활동하는 힘의 원천이 바로 후원자라고 생각합니다. 걷기는 하지만 불안한 발걸음 때문에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니 가끔은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손을 꽉 쥐고 앞에서 끌어주면서 같이 가자는 눈빛을 보면 다시 걸을 힘이 생깁니다.

한 달에 한 번 아이엠피터를 후원하시는 분들에게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합니다.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흐트러진 마음에 대한 경고와 글의 무게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2017년 5월 모두가 고생하셨고 고맙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니기에 또 힘찬 발걸음을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