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자신에게 쏟아진 '문자폭탄'을 가리켜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5월 29일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이언주 의원은 "주말 내내 한 1만 통쯤 받은 것 같다"라며 "언어폭력이나 협박, 비아냥도 수반된다. 이건 표현의 자유를 넘어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문자폭탄에 대해 묵과하지 않고 당 차원의 단호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당은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문자폭탄'과 관련, 고소·고발을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과도한 욕설이나 비방, 협박 등의 일부 문자는 자제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보내는 문자를 가리켜 '민주주의 유린'이라는 표현을 하거나 '고소,고발'을 운운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자폭탄을 둘러싼 논란에서 과연 이언주 의원도 떳떳할 수 있는지, 과거 그녀가 국민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선거운동 문자를 보낸 이언주 의원'



2016년 3월 23일 이언주 의원은 선거구민에게 다수의 문자를 발송합니다. 이 의원은 문자에서 'D-20입니다'라며 20대 총선을 겨냥한 예비후보자 등록을 알립니다. 이 문자에는 이언주 의원이 후보 등록을 하는 사진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이언주 의원이 보낸 선거 문자는 불법입니다. 중앙선관위가 밝힌 선거운동방법에는 '선거일이 아닐 때에도 문자를 전송할 수 있지만, 문자 외의 음성·화상·동영상 등은 제외'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문자를 보냅니다. 문자가 어느 정도 선거와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치인의 선거 문자를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스팸문자로 봐야 합니다.

'수신거부'를 하거나 '왜 이런 문자를 보냈느냐'라고 항의하고 싶어도 절차가 쉽지 않습니다. 대행업체에서 관리하거나 의원 사무실 직원과 통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정치인의 문자를 받기 싫은데 억지로 받아야 하고, 정치인은 국민의 문자를 받기 싫다며 고소,고발하는 모습은 불합리해 보입니다.

'메르스 허위문자를 보낸 이언주 의원'



메르스로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던 2015년 6월, 이언주 의원은 광명 지역 주민들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일부 학교에 휴교령이 내렸고, 광명성애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를 격리조치 중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언주 의원이 보낸 이 문자는 '허위문자'였습니다. 우선 광명시 일부 학교에 내린 것은 '휴교령'이 아닌 '휴업령'이었습니다. 휴교령은 교육부가 지시하는 것으로 교직원과 학생이 모든 등교하지 않으며 학교가 완전히 문을 닫는 것을 말합니다. 휴교령이 내리면 수업일수가 부족해도 방학일수에서 충당하지 않습니다.

휴업령은 교장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교직원은 출근하지만 학생은 등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수업일수는 방학일수에서 충당해야 합니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공식적으로 수업일수가 보장에 차이가 있는 '휴교'와 '휴업'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휴업'이 아닌 '휴교'를 정부 당국에 요구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언주 의원은 자신이 보낸 문자를 정정하면서 '광명성애병원에는 메르스 질병과 관련한 방문자가 일절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메르스 의심환자는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격리 중이었습니다.

이언주 의원이 보낸 문자 때문에 당시 광명시청과 광명보건소, 학교에는 문의전화가 쇄도했습니다. 일반인도 아닌 지역구 의원이 제대로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무책임한 문자를 보내 지역주민을 혼란에 빠뜨리게 한 셈입니다.

그러나 이언주 의원은 도리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태가 이렇게 확대된 데는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의 안이함과 무능이 한몫했다"고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문자를 허위로 보내 혼란을 유발한 이언주 의원이 할 말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탄핵 인용을 자신의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이용했던 이언주 의원'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탄핵 인용이 결정됩니다. 그러자 이언주 의원은 곧바로 다수의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이언주 의원은 '어젯밤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라며 '개헌'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씨에 대한 탄핵을 인용한 배경에는 수천만 명의 국민이 든 '촛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언주 의원의 문자를 보면 숟가락을 얹는 얄팍한 정치인의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특히 탄핵이 인용되자마자 '개헌'을 얘기하는 자체가 오로지 자신의 정치 권력을 위한 모습으로만 비쳤습니다.

이언주 의원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정치인'으로 자신의 공적을 내세우는 문자가 아니라, 차가운 날씨에서도 거리에서 '박근혜 탄핵'을 외쳤던 국민에게 박수를 보내는 문자를 보냈어야 합니다.

'문자는 정치적 의사를 밝히고 여론을 형성하는 방식'

이언주 의원은 문자폭탄을 무조건 나쁜 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문자를 보내는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예전에는 '항의전화'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1999년 '옷로비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TV를 보던 시민들은 증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의원들이 제대로 질문을 못하자 수백 통의 '항의전화'를 했습니다. 국회와 언론사마다 항의전화가 종일 빗발쳐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나우누리, 천리안 같은 PC통신 시대였습니다. PC통신 게시판마다 특정의원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글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청문회뿐만 아니라 주가가 하락할 때도 시민들은 항의전화를 했습니다. 1998년 증시가 폭락하자 국민들은 '국민회의'에 항의전화를 했습니다. '증시가 붕괴 직전에 있는데 여당이 도대체 뭐 하고 있느냐'라며 화를 내거나 '증시부양책을 내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라는 전화가 오기도 했습니다.

국민들만 '항의전화'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1992년 민자당은 의원들에게 상임위 배정을 했습니다. 당시 외무,통일위를 지망했다 행정위로 밀려난 이세기 의원 등 상당수 의원들이 민자당에 '항의전화'를 걸었습니다. 정치인이나 국민이나 '항의전화'를 통해 자신의 뜻을 밝히는 모습은 똑같았습니다.

1988년 일해재단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평민당은 일해 청문회에서 제대로 비리를 파헤치지 못했다는 '항의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시민들의 빗발치는 항의전화에 한 십년은 감수했다"라며 "기쁜 일은 아니나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데 자위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항의전화'는 문자와 SNS 글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보내는 문자는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여론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이언주 의원은 '민주주의를 유린한다'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국민들은 문자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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