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정황이 나왔습니다. 경향신문은 유 후보가 2014년 6월부터 자신의 지인 등을 10여 명을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대표 또는 감사 등에 앉혀 달라고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도중 안종범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에서 유승민 후보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북고,TK, 박근혜캠프 출신 인사 청탁'

유승민 후보가 인사청탁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TK 출신이거나 박근혜캠프에서 선거를 도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유 후보는 '경북고 1년 선배이자 금융 쪽에 씨가 말라가는 TK'라며 안 전 수석에게 경북고 선배에 대한 인사청탁을 했습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유 후보가 청탁한 경북고 출신 인사는 최소 4명이었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안 전 수석에게 'A씨가 투자증권 사장을 그만두는 데 대우증권이나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관심이 있다. 내정된 사람이 있느냐'며 물었고, 안 전 수석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유 후보가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도 최소 4명 정도 안 전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대통령을 외곽에서 돕던 분'이라며 언론인 출신 B씨를 '산업통상지원부 산하 한국무역보험공사 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감사'를 하길 원한다는 청탁을 안 전 수석에게 했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가 금융감독기관 임원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하자 "구명 부탁들 드리니 살펴봐달라"고 안 전 수석에게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유 후보는 박근혜정부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 위원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 추천하거나 박근혜캠프 출신 인사를 '대우조선 해양 사외이사'에 연임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승민, 안 전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할 만한 사이 아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유승민 후보는 '안 전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할 만한 사이가 아니다. 아는 사람이 어느 자리에 응모하려 하는데 내정이 돼 있으면 해봐야 안되니까, 내정된 사람 있느냐고 물어봤을 뿐이다. 안 전 수석한테 제대로 된 답도 못 들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유승민 후보는 모두가 대구 출신입니다. 유 후보는 서울대, 안 전 수석은 성균관대 출신으로 대학은 다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1985~1987년 사이에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 과정이 겹칩니다. 이 시기에 두 사람이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 유승민 후보는 당 대표 비서실장을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경제분야 자문을 맡았습니다.

유 후보가 단순하게 내정된 인사가 있느냐고 물었다고 보기에는 수십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대우조선 사외 이사 연임을 부탁하면서 '산업은행 홍기택 회장을(대우조선 대주주) 잘 모르지만 직접 얘기해야 할까요?'라고 안 전 수석에게 묻는 자체가 이미 인사청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유승민 후보도 결국 적폐청산 대상'

▲지난 4월 27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영남대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바른정당
▲지난 4월 27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영남대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영남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를 거론하며 "우리 같은 공직자들이 자기 아들 딸 취업이나 입학이나 이런 대한민국 사회의 공정성, 정의와 제일 근본적으로 관련된 부분에서 깨끗하게 처신을 못하면 그건 좀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경북고, TK출신,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들에 대한 청탁을 직접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했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닙니다. 특히 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본인이 특정 지역 인사와 자신의 선거캠프 출신 인사에 대한 특혜성 인사를 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유 후보는 인사청탁에 대해서 '성사된 것도 없고 비리도 없다'라고 주장하지만, 청탁 자체가 이미 불법이며, 이 자체를 비리로 인식하지 못하는 그의 생각이 더 위험해 보입니다.

유승민 후보가 합리적 보수임을 내세우지만, 그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습니다. 유승민 후보도 적폐청산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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