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의 조사를 받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경호 차량에 탑승하는 박근혜씨 ⓒ오마이TV 캡처
▲21시간의 조사를 받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경호 차량에 탑승하는 박근혜씨 ⓒ오마이TV 캡처


박근혜씨가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고 귀가를 했습니다. 박씨는 3월 21일 오전 9시 22분쯤 검찰에 출석한 뒤 22일 오전 6시 55분쯤 조사를 마치고 자택으로 돌아갔습니다. 박근혜씨의 조사 시간은 21시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긴 조사를 받은 셈입니다.

박근혜씨의 검찰 조사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수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피의자 조사는 이미 21일 오후 11시 40분쯤 끝났습니다. 통상 조사를 받고 나면 피의자는 변호사와 함께 신문조서를 검토한 뒤 자신의 진술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 등 수정이 필요하면 이를 고치고 서명·날인을 합니다. 그런데 박씨는 이 신문조서 검토에만 7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박씨의 역대 전직 대통령 검찰 조사 최장 시간 소요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막기 위한 방어권 차원입니다. 피의자 박근혜가 자신의 방어권을 위해 피의자 신문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하는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검찰은 조사가 시작될 때부터 파면된 대통령이자 피의자 박근혜씨에게 '전직 대통령 예우'를 너무 과도하게 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 온 '박근혜 맞이하는 검찰 관계자' 사진 ⓒMLBPARK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 온 '박근혜 맞이하는 검찰 관계자' 사진 ⓒMLBPARK 캡처


'중앙 현관 출입에 티 타임까지. 파면된 대통령 맞아?'

박근혜씨는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뒤 검찰 관계자의 인사를 받았습니다. 파면돼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를 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박씨는 짧은 인사 뒤에 서울중앙지검 중앙 출입문으로 청사로 들어갔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고위 공무원이나 재벌 총수 등 누구나 예외 없이 청사 서쪽 출입문으로 들어가 검색대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씨는 당당하게 서울중앙지검 중앙 현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박씨는 검찰 조사 전에 10분가량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로부터 차 대접을 받았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이 조사를 받을 때 차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들은 대통령 임기를 끝내고 퇴임 이후 조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박근혜씨는 대통령 임기 중에 파면된 피의자였습니다.

'피의자에게 영상 녹화 동의를 물은 이상한 검찰'

검찰 특수수사본부는 박근혜씨의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하지 않았습니다. 영상녹화 여부를 박근혜씨 측에 물었고, 그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제3자의 출석요구 등)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아닌 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이 경우 그의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할 수 있다.
제244조의2(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 ①피의자의 진술은 영상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에 따른 일반적인 출석이라면 동의를 받아야만 영상을 녹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44조의 2항에 나온 조항처럼 피의자의 영상 녹화는 동의와 상관이 없습니다.

법적으로 피의자에게는 검찰이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그냥 녹화할 수 있었고, 사전 고지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검찰은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변호인단에게 동의 여부를 물었고, 박씨 측은 영상녹화에 부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즉 거부한 셈입니다.

박영수특검팀은 박근혜씨의 조사를 추진하면서 강력하게 영상녹화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녹화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습니다. 진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과연 박씨의 진술이 범죄 혐의를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이 들은 건 29자 말과 식사 메뉴뿐이었다.'

▲박근혜씨가 검찰 조사 도중 먹은 식사 메뉴를 자료 화면을 통해 보도하는 언론 ⓒTV조선 캡처
▲박근혜씨가 검찰 조사 도중 먹은 식사 메뉴를 자료 화면을 통해 보도하는 언론 ⓒTV조선 캡처


박근혜씨가 삼성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걸린 시간은 8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서 8초 동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29자의 말만 하고 들어갔습니다.

박근혜씨가 수사를 받는 동안 국민이 알 수 있었던 것은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저녁에는 경호원이 사다 준 흰죽을 먹었다는 식사 메뉴 뿐이었습니다. 그녀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 혐의를 부인했는지 아니면 인정했는지 여부는 몰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각종 소식이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박근혜씨가 조사를 받는 21시간 동안 국민은 그녀의 식사 메뉴만 보고 있었습니다.

'박근혜씨가 임명한 검찰총장은 반드시 대선 이전에 재판해야 한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자택으로 귀가한 후 지지자들을 향해 환하에 웃는 박근혜씨 ⓒ인터넷생중계 캡처
▲검찰 조사를 받고 자택으로 귀가한 후 지지자들을 향해 환하에 웃는 박근혜씨 ⓒ인터넷생중계 캡처


현재 법조계에서는 박씨에 대한 기소는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인 4월 초에 하고, 재판은 불구속으로 대선 이후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지금 박근혜씨와 연관된 최순실, 이재용, 청와대 전직 비서관들이 모두 구속기소된 상황입니다. 이들은 모두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독 박근혜씨만 별도로 불구속 상황에서 대선이 끝나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 재판한다는 자체가 정치적 술수에 불과합니다.

비록 박근혜씨가 임명한 김수남 검찰총장이지만, 정치적 중립을 취해야 하는 검찰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법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빠른 시일 내에 박씨를 구속 기소해야 합니다.

박근혜씨의 범죄 행위는 여야, 보수와 진보, 선거와 관계없이 청산되어야 할 적폐입니다. 썩어 있는 물을 퍼내지 않고 악취가 난 상태에서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헌법을 위반해 파면된 대통령을 처벌하지 않고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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