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의 시간대별 경로.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는 2~3차례 선회한 후 착륙한다.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의 시간대별 경로.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는 2~3차례 선회한 후 착륙한다.


동남아를 여행하고 새벽에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탄 사람들은 귀국한다는 안도감보다 불안함을 먼저 느낍니다. 뻔히 김해공항이 보이지만, 비행기는 착륙할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부산 앞바다를 몇 차례 돌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행기 경로를 보여주는 '플라이트 레이더24'를 통해 새벽 도착 비행기의 경로를 보면, 착륙하지 못하고 몇 차례 부산 앞바다를 선회합니다. 반면에 오후에 도착하는 비행기는 선회 없이 곧바로 김해공항에 착륙합니다.

새벽에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 중에는 '어지럽다','멀미가 났다'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비행기를 처음 타거나 몸이 약해서가 아닌 비행기의 경로 때문인 셈입니다.

'새벽마다 북새통 김해공항 국제선, 짐 찾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려'

겨우겨우 김해공항에 도착해서도 문제입니다. 짐을 빨리 찾고 집에 가고 싶어도 수하물 컨베이어에는 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새벽에 김해공항 국제선에서 짐을 찾으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비행기도 빙빙 돌고, 짐도 늦게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새벽 시간에 도착하는 항공편 수십 대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시간대별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 수 (2016년 1월)
▲시간대별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 수 (2016년 1월)


시간대별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을 살펴보니, 입국 승객 1만 1천 314명 중 34%가량인 3천 843명이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에 집중됐습니다. 이용객이 많다 보니 항공편도 갑자기 몰려 착륙도 혼잡하고, 수하물도 제때 나오지 못해 승객들이 불편해합니다.

새벽에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복잡한 이유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항공사들은 승객들의 요구를 맞춰주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벽시간 도착 노선을 집중적으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김해공항 국제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선 청사 증축이나 김해공항 확장, 운행시간 연장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운항금지시간 축소? 항공기 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김해신공항을 반대하는 김해시민과 김해신공항피해지역대책위원회 기자회견 ⓒ김해신공항피해지역대책위원회
▲김해신공항을 반대하는 김해시민과 김해신공항피해지역대책위원회 기자회견 ⓒ김해신공항피해지역대책위원회


정부는 김해공항 이용객이 늘면서 활주로 확장과 공항 터미널 증축 등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운행시간 확대 또는 24시간 운영을 대안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김해시 주민들의 소음 피해는 정확히 조사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용역을 맡았던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가 신공항 건설에 따른 소음피해 가구를 산정하면서 항공지도에 찍힌 사진만 보고 ‘주택’인지 ‘상점’인지 구별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김해공항 소음영향 가구 수는 702가구이며, ADPi 추정 추가 영향가구 수는 870가구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1~2분에 한 번씩 항공기가 김해시 상공을 지나고 있는 현실에서 김해공항이 확장되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해지역 소음대책은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필요한 공항보다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바뀌는 공항'

2016년 6월 21일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 선정에 대해 가덕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다양한 검토 뒤에 나왔다고 하지만 실제는 밀양과 가덕도 등 지역 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공항으로 결론이 난 셈입니다.

▲국토교통부가 당초 밝힌 김해 신공항 이용객 수는 연간 3,800만 명이다.
▲국토교통부가 당초 밝힌 김해 신공항 이용객 수는 연간 3,800만 명이다.


원래 김해공항을 확장한 '김해신공항'의 이용객은 연간 3,800만 명으로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KDI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갑자기 2,500만 명으로 대폭 축소하여 진행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최근 10년간 김해공항 연평균 여객증가율 11.4%를 도입하면 2026년이면 2,500만 명을 돌파합니다. 불과 10년이면 또다시 포화상태가 될 김해공항을 '신공항'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위원장 최인호 국회의원)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한다고 약속해 놓고, 대규모 국책사업이 국토부에 의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리모델링 수준으로 전락했다"라며 정부의 신공항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김해공항 터미널 모습
▲김해공항 터미널 모습


공항은 철저히 공항 본연의 필요성에 의해 건설되거나 조성돼야 합니다. 동남권 신공항이 24시간 운영되며 동남아시아의 관문 역할로 물류와 여객 수송의 거점이 될 것이냐, 아니면 단순히 지역 공항의 역할을 할 것이냐에 따라 공항의 규모와 입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①노무현 대통령, 영남권 신공항 건설 검토지시 -2006년
②이명박 대선후보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 –2007년
③신공항 후보지 밀양, 가덕도 2곳 압축 –2008년
④신공항 경제성 분석 결과 '부적절' 결론 –2009년
⑤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론 -2011년
⑥박근혜 대선후보 영남권(남부권) 신공항 건설 공약 –2012년
⑦영남 5개(김해, 대구, 울산, 포항, 사천) 항공수요 연구용역 착수 -2013년
⑧국토부 연구용역결과 발표, '신공항 건설 타당성' 인정 –2014년

이명박 후보도 박근혜 후보도 선거 때마다 '동남권 신공항'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지역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 슬그머니 경제성이 없다면서 기존 공항 확장으로 얼버무렸습니다.

정치인들의 입맛에 따라 변하는 공항 정책은 막대한 세금만 낭비되며 오히려 공항을 이용하는 이용객과 지역주민의 불편과 안전을 위협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바뀌는 공항이 아니라, 진짜 국민들이 원하는 안전한 공항을 만들어야 합니다. 항공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항공 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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