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김종인 전 대표 ⓒ페이스북캡처
▲두 달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김종인 전 대표 ⓒ페이스북캡처


탈당설이 계속 나오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이번 주에 탈당한다'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탈당을 결심하고 이번 주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 1월 이후 두 달 만에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렸습니다. 김 전 대표는 "나라는 스스로 기운 뒤에야 외적이 무너뜨린다"라며 병자호란 때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뒤 인조가 했던 말을 인용하며 "정쟁과 분열이 나라를 망치도록 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썼습니다.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설은 계속해서 나왔던 얘기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진짜 탈당을 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그저 나온 말에 불과한지, 알아봤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만 해도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던 김종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지난 2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겨레캡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지난 2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겨레캡처


김종인 전 대표는 불과 한 달 전에만 해도 한겨레와의 가진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탈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전 대표는 '민주당 탈당설이 꾸준히 나온다'는 질문에 "탈당은 무슨, 내가 정치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면 그때가서 어쩔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정치은퇴'라고 말했던 김종인 전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래 전부터 탈당을 결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탈당을 결심하고 있었지만, 인터뷰라서 탈당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지, 아니면 불과 한 달 만에 탈당을 결심했는지 그 진위를 파악할 수 없지만, 무게감을 가져야 할 위치에 있는 정치인치고는 가벼워 보입니다.

'김종인 후원계좌 '법적 제한 계좌'로 입금되지 않아'

▲김종인 전 대표의 후원금 계좌에 계좌이체를 시도했지만, '법적 제한 계좌'라 입금이 되지 않았다.
▲김종인 전 대표의 후원금 계좌에 계좌이체를 시도했지만, '법적 제한 계좌'라 입금이 되지 않았다.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탈당하면 남아 있는 후원금은 정당에 귀속됩니다. 그래서 탈당을 결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아이엠피터가 직접 김종인 전 대표의 후원계좌에 입금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김종인 전 대표의 후원계좌는 '법적 제한 계좌'로 입금이 되지 않았습니다.

선관위에 따르면 '법적 제한 계좌'로 뜨는 경우는 '본인 스스로 계좌를 폐쇄'했거나, '1년 한도 후원금(1억5천만 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을 이미 초과'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종인 전 대표는 자신이 받은 후원금을 측근 의원들에게 약 200만 원씩 기부하고 있으며, 후원금을 받은 한 의원은 "전별금을 받은 느낌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의원끼리는 1인당 500만 원 내에서 기부형태로 정치 후원 가능)

김 전 대표가 측근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이 떠나면서 주는 선물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김종인 의원에게 후원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씁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종인 탈당 후 비문연대 합류? 바른정당 입당?'

▲ 2월 28일 동반성장국가혁신포럼과 유승민 의원실이 주최하는 '[긴급토론] 김종인,정운찬,유승민 < 한국 경제의 길을 묻다>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정운찬,유승민,김종인 ⓒ오마이뉴스 권우성
▲ 2월 28일 동반성장국가혁신포럼과 유승민 의원실이 주최하는 '[긴급토론] 김종인,정운찬,유승민 < 한국 경제의 길을 묻다>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정운찬,유승민,김종인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종인 전 대표가 탈당과 동시에 정계 은퇴를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 전 대표가 갈 길은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먼저 기존 정당으로의 합류입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민주당)주류의 패권주의 작태에 낙담하고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반문연대 역할을 할 것 같은데 개헌과 반패권연대는 바른정당이 주장하는 것이다. 탈당하면 김종인 전 위원장과 대화하겠다"(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김 전 대표가 다른 정당에 간다면 '자유한국당'보다는 '바른정당'이 가장 유력할 수 있습니다. 호남 지지가 부족한 바른정당에서는 호남 출신 김종인 전 대표가 올 경우 확장성이 생깁니다. 또한 '개헌'을 추진하는 연합이 구축될 수 있습니다.  유력한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격수를 확보하는 동시에 외면받는 경선 흥행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이철희 : 김종인 전 대표는 탈당성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에
▷김종배 : 탈당할 것이라고 알고 계세요?
▷이철희 : 당내의 분위기는 탈당하시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고요. 박영선 전 대표가 탈당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김종인 전 대표가 혹시 그런 선택을 하신다면 본인은 이런 선택을 하겠다, 이런 계산인 것 같아요.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이철희 의원 인터뷰 중에서)

다른 한 편으로는 김종인 전 대표가 탈당을 해서 비문연대를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부 비문 의원들과 동반 탈당해서 제3지대 세력을 구축하고 다른 정당과의 합류를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문재인을 싫어하는 의원들이라도 유력한 정권교체가 예상되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김종인 전 대표가 탈당이 한다면 유력 대권 주자로 나서고 있는 문재인 후보를 저지하는 역할이 될 수 있습니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 입장에서는 아주 달콤한 유혹이 됩니다. 각 세력 간의 연합을 조율하고 있는 정당 간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경우를 생각하고 예측하기 전, 문재인 후보는 왜 자신이 영입한 사람이 떠나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하고, 김종인 전 대표는 왜 스스로 페이스북에 썼던 것처럼 정쟁의 시작이 되려고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정치인의 생각과 뜻이 옳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이는 국민은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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