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일, 에순양이 드디어 송당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오빠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갈 때만 해도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행사를 방해하던 아기가 이제 초등학생이 됐습니다.

아이들은 빨리 자란다고 하지만 에순양의 초등학교 입학은 아빠인 제가 봐도 신기합니다. 에순양이 태어날 때부터 지켜 봐주시던 분들도 '아니 에순양이 벌써 초등학생이야'라고 말씀하실  정도입니다.

오빠의 초등학교 행사 때마다 곁가지처럼 쫄래쫄래 쫓아다니던 에순양도 이제 요돌군과 함께 연주회도 가고, 운동회에서도 옆에서 함께 뛸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아빠, 엄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행사를 번갈아 다니지 않아서 좋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식 전에 닥친 아픔' 



에순양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일주일 전, 화상을 입었습니다. 컵라면을 먹으려다 놓쳐서 허벅지에 라면과 국물이 쏟아져 2도 화상을 당했습니다.

옆에 있던 아빠는 순간 당황했지만, 다행히 옆에 생수가 있어 정신없이 바지를 벗기고 물을 부었습니다. 화상 부위에 약하게 샤워 호스로 물을 흐르게 하는 응급조치를 하고 곧바로 제주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다행히 큰 화상은 아니고, 아이라 금방 새살이 돋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겨우 안심을 했습니다. 화상은 응급실에서 응급 처리가 될 수 있어 비용도 저렴했습니다. (응급에 해당하지 않는 병으로 응급실을 갈 경우 응급의료관리료 55,990원을 내야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하기 전에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나름 위로를 했지만, 아내는 덕분에 장모님으로부터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혼이 나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에순양도 그저 아기에 불과한가 봅니다.

'보내주신 사랑으로 장난감 대신 학용품을 샀어요' 



며칠 전에 김인성 IT칼럼니스트와 창작자가 창작물로 돈을 버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원고료보다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사는데, 특히 아이들을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정치 블로그의 생존 비결이요? 다 아이들 덕분이죠)

각종 매체에 후원하시는 분들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를 후원하시는 분들은 1인 미디어라도 제대로 된 글을 써서 진실을 알리라는 격려의 차원에서, 또는 생존을 위해 거짓을 쓰지 말고 아이들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라는 뜻으로 보내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 모든 후원의 시작과 끝에는 우리 가족의 행복이 있습니다. 아무리 정치를 통해 상식적인 사회를 꿈꾼다고 해도 지금의 삶이 행복하지 못한다면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엠피터는 후원자들 덕분에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장난감 대신 학용품을 선택한 에순양, 학교갈 준비 때문에 방청소를 하면서 뽀로로 장난감과 유아용 책을 동네 동생에게 물려주려고 정리를 했다.
▲ 장난감 대신 학용품을 선택한 에순양, 학교갈 준비 때문에 방청소를 하면서 뽀로로 장난감과 유아용 책을 동네 동생에게 물려주려고 정리를 했다.


아이들이 성장할 때마다 취재 등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마다 후원자분들은 제 사정을 아시고, 후원금을 보내주십니다.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단순한 돈이 아니라 '사랑' 또는 '정성'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이번에도 '레고 프렌즈'가 갖고 싶다는 말에 서울에 있는 정희 할머니가 후원금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러나 에순양은 장난감 코너에서는 구경만 하고 과감하게 학용품을 샀습니다.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응 괜찮아. 정희 할머니도 괜찮다고 할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가기 전 어릴 적 보던 유아용 책과 장난감을 정리했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만 해도 아끼던 뽀로로 냉장고는 절대 줄 수 없다고 하던 에순양이 초등학생이 되니 동네 동생에게 주겠다고 선뜻 허락했습니다. 진짜 초등학생이 되었나 봅니다.

'엄마, 학교에서 졸리면 어떡해?'



"엄마! 학교에서 자도 돼?"
"무슨 소리??"
"학교에서 졸리면 자도 되냐고?"
"학교에서는 졸려도 참아야지.자면 안 돼"
"큰일이다.졸리면 어떡하지?"

유치원에서는 졸리면 선생님들이 재워주거나 잘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는 졸린다고 재우지는 않죠. 에순양은 이런 고민을 하면서 학교에 갔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졸리지 않아서 열심히 재밌게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원래 에순양은 늦게 잔다고 맨날 엄마한테 혼이 났습니다.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오빠의 영향인지 아침을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8시 50분까지 늦지 말고 오세요. 학교에 오면 배고프니 꼭 아침을 먹고 오세요'라고 했다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아침밥까지 먹고 학교에 갔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엄마, 아빠만의 몫은 아닌가 봅니다. 가족과 주변 어른, 같은 반 친구, 학교 언니 오빠, 선생님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아이들은 성장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둘입니다.' 



아빠, 엄마는 에순양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1학년 중에 여학생이 들어오느냐입니다. 요돌군은 1학년 때 총 5명이었고, 그중에 남학생은 요돌군 혼자뿐이었습니다.

시골 학교의 특성상 학생 수가 적어서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성장하면서 남학생과 여학생의 감성이 다르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특히 에순양은 어릴 때부터 남자 친구들하고만 놀아 걱정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번 신입생 중에는 여학생이 새로 이사를 와서 에순양은 여자 친구가 생길 듯합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 쉽지는 않겠지만 서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친구와 싸우거나 상처를 받아도, 그 아픔까지도 견딜 수 있는 에순양이 됐으면 합니다.

이제 6년 뒤에는 에순양의 초등학교 졸업 이야기가 올라오겠죠? 혹시라도 사춘기라서 자기 얘기 하기 싫다고 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있습니다. 뭐 그때는 '사춘기 반항아 에순양'이라는 제목으로 쓰면 되겠죠. 오늘은 입학식 때 함께 있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사랑의 짜장면'이나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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