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8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에 재소환돼 조사를 받습니다. 이 부회장의 특검 조사는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 만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데,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재조사 이후 이번 주 안으로 결정될 듯합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한 이유는 지난달 19일 구속영장 기각 이후 3주에 걸쳐 추가 조사로 밝혀진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시 법원은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 부족'과 '사실관계 및 법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었습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소환해 조사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대통령 대면 조사는 특검이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우선 이 부회장을 소환 조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다시 재소환하는 결정적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30억 명마 블라디미르, 대가성 뇌물 밝힐 결정적 증거'

특검이 이번 추가 조사에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해 10월 구입한 30억 원대 명마 '블라디미르'를 삼성이 지원했는지 여부입니다.

▲유럽의 승마잡지가 지난해 10월 보도한 정유라씨의 블라디미르 구입 관련 기사 ⓒTidningen Ridsport 캡처
▲유럽의 승마잡지가 지난해 10월 보도한 정유라씨의 블라디미르 구입 관련 기사 ⓒTidningen Ridsport 캡처


지난해 10월 유럽의 승마 잡지 'Tidningen Ridsport'는 블라디미르가 한국의 라이더 (정유라씨)에게 판매됐다고 보도합니다. 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높은 승마에서 혈통이 우수하고 기량이 뛰어난 말은 곧 구입한 선수의 입상 여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승마잡지가 보도한 것입니다.

특검이 '블라디미르'라는 말 한 마리에 집착(?)할 정도로 수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과 연관된 대가성 뇌물을 한 방에 증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대통령의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블라디미르의 구입은 지난해 10월로 최순실 사건이 터진 즈음입니다. 만약 삼성이 '살바토르, 비타나V, 라오싱'을 팔고 대체 말로 '블라디미르'를 사줬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도 사줬기 때문에 대가성 뇌물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삼성이 정유라에게 사준 말들)

삼성은 블라디미르 구입과 관련해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 지원을 한 바 없으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특검은 삼성이 국정농단 이후에 정유라씨에 대한 우회 지원을 위해 '블라미디미르'를 구입해줬다고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특검이 삼성의 우회 지원을 입증한다면 ,기각됐던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까지도 자연스럽게 다시 청구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안종범 수첩에서 발견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수첩에 메모하고 있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성수석 ⓒ청와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수첩에 메모하고 있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성수석 ⓒ청와대


특검이 찾은 또 하나의 증거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서 나온 '삼성바이오로직스'입니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39권 가운데 한 곳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발견하고 이를 추궁했습니다.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마무리 작업 중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인 도움을 줬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 금융위 산하 한국거래소는 3년 연속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위해 유가증권 상장 규정을 개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공정위는 애초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500만 주만 처분하면 된다는 유권 해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검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삼성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증명하기 위해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과 안종범 전 수석을 불러 조사했고,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습니다. 특검이 조사에서 결정적 증언이나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을 재소환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재용 구속수사가 꼭 필요한 이유'

▲2월 13일 조선일보의 이재용 부회장 재소환 관련 사설 ⓒ조선일보 PDF
▲2월 13일 조선일보의 이재용 부회장 재소환 관련 사설 ⓒ조선일보 PDF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 재소환이 이루어지는 2월 13일, 조선일보는 '이재용 재소환, 정상 수사인가 먼지떨이 수사인가'라는 사설에서 특검의 이재용 부회장 재소환을 '수사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는 것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시작부터 '지난달 12일 이재용 부회장이 22시간 밤샘조사를 받았고, 영장이 기각되기까지 구치소 독방에서 수의를 입고 12시간 대기했다'라고 하면서 '삼성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은 아예 증거가 없거나 혐의가 없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특검의 재소환이 필요하지만, 조선일보는 '상식'을 운운하며 특검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와 재소환을 '먼지떨이 수사'라며 정상이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재용의 힘과 기업범죄의 특수성'과 '증거 인멸의 염려와 범죄의 불법성이 크다'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수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기사:이재용 구속수사가 꼭 필요한 이유)



조선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소환을 '먼지떨이 수사'라고 했지만, 조국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범죄 및 기업총수에 대하여 보다 엄정한 형사정의가 세워지길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는 단순히 대통령의 무능과 범죄 혐의만을 처벌해서는 끝이 나지 않습니다. 권력과 재벌과의 유착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과거에도 수십 차례 재벌 총수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지만, 대부분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추위에 떨며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는 이제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비정상적인 관습과 불법을 청산하고,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반 시민이 고소를 당하면 검찰은 범죄 여부와 상관없이 여러 차례 소환합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엄청난 범죄 혐의가 있음에도 단 두 번 소환했다고 특검을 비난합니다. 이미 이런 모습 자체가 대한민국의 '형사 정의'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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