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키는 자라고, 아빠의 머리숱은 빠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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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이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아이엠피터와 그의 가족은 2016년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2016년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하면서, 2017년 아이엠피터의 계획이 무엇인지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출발: The 아이엠피터’

▲2015년 12월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렸던 서버 이전 배너와 1월 4일 서버가 다운됐다는 페이스북 메시지

2015년 12월 31일, 8년 가까이 운영했던 티스토리를 떠나 2016년 1월 1일부터 ‘theimpeter.com’으로 사이트를 이전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사이트 이전을 준비했지만, 독립 서버 운영은 오류투성이였습니다. 사이트를 이전하고도 며칠 동안은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정치글 삭제를 견디다 못해 티스토리를 떠납니다.)

서버 이전으로 글들이 포털사이트에 노출되지 않아, 방문자는 급감했습니다. 이전해야 할 글이 2천 개가 넘었지만, 3분 1도 제대로 이전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7월에는 기존 티스토리 블로그가 해킹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기술도 없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사이트를 운영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엔지니어를 구해 맡기고 싶지만, 비용 문제로 늘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티스토리를 떠나 독립 서버를 운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포털 사이트의 무자비한 임시조치가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현재 위헌 소송을 제기했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릅니다. 서버 비용은 점점 늘어가고, 사이트 개편도 다시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theimpeter.com으로의 이전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한국독립저널리스트센터’라는 ‘1인 미디어 협력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독립 서버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빠른 시간 내에 집을 짓는 사람도 있지만, 천천히 오랜 시간 공들여 집을 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6년은 기초 공사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7년은 기둥과 벽을 세우고, 지붕까지 올리고 싶습니다.

‘처음 시도해보는 모험: 43일간의 총선 아바타’

2016년 3월 2일 제주를 시작으로 4월 13일까지 43일 동안 ‘총선아바타’라는 프로젝트로 전국을 다녔습니다. 제주,순천,광양,광주,전주,대전,세종,대구,부산,양산,김해,경주,울산,창원,포항,옥천,청주,원주,강릉,춘천,성남,과천,안양,남양주,인천,안산,서울에서 많은 후보자와 시민을 만났습니다.

정치블로거이자 1인 미디어로서는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제주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순조로웠습니다. 그러나 부산에서 차가 고장이 나면서 암담해졌습니다. 괜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무너지려고 했던 순간 저를 지탱해준 것은 수많은 후원자들이었습니다. 준비했던 경비가 떨어질 때쯤이면 들려오는 입금 문자에 이동할 수 있었고, 피곤한 몸이 무너질 때면 잡아주는 손들이 아이엠피터를 일으켜줬습니다. (관련기사:고맙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당신들 때문입니다.)

‘총선 아바타’ 프로젝트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합니다. 컨텐츠의 질이나 취재력, 홍보 등이 미흡했습니다. 그러나 1인 미디어라도 장기간의 취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대선이나 지방선거 등 정치 이슈가 벌어질 때면 또다시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닥쳐온 시련①: 청와대 사찰을 당하다’

▲JTBC뉴스룸 “청와대 최순실 사단, 야당 정치인 SNS 사찰” 의혹” 뉴스에 등장했던 ‘아이엠피터’ ⓒJTBC뉴스룸 캡처

11월 7일 JTBC 뉴스룸을 보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메시지가 날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뉴스룸에 ‘아이엠피터’라는 이름이 나왔다며, 축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이 정부 비판을 하는 특정 블로그, 즉 아이엠피터의 블로그를 사찰했다는 뉴스였습니다. (관련기사:‘청와대 최순실 사단’이 사찰했다는 ‘아이엠피터’입니다.)

MB정권 시절부터 청와대에서 모니터링한다는 얘기도 들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관심 블로거라는 제보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사찰’을 당한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들으니 황당했습니다.

사람들은 어쨌든 이름이 알려졌으니 축하한다고 했지만, 아내와 가족들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만약 박근혜씨가 탄핵당하지 않았다면 계속 걱정하고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닥쳐온 시련 ②: 국민TV 프로그램이 폐지되다’

2015년 7월 국민TV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던 ‘The 아이엠피터’ 프로그램이 1년 5개월 만인 11월에 폐지됐습니다. 국민TV 내부 사정으로 폐지됐지만, 아쉬움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국민TV 제작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했던 취재와 녹화, 콘텐츠 기획은 늘 열정이 넘쳤고, 즐거웠습니다. 소외되고 말할 공간이 없었던 출연진들을 통해 미디어의 필요성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더 잘했으면 폐지까지는 되지 않았으리라는 막연한 생각도 해봤습니다. 결국 프로그램 폐지와 일부 제작진들의 퇴사로 이어져 가슴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국민TV의 프로그램을 계기로 서울시 팟캐스트도 12월로 마지막 녹음을 끝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생각하는 미디어 컨텐츠에 대한 구상이 그들과 맞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2017년은 아이엠피터와 1인미디어들이 협력해 자유롭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타오르는 촛불: 아빠와 함께 촛불을 든 요셉이와 에스더’

▲ 비가 내리는 11월말 제주시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요셉이와 에스더, 광화문촛불집회에 참석해 미디어몽구 삼촌에게 용돈 받는 에스더

취재하러 육지에 가는 아빠와 떨어져 지냈던 아이들이 2016년에는 아빠와 함께 촛불을 들었습니다. 제주에서 촛불을 들었던 아이들은 광화문광장에서도 촛불을 들었습니다.

촛불집회 취재 현장에 있을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오는 가족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정치블로거 이전에, 아빠로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역사적 현장에 같이 있고 싶었습니다. 막상 아이들이 촛불집회에 온다고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에스더는 그저 ‘하야송’이 재밌다고 부르고, ‘박근혜는 하야하라’,’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장난처럼 소리칩니다. 촛불집회에 가면 만나는 삼촌들이 주는 용돈에 눈이 멀어, 빨리 장난감 사러가자고 조르기 바쁩니다. 다행히 요셉이는 컸다고 ‘아빠, 헌재 판결 나왔어’를 입에 달고 살기는 합니다.

‘블로거로 왜 정치 글을 쓰냐’고 묻습니다. 조용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글을 쓰는 성격상, 유명세를 타거나 정치인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꺼립니다. 그런데도 글을 쓰는 것은 저 아이들의 미래가 지금보다는 더 밝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아마 나중에는 저 아이들이 낳은 아이엠피터의 손주들 때문에 글을 쓰고 있을 것 같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 5년 만에 이루어지는 결심’ 

▲페이팔 일시 후원, 오마이뉴스 좋은 기사 원고료 후원 포함

2010년 제주로 내려와 전업블로거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후원자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1년 후원자가 3명이었다가,  2012년 후원자가 30명으로 늘어나자 ‘정기 후원자 100명이 넘으면 그때부터는 독립저널리스트 센터를 만들어 1인 미디어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자’라는 결심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정기 후원자가 100명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100명을 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7년에는 1인 미디어들과 함께 취재하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예비 1인 미디어도 양성하는 ‘한국독립저널리스트센터’를 개설하려고 합니다. 결심한 지 5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참 오래 걸립니다. 원래 목표는 올해였지만 이루어지지 못했고, 막상 내년에도 제대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는 쉽게 쓰러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가려고 합니다. 14년 동안의 정치블로거 생활에 양분을 주고 있는 후원자들 덕분입니다.

‘아들의 키는 자라고, 아빠의 머리숱은 빠진 2016년’ 

▲초등학교 5학년 요셉이는 이제 아빠와 키가 거의 비슷해졌다. 신발도 280 사이즈를 신는다.

2015년에 찍었던 요셉이 사진과 2016년 사진을 비교해 보면, 부쩍 키도 커지면서 어른처럼 성장했습니다. 이에 비해 아이엠피터는 머리숱이 점점 더 빠지고 있습니다. 아들의 성장에 비해 아빠의 몸은 참 빈약해진 셈입니다.

아들이 자라는 모습만 봐도 좋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 아이가 크는 동안, 아빠도 부끄럽지 않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는 압박감도 있습니다. 혼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글을 쓰는 정치블로거의 삶도 중요하지만, 1인 미디어들이 인정받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내는 역할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은 아이엠피터에게 ‘한국독립저널리스트센터’라는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점점 더 머리카락은 빠지고 있지만, 시대적 흐름 속에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시고 있는 분들이 바라고 있는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지만, 한 걸음씩 가고 있습니다.
2017년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한 길만 걸어가겠습니다.
‘시민 저널리즘’이라고 불리는 1인 미디어들의 활약이 2017년에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