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국민 앞에 나타나지 않은 최순실' 

'박근혜 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지만, 국정농단 비선실세인 최순실씨는 끝내 국민 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 최순실씨를 만나기 위해 구치소로 갔습니다. 어떻게든 그녀의 입을 통해 사건을 규명하고, 그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최순실씨는 서울구치소 대회의실에 마련된 청문회장에 불출석했습니다.

최순실씨는 서울구치소 회의실에 마련된 현장 청문회 불출석 사유에 대해 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으로 진술이 어렵고, 수감 생활 중에 있어 몸과 마음이 너무 좋지 않다고 답변했습니다.

최씨는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증언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규정을 보면 가족 간의 증언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있는 증언이나, 변호사,의사 등 업무상 비밀엄수가 있는 직업인들 외에는 모두 증언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불법과 불공정한 사회로 만들고, 국가를 위기에 빠뜨려 놓은 장본인치고는 너무나 당당하면서 뻔뻔한 불출석 사유였습니다.

'최순실 보호소가 된 구치소, 아직도 비호세력 있나?'

▲최순실씨와 만나려고 했지만, 구치소의 비협조로 만나지 못하자, 안민석 의원이 항의하고 있다. ⓒ김성태 의원 페이스북라이브 캡처
▲최순실씨와 만나려고 했지만, 구치소의 비협조로 만나지 못하자, 안민석 의원이 항의하고 있다. ⓒ김성태 의원 페이스북라이브 캡처


최순실씨가 구치소에 마련된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겠다고 버티자, 국조특위 위원들은 감방에서라도 최씨를 만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위원들은 최씨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구치소와 법무부가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수감장이라도 최순실씨의 조사 장면을 쵤영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교도소 측은 '촬영을 하지 않으면 최씨와의 만남을 허락하겠다'라는 조건을 내걸며 촬영을 금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유일하게 갖고 들어간 김성태 새누리당 위원장의 휴대폰으로 당시 상황을 라이브로 중계하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영상에서 "바로 저 문 뒤에 최씨가 있는데 구치소 측과 법무부 측이 못 만나게 하고 있다"라며 "구치소가 최순실의 보호소가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촬영한 이유에 대해 "좀 전에는 무장 경찰들도 배치됐다가 지금은 사라졌다. 의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어 이 방송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치소 측이 보여준 강압적인 태도는 현 시국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직도 최순실씨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합니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의 공무를 야당 의원들의 항의 수준으로 치부하는 구치소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진실을 파헤치기에는 넘어가야 할 산이 높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종신형 받을 각오 돼 있다'는 최순실, 그러나 혐의는 부인'



우여곡절 끝에 국조특위 위원들과 최순실씨가 면회실에서 만나 접견 조사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순실씨는 "종신형 받을 각오가 돼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각오와 다르게 그녀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례입학 의혹에 대해 "딸은 이화여대에 정당하게 들어갔다"라며 "입시부정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대 교수들에게 6개의 쇼핑백을 전달한 의혹도 전면 부인했습니다.

세월호 당일 행적에 대해서는 "본인은 모르겠다"."기억이 안 난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과의 통화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2014년 4월16일날 그 일이 어떻게 기억이 나겠나"라고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1992년에 정윤회와 함께 왜 '유베리'회사를 세웠냐는 질문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독일에 8000억대 차명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안민석 의원이 독일에 재산이 없느냐고 묻자 "한 푼도 없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최순실씨는 카메라 앞에서는 국민에게 죄송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돌변한다고 합니다. 여론을 의식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법정에서는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식으로 부인해 무죄 판결을 받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과거 구치소 청문회보다 더 후퇴한 최순실 조사'


▲1989년 5공 비리에 연루된 장영자씨에 대한 구치소 방문과 1997년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등이 출석한 구치소 청문회 ⓒ동아일보, MBC 캡처
▲1989년 5공 비리에 연루된 장영자씨에 대한 구치소 방문과 1997년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등이 출석한 구치소 청문회 ⓒ동아일보, MBC 캡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구치소 청문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1989년 3월 '5공비리 특위' 조사단은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던 장영자씨를 만났습니다. 그녀가 병으로 구치소 병실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장영자씨의 사진은 국회 5공비리 특위 조사단이 찍었습니다.

당시에도 사진을 찍었는데 소셜미디어가 주를 이루는 2016년에 촬영을 금지하는 구치소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장영자씨는 필요하다면 국회에 나가 증언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순실씨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습니다.

1997년 4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등 유력인사에게 뇌물을 준 사건으로 구치소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정태수 회장 등이 수감된 구치소에서 열린 청문회는 방송사가 생중계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최순실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청문회 생중계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불출석했기 때문에 비공개 질의만 이루어졌습니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결국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고 있지만, 청문회는 과거보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처벌하지 못하고 진상을 밝히지 못하는 현행 시스템을 보면서 박근혜 게이트를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불공정함을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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