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최순실 사단 감찰 1호 정치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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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아이엠피터’라는 이름으로 14년째 정치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임병도입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면서 블로그 활동을 하다가 6년 전부터는 전업으로 매일 정치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요새 흔히 말하는 1인 미디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얼마 전 저의 이름이 JTBC 뉴스룸에 등장했습니다. 청와대가 정부를 비판하는 블로그를 사찰하고 있는데, 그 대상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제주도와 육지를 오가며 취재하고 글을 쓰는 평범하면서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정치블로거를 청와대가 사찰했다는 뉴스 보도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막무가내로 정부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자료와 통계, 그리고 이미 언론에 보도된 뉴스, 논문 데이터 등을 근거로 합니다. 영상 취재를 하는 다른 1인미디어와 다르게 저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정부와 정치인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저의 글에는 제 생각보다는 공식적인 자료, 이미 알려진 사실이 더 많습니다.

▲2013년 6월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일지를 펼쳐보이며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정 의원이 들고 있는 사진은 아이엠피터가 블로그에 올렸던 자료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사진은 정청래 전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자료를 내보이면서 발언을 하는 장면입니다. 정청래 의원이 들고 있는 자료는 제가 쓴 글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만약 제가 허무맹랑하거나 말도 되지 않고, 불법적인 내용을 했다면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료라고 제시할 수 있을까요?

이런 저의 활동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1조에 보장돼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반정부적인 성향이라고 판단해 사찰을 했습니다. ‘헌법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와 ‘제21조 2항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를 위반한 행위입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거의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명견만리플러스

참여정부 당시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는 31위이였다가 MB정부 69위까지 내려갔다가 올해는 70위로 최하위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는 ‘최대 7년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는 한국의 언론이 자기 검열을 하는 주요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각종 소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MB정부 시절에는 블로그에 대통령 패러디 동영상을 게시한 KB한마음대표 김종익 씨를 국무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서울시공무원 간첩 사건을 조작한 국정원을 다룬 뉴스파타 최승호 PD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 하기도 했고, 국정원 직원은 1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정부 전반기 국민입막음 소송 현황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

국가기관이나 공직자가 자신에 대한 비판, 합리적인 의혹 제기, 풍자적 발언 등을 한 시민이나 언론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모욕을 이유로 형사고소를 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을 하는 행위를 ‘국민입막음 소송’이라고도 합니다.

국가기관이나 정부, 공직자가 제기하고 있는 국민입막음 소송이 과연 합당할까요?

1960년 뉴욕타임스에 광고 하나가 실립니다. 마틴루터 킹 목사가 펼치고 있는 흑인인권운동을 위한 기금 조성 마련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체포 횟수 등이 잘못 게재되는 등 몇 가지 오류가 있었습니다. 광고를 본 알라바마 주 몽고메리 시의 설리번 경찰서장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이 ‘뉴욕타임스’ 광고에 나옴으로써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알라바마주 대법원은 뉴욕타임스에 50만 달러를 물어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알고도 악의적인 의도로 허위사실을 기재 했다는 사실을 고소인이 입증할 수 없다면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라며 뉴욕타임스에 무죄를 선고합니다.

▲연방대법원은 설리번 사건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존속하기 위해 언론의 숨 쉴 공간은 보호받아야 한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명견만리플러스

판결문을 작성했던 브레난 대법관은 “자유로운 토론에서 잘못이 들어간 언사는 불가피하다. 표현의 자유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숨 쉴 공간’을 가지려면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엄청난 배상액을 인정할 경우 언론은 두려움과 소심으로 굴복할 것이라고도 평가했습니다.

설리번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판결은 미국의 시민운동과 언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민운동은 힘을 얻었고, 언론은 대담해져 베트남 전쟁을 비판하고, 워터게이트와 같은 사건을 과감하게 보도했습니다.

대한민국 대법원도 이미 “국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07. 12. 27.선고, 2007다29379판결)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국가기관의 업무처리,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도17237 판결)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MB정권 들어서 진행됐던 ‘국민입막음 소송’은 총 30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건은 불과 2건뿐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제기됐던 소송도 ‘불기소’나 ‘각하’, ‘혐의없음’이라고 판결이 되고 있습니다. 법원도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고 판결을 하고 있는데도 왜 정부는 승산이 없는 소송을 자꾸 제기할까요?

▲유엔인권이사회가 제출한 대한민국 실태조사 보고서 ⓒ명견만리플러스

2011년 UN의‘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프랑크 라 뤼가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 영역이 축소되고 있는 주된 이유가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견해를 밝힌 개인에 대한 기소건수와 괴롭힘이 늘어나는 데 있다’라고 분석하였습니다. 또한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의 상당수가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올해 1월부터 포털 사이트 블로그가 아닌 개인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운영했던 카카오의 티스토리 블로그의 총 누적 방문자수는 4천 7백만 명이 넘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운영했던 블로그를 폐쇄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미친 짓을 해야만 했을까요?

이유는 시도 때도 당하는 임시조치 때문입니다. ‘임시조치’는 누군가 제 글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신고를 하면 무조건 30일 동안 제 글을 블라인드 처리, 즉 다른 사람이 글을 보지 못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정치인이나 전직 공직자들, 또는 보수 단체나 교회 등이 하기도 합니다. 선거가 있는 즈음에는 출마 후보 등이 제기하기도 합니다.

임시조치를 당하면 30일 안에 이의제기를 해야 합니다. 만약 하지 않으면 그냥 글이 삭제됩니다. 처음에는 명예훼손이라는 말이 두려워 글이 삭제돼도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블로그를 14년 동안 운영하면서 이런 임시조치를 수십 번 당하자 반감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내 글이 무엇이 잘못됐다고 명예웨손이라고 주장할까? 정식으로 만나서 진실을 따져보자고 마음을 먹고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임시조치를 당한 글의 99%가 복원됐습니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까지 가서도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아이엠피터가 공익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

저는 현재 공익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포털의 임시조치가 “합법적인 정보에 대한 유통의 차단이 빈번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과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저해한다’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 소송 진행 중입니다.

정부가 시민과 기자에게 소송을 제기하고, 포털사이트가 무조건 정치인과 정부에 대한 비판 블로그 글을 임시조치하는 행위 등은 국가기관,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과 감시를 위축시킵니다.

저는 6년째 전업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1인 미디어 활동만 하면서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광고나 상업적인 글, 또는 홍보성 글은 쓰지 않습니다. 당연히 수입이 적습니다. 오죽하면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전업블로거를 시작하면서 서울에서 제주도 산골 마을로 온 가족이 이주하기도 했습니다.

돈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공정하고 상식적인 사회가 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정치를 중심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1인 미디어 활동은 각종 소송과 임시조치, 청와대 사찰 등으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블로거가 청와대 사찰을 받았다고 한다면 다른 블로거나 1인미디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상관없이 마음껏 글을 쓸까요? 아닙니다. 글을 한 편 쓰면서도 영상을 올리면서도 혹시나 나도 소송을 당하지 않을까? 사찰을 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자기 검열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 MBC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극우 매체 편집국장과 가진 자리에서 파업에 참가한 최승호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없이 해고 했고, 다 통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과거 독재 정권은 신문과 언론을 통제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만 내보냈습니다. 정권에 반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를 사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2016년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항간에 떠돌았던 소문들이 진실로 판명되기도 합니다. 언론사나 방송국 기자들이 이런 얘기를 몰랐을까요? 아닙니다.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함부로 얘기했다가 어떤 일이 나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라고 발언을 합니다. 그러자 검찰은 전담팀을 이용해 인터넷 상시 모니터링과 중요 사건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언론사를 상대로 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소송이 아니라 언론중재위에 중재 신청을 했습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2007년 5월까지 총 694건의 중재 신청을 했는데 이중 정정, 반론 보도로 이어진 사례만 500건이 넘었습니다. (관련기사:참여정부는 언론을 탄압했는가)

정부가 충분히 언론중재위 등으로 합리적인 해결을 할 수 있음에도 소송을 제기하거나 검찰이 수사를 강화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바로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무서워해야지, 국민이 대통령을 무서워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무서워하는 경우는 군부 쿠데타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찬탈한 권력자가 국민을 억압적으로 통치할 때나 나옵니다.

지난 주말 비가 오는 가운데 아이들과 함께 제주시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동안 취재를 위해 광화문광장에만 갔다가 꼭 아이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같이 갔습니다.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드는 이유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불법에 항거한 4․19민주정신을 계승하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민불복종’은 불법이 아니라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한 소송이 줄을 잇고, 언론과 1인미디어의 활동을 옥죄는 불법적인 일들이 자행될지라도 저는 위헌 소송 등을 통해 계속 바꿔 나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촛불을 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 국가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입을 막기보다 국민의 쓴소리를 듣는 지도자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기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아이엠피터’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정의와 상식, 그리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