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이승만 하야 과정으로 본 ‘박근혜 퇴진 일정’

2016년 11월 30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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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하야 과정으로 본 ‘박근혜 퇴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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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자신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 입니다. 언뜻 보면 퇴진을 하겠다는 말인지, 아니면 하지 않겠다는 말인지 알쏭달쏭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즉시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4분 30초의 짧은 대국민담화를 보고 더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모호하면서도 자신의 퇴진을 국회에 떠넘겨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퇴진 시기와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이승만 하야 과정으로 지금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어떨까 싶습니다.

‘이승만 하야 과정으로 본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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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조건부 하야, 국회 ‘즉시 하야’로 만장일치 가결 

1960년 4·19 혁명이 벌어지자 이승만은 4월 26일 하야 성명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 성명서가 2016년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와 비슷합니다.

이승만의 하야 성명은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라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박 대통령도 자신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국회에 맡기겠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아주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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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월 27일 국회는 한 사람의 이의도 없이 이승만 즉시 하야를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동아일보

이승만의 이런 조건부 하야에 대해 당시 국회는 그날 오후 곧바로 ‘이승만 대통령은 즉시 하야한다’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승만 즉시 하야’는 자유당, 민주당, 무소속 의원 단 한 명의 이의도 없는 만장일치로 가결됐습니다.

지금 국회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퇴진한다’라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됩니다. 혹시라도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 즉시 퇴진을 머뭇거린다면, 이승만 성명 이후 국회가 왜 발빠르게 ‘즉시 하야’를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는지 돌이켜 보면 됩니다.

국회의원들이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이승만 즉시 하야’에 찬성한 이유는 국민들의 저항이 그만큼 거셌고,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② 사직서 제출 동시에 청와대 떠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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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5월 3일 국회는 4월 27일 제출된 이승만 사임서를 정식으로 접수 선포했다. ⓒ동아일보 (1960년 5월 4일)

이승만은 스스로 국민이 원하면 하야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가 즉시 하야를 결정하자 마음이 변합니다. 성명서 발표 다음 날인 4월 27일 비서들이 사임서 초안을 내밀자 이승만은 ‘자신이 사임하면 국정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라며 서명을 거부합니다.

당시 허정 외무부 장관과 김정열 국방부 장관이 질서유지를 장담하며 사퇴를 설득했고, 결국 이승만은 대통령직 사임서를 국회에 제출합니다.  허정 외무장관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아 4월 29일 과도 국무위원 첫 회의를 진행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자신의 진퇴 문제를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대국민담화가 진실성이 있다면 사직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박 대통령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국회는 이를 받아들이고,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 대행이 조기 대선 등을 실시하면 됩니다.

이승만의 사직서는 4월 27일 제출됐고 경무대를 떠난 날짜는 4월 29일입니다. 그러나 정식으로 이승만의 제3대 대통령직 사직과 제4대 대통령 당선 사퇴 선포는 5월 3일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미리 사표를 제출하고 일단 청와대를 떠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③ 망명이 아니라 삼성동 자택에서 처벌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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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5월 29일 하와이 망명길에 오르는 이승만 ⓒ경향신문

이승만의 망명은 허정 과도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그의 부인 프란체스카가 미 8군 사령관 매그루더에게 요청해서 시작됐습니다. 프란체스카는 매그루더를 찾아 ‘이승만의 건강이 좋지 않으니 얼마간 하와이에서 휴양하다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며 주선을 해달라고 합니다.

매그루더의 이야기를 들은 허정은 3.15 부정 선거 책임과 경무대 앞 발포에 대한 형사 책임, 김구 살해 주범 등에 대한 이승만 처벌을 국민들이 요구하자 이승만의 망명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보복과 신병 처리가 허정 과도 정부에게 부담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승만은 4월 29일 경무대를 떠나 이화장으로 간 뒤 한 달만인 5월 29일 망명길에 오릅니다. 그러나 이승만은 망명이 아니라 잠시 체류한다고 생각했고, 계속해서 귀국을 시도했습니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이승만은 1962년 3월 17일 호놀룰루에서 출발해 19일 한국에 도착하겠다며 준비까지 했으나, 박정희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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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이 올린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해석

박근혜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퇴진할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했고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라며 아직도 자신을 잘못을 반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통해 국회에서 시간을 끌면서 정당 간의 싸움을 유발하려고 보입니다. 촛불집회의 힘을 빠지게 하려고 합니다. 나중에는 박 대통령이 아닌 국회에 타깃을 돌리려는 물타기도 엿보입니다.

그녀는 퇴진하더라도 명예로운 방식이나 망명 등으로 처벌을 받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망명이나 명예로운 퇴진보다는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검찰 조사를 받고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이 그나마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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