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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편집기자 기소, 내년 대선을 겨냥한 ‘언론통제’

2016년 10월 12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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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편집기자 기소, 내년 대선을 겨냥한 ‘언론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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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세월호 모욕 후보’ 심판을 위해 투표장에 나가라고 독려한 <오마이뉴스> 칼럼을 문제삼아, 편집기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 오마이뉴스

검찰이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지난 4.13 총선 당시 배치한 칼럼 때문입니다. 검찰이 편집기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나선 것은 아주 특이한 경우입니다.

처음 보수단체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를 고발했을 때는 그 누구도 기소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기사가 문제가 될 경우 기사를 작성한 기자나 편집국장을 기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경찰도 보수단체인 한겨레청년단이 고발한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재수사를 지시했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부장검사 이성규)는 지난 7일 김준수 오마이뉴스 기자를 공직선거법 58조의 2 ‘투표참여권유활동 조항’ 등의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편집기자 검찰수사, 온라인 에디터에게 주는 경고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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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와 작가, 전문가로부터 글을 게재 받는 허핑턴포스트 에디터들도 오탈자 수정이나 기사 게시 위치만 결정하지, 글을 함부로 수정하지 않는다. ⓒ허핑턴포스트 캡처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들이 송고한 글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편집기자의 권한은 오탈자 정정이나 제목 변경, 이미지 수정, 게시 위치 결정 등에 불과합니다. 마치 포털 사이트 뉴스홈이나 뉴미디어 사이트의 에디터와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검찰이 예외적으로 편집기자를 기소한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에디터에게 주는 경고와 같습니다. 이번 검찰의 기소는 앞으로 에디터가 사건과 이슈에 따라 기사 위치를 배치할 때 ‘나도 법적으로 구속될 수 있다’라는 불안감을 줄 수 있습니다.

포털이나 소셜미디어에서 기사를 더 많이 읽고 있는 상황에서 에디터는 시기와 이슈에 따라 기사 배치를 고민합니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면 당연히 에디터는 최순실 관련 기사를 싣습니다. 그런데 만약 최순실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가 기소가 될 수 있다면 쉽게 기사를 배치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언론사 홈페이지의 기사 위치를 결정하는 편집기자나 온라인 뉴스 에디터 등은 자기 검열에 들어가야 합니다.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기사라 할지라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선거 때 비판을 허락하지 않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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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선관위의 정보 삭제 요청은 총 17,101건이었고, 이중 중앙선관위, 서울시선관위,인천시선관위 삭제 요청 건수는 4,050건이었다.ⓒ참여연대

지난 4.13총선 때 선관위가 삭제 요청한 게시물은 총 17,101건이었습니다. 이 중 3개 선관위 (중앙선관위, 서울시,인천시 선관위)의 인터넷 게시물 삭제 요청은 총 4,050건이었고, 이중 여론조사 결과공표 금지가 1,871건으로 46.20%를 차지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공표 금지 사유로 삭제된 게시물을 보면 단순히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그대로 단순 인용했음에도 삭제가 됐습니다. 보도 매체명과 조사기관 및 기간 등을 명시해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라는 문구가 없어 삭제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인천시 선관위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비판 게시물만 360건을 삭제했습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비판 게시물도 192건이나 삭제됐습니다. 특히 나 의원의 경우 뉴스타파가 보도한 자녀 부정입학 관련 게시글 191건이 ‘허위사실’ 유포라는 이유로 삭제 및 블라인드 처리됐습니다. (192건 중 1건은 비방, 블라인드는 외부에서 아예 글을 볼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

선관위의 무더기 인터넷 게시물 삭제 하이라이트는 네이버 뉴스에 달린 “전두환 장군 청와대 있을 때 딸과 결혼해서 대통령 사위로 사시다가 (중략) 이혼하고 돈 많은 재벌가 롯데사위로 갈아타시고”라는 댓글입니다. 허위사실은 아니지만, 비방이라는 이유로 삭제됐습니다. 사실을 사실로 말하는 자체가 비방이라는 선관위의 해석은 아예 굉장히 자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언론 통제, 정권 재연장을 위한 움직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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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당시 박기준의 대리단체가 명예훼손으로 게시물 삭제 요청을 했다고 통보한 Daum 클린센터 안내문

정치블로거로 활동하는 아이엠피터 포털 사이트의 무분별한 임시조치와 삭제를 견디다 못해 티스토리 블로그에는 더는 글을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글을 직접 송고하거나 허핑턴포스트나 직썰, 슬로우뉴스 등에 글을 퍼가도록 허용하는 이유도 블라인드와 같은 조치를 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

그러나 이제 오마이뉴스도 더는 안전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검찰의 기소 이후 편집기자들이 시민기자의 글을 자유롭게 배치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글을 작성한 기자도 아닌 편집기자를 노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포털은 수시로 임시조치와 같은 삭제가 이루어집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소셜미디어도 선관위가 삭제하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언론은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도하는 오마이뉴스와 같은 곳뿐인데 이마저도 힘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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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일지를 펼쳐보이며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정 의원이 들고 있는 사진은 아이엠피터가 블로그에 올렸던 자료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은 온라인 댓글과 소셜미디어 등으로 여론을 움직였습니다. 당시 제기됐던 댓글 의혹은 엉터리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사라졌고, 선거의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20대 총선 당선자들의 페이스북 및 트위터 이용률은 93.3%와 86.6%로 낙선 후보자들보다 각각 21.9%포인트, 35.4%포인트 더 높았습니다.

선거에서 온라인이 가진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정부의 통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시글 삭제에 이어 언론사 편집까지 관여하는 정부의 통제는 박정희 유신 정권 때의 언론탄압과 유사합니다. 단지 지면과 온라인의 차이에 불과할 뿐입니다.

검찰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기소는 내년 대선을 앞둔 언론 통제의 시작이자, 정권 재연장을 노린 움직임이라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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