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성혈 앞에서 석산개발 반대 시위를 벌이는 송당리,덕천리 청년들 ⓒ홍수복
▲제주 삼성혈 앞에서 석산개발 반대 시위를 벌이는 송당리,덕천리 청년들 ⓒ홍수복


요새 송당리 청년회장 홍수복씨는 아침마다 밭에 나가지 않고, 제주 시내에 위치한 삼성혈로 출근합니다. 평생 살아온 마을 땅 인근에 대규모 채석장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석산 개발이 이루어지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23번지의 토지 소유주는 (재)고양부삼성사재단(이하 삼성사)입니다. 제주의 신화를 보면 삼을나 삼신인 (고을나,양을나,부을나)이 우마와 오곡의 종자를 가지고 온 벽랑국 삼공주를 맞이하면서 '탐라왕국'으로 발전했다고 나옵니다.

삼신인이라 불리는 고씨,양씨,부씨 등이 제주의 뿌리를 지키며 시조신을 모시겠다고 만든 재단이 삼성사입니다.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34호삼성혈을 관리하는 곳도 삼성사입니다. 제주 성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씨,양씨,부씨이기에 삼성사가 보유한 제주 토지만 해도 엄청납니다.

삼성사는 제주 전역에 소유한 토지를 임대하거나 판매하는 식으로 막대한 이윤을 벌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재단 소유 땅 30만 평 규모 일대에 석산개발을 하기 위해 S산업과 임대료와 별도로 토석료 명분으로 1㎡당 1,500원씩 받기로 MOU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송당리 청년회장 홍수복씨가 비가 와도 삼성혈 앞에서 석산 개발 반대 시위를 하는 이유가 삼성사재단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살기 위해 모인 마을, 석산 개발이 벌어지면 떠날 수도'

아이엠피터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처음 온 것은 2010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송당리는 제주 사람조차 거의 들어올 일이 없는 오지마을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평생 제주에 살았다는 기사들조차 송당리는 처음 와본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주민들은 마을 토지와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기부 등으로 빌라 2동을 세워 폐교 위기의 마을 초등학교를 살렸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주민들은 마을 토지와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기부 등으로 빌라 2동을 세워 폐교 위기의 마을 초등학교를 살렸다.


2011년 요셉이가 송당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전교생이 40여명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해있을 때 앞장서 학교를 살린 것은 마을 주민들이었습니다.

송당리는 마을 소유의 토지와 동네 주민들의 쌈짓돈을 탈탈 털어 12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빌라 2동을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건축했습니다.

방 3개짜리 빌라의 임대료가 월 5만 원에 불과하다 보니 초등학교 자녀를 둔 가정이 전국에서 왔습니다. 15명 이상의 아이가 전학을 오고 30명 이상의 인구가 마을로 이주했습니다.

농촌 학교가 폐교가 되고 마을에 젊은이들이 떠나는 현상이 송당리에서는 반대가 됐습니다. 공유경제를 통한 농촌 마을과 시골 초등학교의 대안이 되는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석산개발이 벌어지는 삼성사재단 소유의 땅과 송당리 마을은 직선거리로 불과 1km 떨어졌다. 채석장이 운영되면 환경 파괴는 물론이고 교통사고 등의 위험성은 증가하게 된다. ⓒ네이버지도, '우리나라 석산개발의 문제점' 전북 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석산개발이 벌어지는 삼성사재단 소유의 땅과 송당리 마을은 직선거리로 불과 1km 떨어졌다. 채석장이 운영되면 환경 파괴는 물론이고 교통사고 등의 위험성은 증가하게 된다. ⓒ네이버지도, '우리나라 석산개발의 문제점' 전북 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석산 개발이 송당리 인근에서 벌어진다는 말에 마을 주민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시골 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주했던 학부모들도 걱정이 많습니다.

특히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먼지나 폭발 등의 소음 등으로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거나, 차량 통행조차 드물었던 마을에 덤프 트럭 등이 다니다가 행여 아이들이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송당리는 목장이 많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채석장의 발파로 인해 가축의 임신이 잘되지 않거나 죽은 송아지나 망아지가 태어나는 피해 사례를 보면, 송당리 인근 목장들의 생존도 위협을 받게 됩니다. 채석장 부지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벌써부터 먼지 등으로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제주 전역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석산개발'

▲2015년 9월 제주지역 환경단체들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선흘 곶자왈 지역 토석 채취사업을 중단을 촉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2015년 9월 제주지역 환경단체들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선흘 곶자왈 지역 토석 채취사업을 중단을 촉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은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토석채취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석산 개발이 이루어지는 지역은 람사르 습지이자 제주도 지방기념물 10호인 동백동산이 이어지는 숲입니다. 많은 시민들과 환경단체가 반대했지만, 2015년 9월 토석 채취 허가 승인이 났습니다.

석산 개발은 한 번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는 폭주 기관차와 같습니다.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채석장은 20년 넘게 운영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각종 소음과 먼지 등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석산 개발 운영 기간이 끝나 이제는 안심하고 살 수 있으리라는 마을 주민들의 생각은 업체가 신규 석산개발 허가를 신청하면서 무너졌습니다.

제주의 골재는 대부분 산지에서 토석을 채취하는 '산림골재'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제주에서 건설붐이 벌어지면서 시멘트 물동량은 2006년 48만9000톤에서 2014년 106만3000톤으로 증가했습니다. 골재 채취량도 2007년 105만8000㎥에서 2014년 208만7000만㎥로 늘어났습니다.

건축만을 위해 제주 전역의 자연을 파괴하는 석산 개발이 꼭 필요한 사업인지 원점부터 고민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제주 지역의 무분별하고 과열된 건축을 잠시 멈추자는 주장은 골재가 부족하니 석산 개발을 허가해야 한다는 경제 논리에 밀리고 있습니다. 얼마나 자연을 파괴해야 멈출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기부금? 임대료? 5천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삼성사재단'

▲송당리 인근 동복리의 채석장, 삼성사재단은 이 일대 쓰레기 매립장 예정 부지를 팔았다.
▲송당리 인근 동복리의 채석장, 삼성사재단은 이 일대 쓰레기 매립장 예정 부지를 팔았다.


석산 개발을 위해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땅을 임대해준 삼성사는 이미 구좌읍 동복리 채석장에 조성되는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 부지를 팔기도 했습니다.

동복리 매립장,소각장 부지는 도유지 24만 8702㎡이고 삼성사재단 소유의 땅이 3만5141㎡입니다. 12%의 땅을 소유하고 있던 삼성사는 이 땅을 판매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구좌읍 동복리에 이어 송당리까지 삼성사는 재단 소유의 땅을 무분별하게 팔거나 임대하고 있는 셈입니다.

▲2015년 삼성사재단의 기부금 모금액 현황. 동복리사무소에서 5천8백만 원을 기부했다
▲2015년 삼성사재단의 기부금 모금액 현황. 동복리사무소에서 5천8백만 원을 기부했다


2015년 삼성사재단의 기부금 목표액은 5천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모금액은 5천만 원을 훌쩍 넘긴 5천9백5십9만 원이었습니다. 3명이 삼성사에 기부했는데,두 사람이 합쳐 80만 원이었고, 나머지는 동복리사무소 이장 정모씨가 낸 돈입니다. (2014년 삼성사 기부금은 3백만 원에 불과했음)

동복리 이장 정모씨는 동복리에 조성되는 신규 폐기물 처리장에 적극적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관련기사:관심 끈 구좌읍 동복리 이장선거) 동복리 이장 정모씨가 왜 삼성사에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을까요? 삼성사 소유의 막대한 땅에 대한 임대료일까요? 아니면 순수한 동복리 주민들의 기부금일까요?

인구 670명 323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삼성사에 기부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입니다.

▲구좌읍 송당리 마을에 걸려있는 석산 개발 반대 현수막
▲구좌읍 송당리 마을에 걸려있는 석산 개발 반대 현수막


'송당리,덕천리 석산반대 추진위'는 “삼성사재단은 비영리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생태습지 버들못이 포함된 땅에서 돈을 목적으로 석산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석산 개발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삼성사 측은 '단순히 땅만 임대해준 것이다'라며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채석장 부지를 임대해 수익을 올리려는 (재)고양부삼성사재단은 '고씨가 먼저다. 아니다, 양씨가 먼저이다'라며 제주의 시조를 따지는 논쟁으로 재판까지 하고 있는 재단입니다. (관련기사: 50년 싸움 제주 삼성혈 고양부 합의 ‘결렬’) 4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역사만큼이나 삼성사가 제주 도내에 보유한 땅이 얼마나 많은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의 시조신을 모시면서 제주의 뿌리라고 자처하는 삼성사는 삼성혈을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을 위협하고 제주의 환경 파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채석장 부지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삼성사가 제주의 시조신을 섬기며 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삼성사가 제주의 시조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우마와 오곡 종자를 통해 탐라왕국의 농경 생활을 시작했던 그 뜻을 제대로 헤아려야 합니다. 시조신에 대한 제사만큼이나 제주의 자연 환경을 보존하는 일도 미래의 후손에게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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