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위해 새누리당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투쟁에 이어 정세균 의원을 향한 묻지마식 공금유용과 선거법 위반 의혹 폭로전도 나왔습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정 의장이 방미 일정 도중 뉴욕과 워싱턴 교민 간담회에서 400여명의 교민들에게 국회의장 자격으로 만든 시계를 뿌린 것으로 제보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 의원은 정세균 의원이 부인과 일등석에 탔다면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새누리당의 정세균 의장을 향한 의혹 제기가 타당성이 있을까요?.

① 국회의장의 일등석 탑승은 당연한 규정

새누리당이 제기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일등석 탑승 의혹은 대한민국 의전서열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제기할 수 없습니다.

공무원여비규정의전서열-min

'대한민국 공무원여비규정'을 보면 공무원 등급별로 여비를 차등적으로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부총리, 감사원장, 국무의원, 검찰총장 등은 1호에 해당합니다.

'공무원여비규정'에 나온 '국외 항공운임 정액표'를 보면 1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일등석 운임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대한민국 의전서열을 보면 1위가 대통령, 2위가 국회의장,3위가 대법원장입니다. 정세균 의장은 여비지급 등급 1호에 해당하는 국무총리보다 더 높습니다. 한마디로 정 의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서열이 높기 때문에 국제선을 타면 일등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② 대통령, 국회의장 해외방문 시 부부동반은 필수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방미일정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부인과 동행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정세균 의장의 미국방문은 개인 일정이 아닌 미국 하원의장의 공식적인 초청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편이 없으니 혼자 해외를 방문하지, 보통 국회의장 서열 정도의 공식초청은 부부동반이 기본입니다.

▲2008년 조선닷컴이 보도한 오세훈 서울시장 부인 해외출장 ⓒ조선닷컴 캡처
▲2008년 조선닷컴이 보도한 오세훈 서울시장 부인 해외출장 ⓒ조선닷컴 캡처


지난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 부인의 해외출장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오 시장의 부인이 남편의 시장 취임 이후 2008년 8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외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항공료와 체류비로 약 3천만 원의 시 예산이 지출됐습니다.

조선닷컴에 따르면 MB 부인인 김윤옥 여사도 남편의 시장 재임 기간에 6차례에 걸쳐 46일간 해외 출장을 갔습니다. 당시 사용한 예산은 2천997만2천 원이었습니다.

당시 이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시는 "시장 부인의 해외출장은 공식적인 부부동반이었고, 여비 지출은 공무원 여비규정에 의한 것으로 위법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부 동반으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공식적인 초청 행사에 부인과 동행한 것이 불법이라면 오세훈,이명박 전임 서울시장의 부부동반도 모두 불법이라고 봐야 합니다.

③ 국회의장의 손목시계 선물은 충분히 가능, 그러나...

정세균 의장이 교민들에게 시계를 선물한 행위가 불법이면 대한민국 전직 국회의장들은 대부분 조사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직 국회의장들도 해외를 방문해 교민을 만나면 시계 선물을 했고, 기념할만한 행사에도 손목시계 등을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2011년 노컷뉴스가 보도한 박희태 국회의장 기념시계 ⓒ노컷뉴스 캡처
▲2011년 노컷뉴스가 보도한 박희태 국회의장 기념시계 ⓒ노컷뉴스 캡처


간혹 박희태 국회의장처럼 자신의 치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과도하게 손목시계를 제작해 배포한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박희태 국회의장은 G20 국회의장 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1,800만 원을 들여 손목시계를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박 의장이 제작한 '2011 서울G20 국회의장회의' 기념 손목시계는 일부 국회의원들과 국회 간부급에만 지급되고 나머지는 창고에 보관됐습니다. 성과도 없는 국제회의를 유치해 예산만 낭비됐다는 비판 여론과 총선을 앞둔 홍보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조사해야 할 사람은 정세균 의장이 아닌 박희태 국회의장이었습니다.

④ 귀국을 앞둔 반기문이 교포에게 선물한 '손목시계'

국회의장으로서 미국을 방문해 손목시계를 선물한 정세균 의장보다 더 조사해야 할 대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입니다.

▲동아닷컴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에 뉴욕 교민들에게 손목시계를 돌렸다고 보도했다. ⓒ동아닷컴 캡쳐
▲동아닷컴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에 뉴욕 교민들에게 손목시계를 돌렸다고 보도했다. ⓒ동아닷컴 캡쳐


동아닷컴에 따르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뉴욕을 방문하기 이전에 교민들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무슨 돈으로 교민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 총장은 내년에 귀국해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권후보입니다.

지지율 1위 대권후보가 재외국민 투표권을 가진 교민에게 선물을 했다는 사실은 나중에라도 선거법 의혹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원진 의원이 2015년에 정의화 국회의장과 부인이 1등석을 이용해 같이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갔다 왔다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원진 의원이 2015년에 정의화 국회의장과 부인이 1등석을 이용해 같이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갔다 왔다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투쟁을 벌이면서 그를 끌어 내리기 위해 각종 의혹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뒤 가리지 않고 아무 말이나 갖다가 붙여 여론전을 하려는 모습입니다.

똑같은 법적 잣대를 도입하면 새누리당이 가장 손해봅니다. 누군가를 끌어 내리기 위한 그들의 폭로전은 '자승자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누리당은 어떤 의혹을 제기하기 이전에 정당 내부에서 각종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부터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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