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오마이뉴스 유성호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오마이뉴스 유성호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살수차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백남기 농민이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회복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314일 만에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을 때 많은 국민들이 공권력의 폭력에 분노했고,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경찰들은 당당했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활짝 웃기까지 했습니다.

'부상과 사망에 사과할 필요 없다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

지난 9월 12일 국회에서 "백남기 농민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는 “백번 양보해서 불법시위가 맞다 해도 사람에게 직접 물대포를 분사하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행하는 행위”라며 “공권력의 폭력으로 아버지가 병원 신세를 300일 넘게 지는 이 상황을 경찰들이 어떻게 책임질지 궁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뒤에 가족이 있음에도 웃고 있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뒤에 가족이 있음에도 웃고 있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


당시 증인으로 나왔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강 전 청장은 백남기 농민의 부인 박경숙씨와 딸 백도라지씨가 바로 뒤에서 답변을 듣고 있었지만, 새누리당 의원과 악수를 하며 웃기도 했습니다.

가족들과 국민들은 백남기 농민을 쓰러지게 한 공권력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원했지만, 경찰과 새누리당은 '불법 시위'를 강조하며 공권력의 적법한 대응이었다는 점만 부각했습니다.

경찰이 백남기 농민을 공권력에 맞선 범죄자로 규정하고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혹여 그가 사망한다면 박근혜 정권 임기말을 흔들리게 할 강력한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백남기 사망하기도 전에 배치된 경찰, 무엇을 위한 조치인가'

백남기 농민이 317일 동안 병상에 있으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꾸준히 백남기 농민의 상태를 지켜봤고 위독해지자 발 빠르게 경찰을 배치했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가 9월 25일 새벽에 올린 트윗, 경찰이 서울대 병원을 에워싸고 있다. ⓒ트위터 캡처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가 9월 25일 새벽에 올린 트윗, 경찰이 서울대 병원을 에워싸고 있다. ⓒ트위터 캡처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는 오늘 새벽 트위터에 서울대 병원 주변으로 경찰이 배치되고 있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백남기대책위'도 비슷한 시각 '경찰버스 20여 대가 배치되어 있고, 장례식장앞엔 사복경찰 100여 명, 병원 건물안에도 10여 명이 들어와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도라지씨는 "중환자실 앞을 지키시는 병원 경비분들도 평소에 1분 계시다가 다들 무전기 차고 6분이 계시고, 중환자실 안에 격리실에 계신 아버지 앞에는 1분이 전담으로 서 계십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뭘까. 가족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죠."라며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기도 전에 경찰이 배치된 상황에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명의로 낸 의견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명의로 낸 의견서.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면서 시민들은 부검을 막기 위해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가족도 부검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경찰은 부검을 하려고 할까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들이 낸 의견서를 보면 "본 환자의 발병 원인은 경찰 살수차의 수압, 수력으로 가해진 외상으로 인한 외상성 뇌출혈과 외상성 두개골절 때문"이라면서 "외상 부위는 수술적 치료 및 전신 상태 악화로 변형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사망 선언 후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의견서에는 불필요한 부검을 경찰이 하려는 이유에 대해 "이처럼 발병 원인이 명백한 환자에게서 부검을 운운하는 것은 원인을 환자의 기저 질환으로 몰아가려는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식적 의심을 하게 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는 트위터에 "(검찰이) 부검 의사를 완벽하게 철회하지는 않았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아무도 책임지거나 사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부검이 이뤄진다면, 백남기 농민 사망을 두고 '책임회피'를 위한 일 아니겠느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도 이와 같습니다.

'장례를 막기 위한 시신 탈취 가능성도 배제 못해' 

▲서울대학교 병원 정문을 경찰 병력이 지키고 있는 모습 ⓒ미디어몽구
▲서울대학교 병원 정문을 경찰 병력이 지키고 있는 모습 ⓒ미디어몽구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자 많은 시민들이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으로 몰려들었고 9월 25일 저녁 7시 현재 경찰과 대치 중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경찰은) 장례식장 측에서 이용객의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시설 보호를 요청했고, 현재 백 농민의 가족들이 관련 책임자를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한 상태라 검사가 직접 와서 검시와 검안을 해야하므로, 많은 인원이 올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통제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왜 통행권 막나,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부검")

검사의 검시와 검안이 끝난 뒤에 경찰 통제가 풀리면 상황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하지만 경찰에 의한 과도한 통제가 계속 진행되거거나 무리하게 부검이 강행될 경우 더 큰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기사 보강:2016년 9월 26일 오전 6시
경찰은 백남기씨 시신 부검을 위한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지만, 법원은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또다시 부검을 위한 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습니다.

백남기사망박창수시신탈취-min

일부 시민들은 부검과 장례식을 막기 위한 시신 탈취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991년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서울구치소에 갇혔다가 고문으로 안양병원에 입원했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망합니다. 경찰은 시신이 안치된 안양병원에 백골단과 전경을 투입해 영안실 벽을 뚫고 들어가 시신을 탈취해 부검하고 화장한 뒤 '자살'이라고 발표합니다.

한 트위터리안 (Y***)은 "경찰 시신 탈취가 쌍팔년 얘기라는 듯이 얘기하는 거 진짜 이상하다. 2014년 4월, 불길에 사망한 장애인 송국현동지의 장례식에도 경찰은 시신탈취를 시도했다. 시신탈취는 사망원인 조작이 아니라 '장례'를 막기 위해서 저지르는 일이기도 하다."라며 시신탈취가 오래전 얘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설마 '시신 탈취'까지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박근혜 정권의 레임덕과 맞물려 많은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커다란 사건이라 시민들의 마음은 더욱 불안하기만 합니다.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70)씨가 사고 317일만인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70)씨가 사고 317일만인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지만, 박근혜 정부 그 누구도 하나 사과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경찰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인간이 생을 마치려는 엄숙한 시간에 애도를 밝히는 것보다 병원에 병력을 먼저 배치했습니다. 경찰이 원하는 것이 마치 백남기 농민의 '회복'이 아닌 것처럼 보일 지경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백남기 농민의 사망 소식과 이로 인한 규탄에 뜨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느껴야 할 이들은 이 소식이 서둘러 잊혀지길 바랄 수도 있겠지만, 가족과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백남기 농민을 기억하고 슬퍼할 시간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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