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유튜버가 만든 ‘긴급 재난 방송’보다 못한 KBS

2016년 9월 20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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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가 만든 ‘긴급 재난 방송’보다 못한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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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9일 발생한 지진에 대한 긴급 재난 문자는 15분 늦게 도착했고, 국민 안전처 홈페이지도 또다시 먹통이 됐다.

지난 9월 12일에 이어 일주일 만에 또다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9월 19일 20시 33분 58초 경주시 남남서쪽 11km 지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 지진으로 지진 감지를 느꼈다는 신고만 무려 14,161건이 접수됐고, 도로와 마당 등의 균열 등도 11건이 신고됐습니다.

일주일 만에 지진이 발생했지만, 긴급 재난 문자는 지진 발생 5분 뒤인 오후 8시 38분에야 발송됐습니다. 일부 경주시 주민들은 지진 발생 15분 만에 재난 문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9월 12일 지진 발생 당시 3시간이 넘게 마비됐던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이번에도 또다시 먹통이 됐습니다. 당시 국민안전처는 서버 용량을 80배까지 늘렸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오후 10시 48분에야 복구됐습니다.

지난 9월 12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국민안전처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벌어지는 부실한 대응이 이미 예전에 지적받은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6월에 지적된 긴급 재난문자 발송 문제’

국민안전처가 긴급 재난 문자를 제대로 발송하지 않아도 현재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국민안전처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 예규에는 지진에 대한 긴급 문자 발송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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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지진대응 주요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

이 문제에 대해 지난 6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지진대응관련 주요현황과 개선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국민안전처 예규 제2호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지진재난에 대한 재난문자발송 송출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시스템하에서는 대형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지진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지진재난문자발송은 지진발생 후 사후적으로 발송된다는 측면에서 적절성 논란이 있긴 하나, 일정수준 이상의 지진발생은 긴급재난문자로 관련정보가 통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진재난문자발송에 대한 송출기준을 마련하고, 지진발생에 대해서도 재난 문자를 발송하여 지진발생상황을 알려줌으로써,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개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미 지난 6월에 긴급 재난 문자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국민안전처는 개선하지 않고 있다가 연속적인 지진 사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안전처의 이런 대처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불신을 조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유튜버보다 못한 긴급 재난 방송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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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튜버가 일본 긴급지진 속보 시스템으로 만든 가상의 긴급 지진 속보 연습용 동영상

지난 8월 10일 한 유튜버가 “[연습장] 한국의 긴급지진속보”라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 화면이 나오는 도중에 차임음과 함께 ‘긴급지진속보’라는 박스 형태의 알림이 나옵니다.

이 유튜버가 사용한 긴급지진속보 시스템은 일본 방송사에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지진 발생이 예상되면 차임음과 함께 ‘지진감지’ 자막이 나오고, 지진 발생 예상 주민들은 흔들림에 주의하라는 경고음이 나옵니다. 실제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정보’가 나오고 곧바로 ‘긴급뉴스’가 시작됩니다.

동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진도 3: 경주, 창원, 대구’ 등이라는 자막과 함께 해일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지도로 표시하는 영상도 함께 보여줍니다. 지진 속보 시스템을 어떻게 하는지 개인적으로 만든 연습용 동영상이었지만, 보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유튜버들이 올린 지진 관련 긴급 재난 방송 영상들’

NHK 지진속보 VS 연합뉴스 지진속보
[경주지진] JTBC 지진속보 (한국) VS NHK 지진속보 (일본)
일본의 긴급경보방송에 대해 알아보자

대한민국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KBS는 이런 시스템을 통해 국민에게 신속한 재난 정보를 알렸어야 합니다. 국민의 안전보다 드라마 방송에 열중인 언론사를 그 누가 신뢰할 수 있으며, 과연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말이 아닌 현실적인 재난 대책이 필요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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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재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에 나온 ‘대한민국 국가위기관리 종합체계도’

‘지진재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을 보면 재난관리 체계도가 있습니다. 재난 상황에 대한 체계를 규정한 조직도입니다. 이 조직도를 보면 대통령에게는 ‘상황보고’만 하고 실제적인 업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국민안전처)가 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도 중요하지만, 재난 대비와 신속한 대피 시스템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대통령에 대한 보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이미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아이들의 구조보다 청와대가 볼 수 있는 영상을 확보하기 위한 함정 파견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ENG 카메라 달고 대통령을 위한 쇼만 강행)

9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지진대책회의에서도 국민안전처는 다양한 대비책을 보고했지만, 또다시 지진이 발생하자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보고에만 관심을 기울였지, 진짜 대비책은 유명무실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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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진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장이 만든 지진 관련 데이터 ⓒ권혜진

권혜진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연구소장이 만든 지진 관련 데이터를 보면 2013년 93건이었던 지진이 2016년 9월에 이미 70건이 넘었습니다. 원전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한국 원전은 지진에서 안전할까?)

대한민국도 이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자연 재난을 정부가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철저한 대비와 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을 안전하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대비책을 밑바탕으로 한국형 지진 재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불안감을 떨칠 수 있습니다. 말뿐인 보고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실적인 재난 대비를 실천해야 할 때이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자에게는 강력한 처벌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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