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집 밖으로 대피해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 ⓒ노래바치
▲지진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집 밖으로 대피해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 ⓒ노래바치


9월 12일 19시 44분 32초에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20시 32분 54초에도 같은 지역에서 규모 5.8 규모의 지진이 추가 발생했습니다.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은 물론이고 서울과 제주에서도 진동이 감지됐습니다. 지진이 발생하자 전국적으로 트래픽이 폭주해 카카오톡이 마비됐고, LG 유플러스 통신망도 불통이 됐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규모 5.8 지진은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지진을 관측한 1978년 이후 최대 지진입니다. 큰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대규모 지진으로 많은 국민들이 놀랐습니다. 국민의 불안감을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는지 알아봤습니다.

'보고받고 두 시간이 넘어서야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박근혜 정부'

국민안전처는 '20시 21분 국무총리에게 대처상황을 보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총리실의 공식적인 입장은 22시 31분에서야 나왔습니다. 지진이 발생하고 30분이 넘어서야 총리에게 보고한 점도 문제이지만, 지진이 발생하고 두 시간이 넘어서야 총리가 구조지원과 복구 등의 지시를 내린 점도 심각한 상황임을 잘 나타냅니다.

▲제1회 대한민국안전산업 박람회의 박근혜 대통령 개막식 영상 메시지와 지진 발생 당시 서버가 다운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국민안전처 캡처
▲제1회 대한민국안전산업 박람회의 박근혜 대통령 개막식 영상 메시지와 지진 발생 당시 서버가 다운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국민안전처 캡처


지진이 발생했지만, 국민안전처는 긴급 재난 문자를 제대로 발송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안전처는 지진 발생 8분 만인 오후 7시 52분에 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혔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90분 가량 서버가 다운돼 아예 접속이 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을 강조하며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습니다. 폭염 때는 시도 때도 없이 긴급 문자를 보냈던 국민안전처가 실제 심각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지진이 발생해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지만, 청와대 관계자의 말만 나왔지, 박 대통령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진 발생 15분 만에 나타난 아베 총리와 비교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 아베 총리를 절대 이길 수 없는 것)

'정규방송 중단 대신 드라마를 선택한 KBS'

국민안전처는 '처음 지진 발생 즉시 KBS․MBC․SBS․YTN 등 방송국에 재난방송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KBS 1TV는 '우리말 겨루기'가 KBS 2TV에서는 '일일드라마 여자의 비밀'이 중단 없이 방송됐습니다.

일본의 NHK는 지진 예보가 나오면 자막으로 알려주고 실제 지진이 발생하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재난 보도 방송국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러나 KBS재난방송센터을 보면 그저 KBS 뉴스 클립만 올려놓았지, 실제 재난 발생 때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 원전은 안전하다는 KBS 뉴스 보도와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를 긴급 특보로 내보낸 KBS 뉴스 ⓒKBS 캡처
▲ 원전은 안전하다는 KBS 뉴스 보도와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를 긴급 특보로 내보낸 KBS 뉴스 ⓒKBS 캡처


재난 사실을 보도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확하고 신속한 재난 정보 제공'입니다. 이런 면에서 KBS는 이미 재난 보도 준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KBS는 원전으로 벌벌 떠는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보보다 정부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기도 했습니다.

SNS에 올라온 사진이나 영상을 짜깁기하거나 지역 방송국의 소식을 그저 퍼 나르기 바빴던 KBS가 과연 대한민국 재난방송을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내진 설계도 안 된 학교에 '가만히 있으라'

▲SNS에 올라온 지진 발생 후 학교 대피 관련 이야기 ⓒSNS 캡처
▲SNS에 올라온 지진 발생 후 학교 대피 관련 이야기 ⓒSNS 캡처


지진 발생 후 부산 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글을 올렸습니다. 1차 지진 후 '학교 교감은 1.2학년과 함께 귀가했지만, 3학년 학생들은 남아 있었고, 불안에 떨며 전화를 건 학부모에게 학교가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내진 성능을 50%이상 확보한 지역은 세종, 오송,부산 기장군, 울산 북구, 경기 화성 5곳에 불과합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 지역은 내진 성능이 20% 미만이었습니다.

초·중·고 학교건물 (교육청 포함) 76%가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장, 교감과 연락이 되지 않아 아이들을 귀가 시켰던 교사가 혼이 났다는 글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교사는 '난 세월호 때처럼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죽일 수가 없었다'며 아이들을 자율적으로 귀가시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내진 설계도 되지 않은 학교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세월호 참사 때처럼 아이들을 죽이겠다는 말입니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끝까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기억하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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