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목적으로 접대를 받은 유력언론인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폭로하는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유성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목적으로 접대를 받은 유력언론인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폭로하는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유성호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유력 언론인이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는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8월 29일 국회에서 남 전 사장이 뉴스커뮤니케이션 박수환 대표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에게 초호화 관광을 제공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모럴헤저드', '범죄행위'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청탁 또는 알선 등 향응 이익을 받은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고 배임수재죄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언론은 송 주필의 개인적인 타락이냐,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전쟁이냐를 놓고 수십 편의 기사를 보도하고 토크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이 많은 보도 중에서 실제 조선일보가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가장 궁금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대처를 살펴봤습니다.

' 사임과 보직해임이 주는 단어의 차이' 

▲조선일보가 보도한 송희영 주필 사임과 보직해임 기사 ⓒ조선일보 캡처
▲조선일보가 보도한 송희영 주필 사임과 보직해임 기사 ⓒ조선일보 캡처


김진태 의원의 폭로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인 오후 3시 10분, 조선일보에는 '본사 송희영 주필 사임'이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기사에는 송 주필이 “최근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수사 과정에서 저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된 것을 보고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 주필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주필직을 사임한다”고 밝혔습니다.

8월 30일 새벽에는 '본사 송희영 주필 보직 해임'이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앞서 사임했다는 기사와 다르게 "조선일보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에서는 해당 의혹이 해소되기까지 그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그의 사의를 받아들여 보직 해임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사의를 받아들여 보직해임 했다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사의'와 '보직해임'은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기사 곳곳에 '의혹'이라 주장하며 마지막에는 '출처를 밝힐 수 없다'는 문장을 통해 자기 보호의 여지를 남겨놓았지만, 결국 송 주필과의 거리 두기를 하는 모양새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압수 수색에 분통을 터뜨린 조선일보'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 이명진 기자 압수수색에 대한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캡처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 이명진 기자 압수수색에 대한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캡처


조선일보는 '本紙기자들 카톡' 통째로 보도… MBC 위법행위는 수사 안해'라는 기사에서도 조선일보 사회부 이명진 차장의 압수 수색이 부당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명진 기자가 카톡으로 공유한 내용을 통째로 보도한 MBC의 위법 행위는 조사하지 않았고,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자 압수 수색은 禹 수석 처가 땅 보도에 대한 보복인가'라는 사설에서 '수사 기관이 취재기자 휴대폰을 압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중엔 권력 측이 이 통화 메모를 입수해 방송사에 제공했다는 의심이 파다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라며 권력이 조선일보를 겨냥하고 일부러 압수 수색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지금 우리 사회에선 대통령 비서의 땅 의혹을 보도했다고 언론이 수사당하고 있다. 나라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라며 자신들의 언론 취재가 정당하다며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들만의 리그는 정의롭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송희영 주필과 거리 두기를 하는 동시에 자신의 취재가 언론사로 당연하다고 말할 때 극우 일부 언론은 이 사건을 '조선일보 게이트'라 부르며 맹공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디어펜 조우석 주필은 조선일보가 우병우 수석 의혹을 제기한 이유가 조선일보 간부의 개인적 민원을 우 수석이 거절해 괘씸죄로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가 조선일보에 있었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안다. 즉 송희영 문제와 발도로 조선일보 간부가 개인적 민원 해결을 우병우 수석에게 요청했으나, 그때마다 거절당해 그를 괘씸죄로 손보기로 작심했던 게 올해 봄 이후 상황이다.

개인적 비리를 갖고 있는 송희영과, 분풀이를 벼르던 그 회사의 간부는 어느덧 같은 목표를 갖게 된 것이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둘은 정부 비판 선제공격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송희영으로선 그래야만 자기 안전을 도모할 수 있고, 오너로서는 그렇게 무력시위를 해서라도 사적(私的) 감정을 풀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끝내 우병우 죽이기와 청와대 흔들기 지면이라는 최악의 괴물 지면을 낳고 말았다." (송희영 비리 의혹의 본질은 '조선일보 게이트')

조선일보와 극우 언론의 싸움을 보면 평소에는 같은 목소리로 정부를 옹호하고 진보를 공격하며, 안보를 권력 수단으로 이용했던 사람들이 맞는가 의심스럽습니다. 이들의 관계를 권범철 화백은 한 장의 만평으로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8월 30일 한겨레 그림판 ⓒ권범철
▲8월 30일 한겨레 그림판 ⓒ권범철


<한겨레 만평>을 보면 같이 놀다가 술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맞는 모습이 나옵니다. 때린 사람은 청와대, 맞은 사람은 조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술병으로 때리면서 '내가 니 친구냐?'를 말하는 그림을 보면 지금의 상황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실제는 그림과 다르게 청와대가 직접 조선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김진태 의원이나 미디어펜과 같은 극우 언론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조선일보를 공격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향응 제공은 당연히 사회적 비판과 처벌을 받아야 할 범죄행위입니다. 그와 별도로 조선일보가 보도한 우병우 민정수석의 의혹 또한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합니다.

수사와 처벌은 당연하지만 한 편으로 벌어지는 조선일보나 극우 언론, 청와대의 물고 뜯는 싸움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민낯을 밝혀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지금은 정의와 언론을 외치지만, 과연 그들이 정의로웠던 적이 있는지 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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