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방중 야당 의원을 비판했다. ⓒ청와대TV 캡처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방중 야당 의원을 비판했다. ⓒ청와대TV 캡처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 관련 중국을 방문한 야당 의원을 비난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8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는가 하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다면서 중국을 방문한다"라며 야당의 사드 배치 반대 발언과 행동을 공식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지난 3일 김한정 더민주 의원이 경북 성주 주민들을 만나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발언을 종북으로 낙인 찍은 셈입니다.

박 대통령은 김영호, 손혜원, 김병욱, 박정, 소병훈, 신동근 등 더민주 의원 6명의 중국 방문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라며 야당이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식으로 폄하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야당 의원의 발언과 행동을 청와대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비난한 박근혜 대통령, 그녀의 말과 주장이 상식적으로 맞는지 그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야당 방중 당일에 벌어진 공식적인 사드 외교'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가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방문해서 얽힌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라며 야당 의원의 방중을 비난했습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주장처럼 정부가 제대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었을까요?

▲김장수 주중대사는 8일 중국 외교부를 만나 사드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정부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캡처
▲김장수 주중대사는 8일 중국 외교부를 만나 사드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정부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캡처


사드 배치 이후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에 입장을 전달한 것은 지난 8월 8일입니다.7월 8일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이 나고 한 달이나 지난 시점입니다.

공교롭게도 김장수 주중대사가 중국 외교부를 만난 8월 8일은 야당 의원들과의 면담이 있기로 예정된 날입니다. 베이징에 도착해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만나려고 했던 야당 의원들은 김 대사가 중국 외교부를 만나는 바람에 면담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가 외교적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는 날 주중 한국대사가 중국 외교부를 만나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한 모습만 봐도 뚜렷한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특사까지 보낸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진 의원을 특사 자격으로 미국에 파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캡처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진 의원을 특사 자격으로 미국에 파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캡처


야당 의원의 중국 방문을 비난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특사까지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주한미군의 일부 병력이 이라크 차출과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벌어지자 박진 의원을 미국에 특사 자격으로 파견했습니다.

2004년 5월 20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박 의원이 당을 대표해 미국을 방문, 현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파악하고 한나라당의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2006년 한나라당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작통권 방미단'을 만들어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사안을 야당이 반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고 심지어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우리가 옛날에 중국에 죽지 않으려고 조공도 바치고 책봉도 받아가면서 살아남지 않았느냐. (미 인사들이) 귀찮다고 해도 국익에 필요하면 귀찮게 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수구신문에겐 한나라당 '조공외교'도 기특해 보이나)

중국을 방문하는 야당 의원들은 특사나 공식적인 방문단도 아닙니다. 단순히 중국 전문가를 포함한 야당 의원들이 중국의 입장을 듣기 위해 가는 개인적인 행사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야당 지도부는 외면하고 있는 행사에 불과합니다. (관련기사:김영호 ‘사드 해결 위해 야당 지도부, 중국과 만나야’)

'안부 전한 노무현, 무조건 비난만 하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참여정부의 정책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해외 방문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2005년은 미국을 2006년은 일본을 방문해 독자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떠나기 전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병국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에 따르면 박 대표는 야당 대표와 대통령이 동시에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박 대표에게 '고이즈미 총리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 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비난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열린우리당의 방일 비난에 대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 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비난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열린우리당의 방일 비난에 대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 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2006년 열린우리당이 자신의 방일을 비판하자 박근혜 대표는 "말도 안 되는 기막힌 일"이라며 "그분들은 도대체 정치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외교와 국익에는 여야가 따로 있지 않고, 제가 외국에 나와서 한나라당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6년 일본 방문 때 자신이 했던 말을 돌이켜 봐야 합니다. 내가 하면 국익을 위한 것이고 남이 하면 종북이고 내부 분열이라는 태도는 독재자들이 가질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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