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인생게임 상속자’ 수저계급 비판이 아닌 금수저 갑질

2016년 7월 27일

‘인생게임 상속자’ 수저계급 비판이 아닌 금수저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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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게임 기획,개발자 최서윤씨가 SBS PD와 나눈 카톡대화 ⓒ최서윤

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생게임 상속자>에 모티브와 아이디어를 제공했지만 로열티는커녕 약속된 멘트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월간잉여 최서윤 편집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생게임 상속자> PD가 “<수저게임>을 모티브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음을 밝히고, 도움을 준 최서윤 씨께 감사를 표합니다”라는 멘트를 넣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된 자막은 없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최서윤 편집장은 지난 6월 ‘인생게임 상속자’의 제작에 참여한 PD와 만났고 ‘그 자리에서 PD는 <수저게임>의 룰과 리뷰를 읽으며 프로그램 기획에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고백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편집장은 SBS 측이 ‘수저게임’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방송의 세부적인 룰은 <수저게임>과 다를 것이고, 이런 경우 로열티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방송국 관행’이라고 이야기 했고, 자신도 로열티 대신에 “플레이어들의 의지와 협력으로 세상이 나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며 약속된 멘트만을 기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SBS측은 1부에도 약속된 멘트가 없었고, 카톡으로 2부에는 나온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유사한 <인생게임 상속자>와 <수저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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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생게임 상속자’와 월간잉여 최서윤 편집장의 ‘수저게임’

SBS ‘인생게임 상속자’ 제작진이 월간잉여 최서윤 편집장에게 밝혔듯이 ‘인생게임 상속자’는 ‘수저게임’과 매우 흡사합니다. 거의 똑같다고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습니다.

①계급이 정해짐
‘상속자’는 수저로 계급이 정해지고, ‘수저게임’은 카드로 금수저와 흙수저가 정해짐. 모두가 노력이 아닌 우연의 결과에 따라 결정됨

②화폐 지급
‘상속자’는 코인이 ‘수저게임’은 유동칩(화폐) 지급

③비용 지불
상속자와 수저게임 모두 상속자와 금수저를 제외하고 임대료 등을 지불해야 함.

④시스템 수정
상속자는 출연진들의 투표로 계급이 바뀔 수 있으며, 수저게임은 법안 발의와 투표, 렌덤 카드 등으로 바뀜.

‘상속자와 ‘수저게임’ 모두 자신의 노력이 아닌 우연에 따라 계급이 결정됩니다. 임대료와 식비 등의 지출을 통해 계급의 차이가 벌어지거나 투표로 중간에 룰이 변경될 수 있는 모습은 너무나 유사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에 만연된 계급 사회의 부조리를 게임과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고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면에서는 똑같다고 봐야 할 정도입니다.

‘독창적인 기획? 사회비판이 아닌 금수저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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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김상중씨는 ‘인생게임 상속자’가 독창적인 기획이라고 밝혔다. ⓒSBS 캡처

‘인생게임 상속자’의 MC 김상중씨는 기획이 너무나 독창적이었다고 극찬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프로그램의 기획은 ‘수저게임’을  방송으로 변형시킨 것에 불과했습니다.

<인생게임 상속자>의 연출자 최삼호 PD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절망적이라고 느끼는 우리 사회에 대한 풍자가 있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게임 안에 들어와 있으니 통쾌함을 느끼면서 공감한 게 아닐까요?”라며 프로그램에 쏟아진 관심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관련기사:“게임 2시간 만에 금수저들끼리 견고한 동맹…놀랐다”)

‘수저게임’을 기획하고 제작한 월간잉여 최서윤씨는 더는 ‘수저게임’을 만들지 못합니다. 제작 비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월간잉여라는 잡지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입니다. 최서윤씨는 로얄티가 아닌 ‘”<수저게임>을 모티브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음을 밝히고, 도움을 준 최서윤 씨께 감사를 표합니다’라는 멘트외에는 바란 것이 없었습니다.

불공정한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인생게임 상속자’가 오히려 방송국이라는 거대 권력을 이용해 흙수저의 작은 희망마저 짓밟았습니다.

현실 속에서도 가진 자만이 승리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SBS 측의 모습을 흙수저 최서윤 편집장이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생게임 상속자’의 모티브가 ‘수저게임’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기사보강 : SBS 측에서는 재방송의 경우에는 자막이 삭제되었으나 본 방송에서는 말미 부분에 자막을 넣었다고 밝혀왔습니다.

* [아래는 SBS <인생게임 상속자> 제작진이었던 김규형 피디의 메세지 내용입니다]

첨부된 사진의 주인공인, SBS 김규형 피디입니다. 서윤 님과 페친은 아니지만 우연찮게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결과적으로 서운하신 일이 생겼다면 제 불찰이고,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일을 진행했던 제작진의 일원으로서의 저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다만, <수저게임>을 언급하는 표현의 방법에 대해서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서 그 부분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최서윤 님의 작업을 도둑질하려 했던 의도 같은 것은 절대 아니었고, 스크롤에 삽입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은 방송 말미에,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적는 (영화로 치면 엔딩 크레딧)공간에 최서윤 님의 이름을 적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하여 2부 끝에 ‘스크롤’에는 “게임참조 / [수저게임]최서윤”이라고 명기했습니다. ‘영감, 자문’ 등등 단어가 어떤 것이 나을지를 고민하겠다는 말씀은 제가 드렸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요, 고민 끝에 ‘참조’로 표기했습니다(증빙을 원하신다면 이 부분은 영상/캡처 등으로 확인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처리한 것이, 최서윤 님의 마음에 들지 안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애초에 표현의 방법 등에 관해 조금 더 깊이 얘길 나눴어야했었나 싶은 생각은 듭니다. 즐겁게 만나서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고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제겐 남아있는데 경위가 어찌 되었든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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