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에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여성근로자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 ⓒ또 하나의 가족 제작 위원회
▲반도체 공정에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여성근로자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 ⓒ또 하나의 가족 제작 위원회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죽음을 실화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2014년에 개봉됐습니다. 극 중 진성그룹에 맞서 싸우는 노무사 역할의 실제 주인공은 이종란 노무사입니다. 이종란 노무사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서 오랜 시간 일하고 있습니다.

이종란 노무사에게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 직원이었던 황유미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나왔으니, 이제 해결됐느냐고 물었습니다. '273일째 농성 중'(2016년 7월 5일 기준)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도대체 왜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냐고 물었습니다. '삼성전자의 보상과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교'

황유미씨는 2007년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2010년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인정 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 서울 행정법원은 고 황유미, 이숙영 씨의 백혈병 사망을 산재로 인정했습니다. '또 하나의 약속' 영화는 2014년에 개봉됐습니다.

벌써 황유미씨의 9주기가 넘었는데도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를 비슷한 반도체 노동자 사건이 벌어진 SK하이닉스와 비교해봤습니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교 ⓒ반올림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교 ⓒ반올림


SK하이닉스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는 2014년 7월 한겨레 보도를 통해 제기됐습니다. (관련기사:심층리포트 또 하나의 비극,하이닉스) 보도가 나오자 대표이사는 “객관적이고 정밀한 실태조사와 함께 구성원의 안전 및 건강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감으로써 업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도가 나가고 불과 3개월 만인 2014년 10월 검증위원회가 발족했고, 하이닉스는 2015년 11월에 '검증위가 제안한 보상과 예방대책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135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고 지난 5월부터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21명의 직업병 피해 제보가 있었고 그중 75명이 사망했습니다. 하이닉스는 5명의 직업병 피해 제보가 있었고 1명이 사망했습니다. 규모 면에서 삼성전자가 조사와 보상에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2014년 5월 권오현 대표가 중재안을 따르겠다고 해놓고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이 발표되자 보류를 요청하고 자체적으로 보상절차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가 완벽하게 반도체 노동자의 사망과 피해를 보상하거나 안전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관련기사: 하이닉스는 이제 안전한 일터가 되었을까) 그러나 삼성전자가 오랜 시간 반도체 노동자의 피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초청 견학 후 나온 '반도체 공정 백혈병과 무관' 언론 기사'

▲2010년 삼성전자 초청 공장 견학 후 나온 기사들 ⓒ언론사 기사 캡처
▲2010년 삼성전자 초청 공장 견학 후 나온 기사들 ⓒ언론사 기사 캡처


2010년 삼성전자는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기흥 반도체 공장을 견학시켰습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전자 앞에 세워져 있던 언론사 기자 수송 버스들을 보고 '대한민국에 기자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정 백혈병과 무관'
'백혈병 유발물질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클린룸에 티끌도 못 들어가게 통제'
'S1라인, 최첨단 설비, 자동화로 수공정 거의 없어'

언론사 기자들이 삼성전자의 안내 속에 취재(?)하고 난 후에 보도됐던 기사들입니다. 조선일보는 아예 삼성의 입장에서 "백혈병 유발물질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고 썼고, 한국경제는 '반도체 공정 백혈병과 무관'이라는 제목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를 홍보하는 '클린룸' 이야기는 물론이고 반도체 공정에 사람이 필요 없으니 직업병과 연관이 없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연간 광고비 2조 8천억'

▲삼성전자는 연간 광고비로 2조 8천억을 사용하고 있다. ⓒ자료출처:Crossmedia monthly report ,재벌닷컴,
▲삼성전자는 연간 광고비로 2조 8천억을 사용하고 있다. ⓒ자료출처:Crossmedia monthly report ,재벌닷컴,


언론사들이 삼성전자 기사에 대해 우호적으로 쓰는 이유는 바로 광고비 때문입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2년 삼성전자 광고선전비는 2조7천727억이었고, 이는 전체 기업의 14.4%에 해당합니다.

2015년 8월 Crossmedia의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히 많은 광고비를 집행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에 비판적인 사건이 터질 때는 광고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언론사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요소는 돈입니다. 기업 비판 기사는 광고를 받기 위한 압력이고, 반대로 광고 계약 철회는 기업이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행동인 경우가 있습니다.

▲삼성공화국 만평, 지난 8년간 반올림으로 온 삼성 반도체,LCD 피해자 제보는 221명이었고, 그중 74명이 사망했다. ⓒ최인수 시사만화방]. sisacartoon.wo.to. 반올림
▲삼성공화국 만평, 지난 8년간 반올림으로 온 삼성 반도체,LCD 피해자 제보는 221명이었고, 그중 74명이 사망했다. ⓒ최인수 시사만화방]. sisacartoon.wo.to. 반올림


지난 8년간 반올림으로 온 삼성 반도체,LCD 피해자 제보는 221명 중 74명이 사망했습니다. 수십 명이 사망했지만, 삼성은 아직도 반도체 공정에 사용됐던 화학물질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부가 개선 명령을 내리고 공개하라고 해도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삼성은 과거에는 권력자에게 정치 자금을 공급하며 특혜를 누렸고, 지금은 언론에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면서 여론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아닌 '삼성언론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직업병으로 아직도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병상에서 신음을 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광고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왜 고통받고 있는지를 보도해야 하는 곳입니다. 돈으로 권력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 한 노동자들의 아픔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The 아이엠피터 #38] 그뉴스가알고싶다 - “삼성반도체 73명 사망자 중 11명만 산재인정… 이유는?” (201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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