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살이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면 산다는 것

2014년 8월 9일
아이엠피터

author: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면 산다는 것

fixed제주인구유입증가1제주에서 살기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제주 인구도 급속도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주 인구가 2013년에 60만 명을 넘었는데, 벌써 8천 명 가량이 증가했고, 올 연말이면 62만 명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제주 인구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제주라는 땅이 가진 매력과 환상 때문입니다. 각종 언론에서 성공한 귀농,귀촌인의 대명사로 제주 이주 열풍을 취재해서 방송했고, 그것을 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제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제주로 내려왔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나름대로 제주에서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글을 써왔지만, 알게 모르게 가족 얘기를 보면 제주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해왔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송당초등학교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라서 많은 사람들이 송당초등학교를 구경하고 전학 오는 정보 제공을 하기도 했습니다.

‘송당초등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닙니다.’

아이엠피터가 송당초등학교에 대한 얘기를 썼던 가장 큰 이유는 서울에서 성장했던 아빠의 초등학교 시절과 다르게 시골학교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입니다.

fixed송당초등학교1요셉이와 에스더는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빠는 어릴 적에 학교 가는 것이 싫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학교가 재밌다고 합니다.

축구를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전교생이지만, 잔디밭에서 뛰고, 학교 연못에서 물장난을 치거나 학교 숲에서 벌레를 잡는 모든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모험의 공간입니다.

전교생이 50명도 되지 않으니, 아이들은 누구라도 서슴없이 함께 뛰어 놀고 같이 뒹굴기도 합니다.

fixed송당초등학교골프승마창작로봇작은 시골학교지만 도시 학교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체험하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골프.창작로봇,승마,사고력 수학, 동화책 만들기,영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보고 어떤 이들은 송당초등학교를 ‘대안학교’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도 송당초등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닌 공립 초등학교에 불과합니다. 이 말은 공립 초등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교육프로그램을 교장과 교사들이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사립 대안학교처럼 만들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이엠피터가 쓴 글을 보고 송당초등학교에 관심있는 학부모 중에는 대안학교 수준의 환경과 교육 프로그램을 원하지만, 사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fixed송당초등학교행사200학교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 확보가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송당초등학교에 방과후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려면 송당초등학교 교장과 교사들은 방과후 교사를 확보하기 제주도 전역을 다니며 구걸아닌 구걸을 해야 합니다. 시내에서 떨어진 작은 학교까지 올 인력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송당초등학교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몇 년간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지켜본 결과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송당초등학교가 꿈의 학교이거나 ‘대안학교’는 아니라는 점도 느꼈습니다.

작은 시골 학교가 해낼 수 있는 일을 학부모와 교장,교사가 노력하며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최고의 선택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부모도 자라야 한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제주를 선택합니다. 제주로 왔으니 제주 생활에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fixed제주동네개1처음 제주에 와서 아이엠피터 눈에는 이상한 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 내부에서 보는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몇 년 동안 송당에 살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이상한 일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거센 파도를 보며 제주 바다는 거칠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게 막상 바다에 몸을 담그니 포근하다고 느끼는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묵묵히 1 그 사람들의 삶이 왜 나와 다른가를 관찰하며 지켜보며 살았던 행동이 지금 제주에서 살아가는 작은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fixed육지것1제주에서는 ‘육지것’,’이주민’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런 단어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선을 그어 놓은 것이라고 봅니다. 살아보니 중요한 것은 육지것이 아니라 동네주민이냐 아니냐의 차이에 불과했습니다.

어느 지역에 가서도 동네 주민으로 살아갈 수도, 그저 외부에서 잠시 머물다가 갈 사람으로 사느냐의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입니다.

그 선택의 시작은 묵묵히 자신이 살아가는 동네의 내부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네 주민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주소를 이전해서 주민등록증에 제주라고 표기하고 동네에서 살아간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fixed임에스더송당유치원1콧물 흘리며 오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에스더가 어느샌가 어엿한 송당초등학교 병설유치원생이 됐습니다. 땡강 부리며 울던 에스더가 지금은 나름 유치원생답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무척이나 적응이 빠릅니다. 아이들에게는 함께 놀고 함께 장난치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에 살다보면 사람마다 공통의 관심사가 다를 수 있습니다. 나와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간의 오해와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누군가 잘못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그 차이를 조금 더 이해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야말로 아이들이 자라는만큼 부모도 제주에 와서 자라야 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아이의 눈높이로 제주에서 살자’

제주에서 살기 위해서는 도시에서 살던 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주에 살면서도 도시에서의 생활 방식과 사고 그대로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텃밭농장01제주에서 행복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도시에서 살던 방식을 얼마큼 잘 버렸느냐에 있습니다. 도시에서 즐기던 편안함을 버리고 자연을 품는 일을 편안하게 했던 사람들은 제주에서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제주에서 도시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의외로 많은 벽에 부딪칩니다. 생활환경이나 지역에서의 갈등, 그리고 시골에서의 답답함 등이 그들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제주에 왔던 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왔지만, 의외로 제주 학교들도 하나 둘씩은 모두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문제를 대하는 순간, 그들은 도시에서 살던 방식 그대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fixed제주에서살기1도시에서 아이를 키우기 싫어 왔음에도 생각과 행동은 도시에서의 방식 그대로 하려는 순간, 제주에서 살아가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제주에 온 아이들은 어렵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학교, 눈에 보이는 자연 그대로를 가슴에 품고 그것에 맞춰 생활하고 행동합니다.

이에 반해 부모들은 제주에서도 어렵고 복잡하고 계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래서 제주에서 살기가 힘들어집니다.

fixed제주에서아이를키운다는것‘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의 저자 홍창욱씨는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부모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자신을 찾고 돈과 일에 속박되어 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

아이를 키우는 일을 행복감으로 느끼며 살아야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희생과 양보로 생각한다면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고된 여정과 고통의 시간으로 얼룩질 것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처럼 부모들도 단순하고 쉽게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제주에서 살기 위한 처음의 목표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아이키우기1아이엠피터 가족은 나름 제주생활에 만족하고 정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송당리라는 작은 동네에서 아이들이 자랐기 때문입니다.

송당초등학교라는 매개체를 통해 동네 주민들과 친해졌고, 그 안에서 송당리의 장단점을 함께 느끼고 풀어나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셉이와 에스더가 송당리에서 느끼는 행복감에 아이엠피터만의 잣대를 들이댔었다면 아이들과 부모 모두가 무너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마을의 초등학교에서 느끼는 재미와 감동을 송당리만의 행복으로 살포시 감싸 안았기에 즐겁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제주에 왔지만, 오히려 요셉이와 에스더가 아이엠피터와 아내를 성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며 사는 것은 버리고 배우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입니다.

Notes:

  1. 제주의 시사, 정치,이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91227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