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새누리당 당사 회의실에서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주재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 관련 회의를 하는 모습 ⓒ새누리당
▲16일 오전 새누리당 당사 회의실에서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주재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 관련 회의를 하는 모습 ⓒ새누리당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의원들의 복당이 허용됐습니다. 6월 16일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무소속 유승민, 윤상현, 강길부, 안상수 의원 등의 일괄 복당을 결정했습니다. 복당 신청을 하지 않은 주호영, 장제원, 이철규 의원도 복당 신청을 하면 허용하겠다고 합니다.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이 결정되자 친박계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유승민 복당, 이렇게는 안된다!'라며 '비대위에서 마음대로 결정할게 아니라 즉각 의총을 열어 의원에게 물어봐야 한다'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홍문종 의원은 '청와대조차 비대위의 결정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친박계 의원 사이에서는 유승민 복당이 청와대와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쿠데타'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 절차에 따른 표결이 쿠데타인가?'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복당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 당의 장래와 관련해 대단히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라며 '어떠한 결론을 내더라도 그에 못지 않게 당에 대한 충정에 바탕한 토론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혁신비대위원들은 장시간의 회의를 했지만 찬반으로 갈라졌고, '민주적 절차를 밟자'는 민세진 의원의 주장에 따라 무기명 투표를 합니다.

① 복당 문제 결정 일정 투표/1번:오늘 결정, 2번:다음 주 결정
② 투표결과 1번 6표. 오늘 결정
③ 복당 관련 투표/1번:일괄 복당 2번: 선별 복당
④ 투표결과 1번 6표, 일괄 복당 결정.

처음에 실시한 투표는 복당 문제를 오늘 결정하느냐 다음 주에 결정하느냐였습니다. 투표결과는 '오늘 결정하자'였습니다. 두 번째 투표는 유승민 의원 등 모든 무소속 의원을 일괄적으로 복당하느냐, 선별적으로 복당하느냐였습니다. 투표 결과 11명 비대위원 중 과반수인 6표가 일괄 복당으로 나왔습니다.

새누리당 혁신비대위가 복당 문제를 논의하고 투표로 일괄 복당을 결정하는 과정을 보면 민주적인 절차에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혁신비대위에서 복당 문제를 의결한 건 아무 문제가 없다. 재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승민 의원 등의 일괄 복당이 결정되자 친박계 의원들은 여의도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통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언론들은 청와대와 친박계 관계자의 입을 빌어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스럽다'고 보도했습니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표결을 하고 결정된 내용을 쿠데타라고 부릅니다. 청와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반응을 숨죽여 벌벌 떨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당내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하는 정당의 모습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예견된 복당. 선거 끝나자 바로 복당 신청했던 탈당 의원들'

새누리당탈당무소속의원-min

6월 16일 기준으로 새누리당에 복당을 신청한 무소속 의원은 윤상현, 강길부, 안상수, 유승민 의원입니다. 윤상현 의원은 김무성 의원을 향해 '죽여버려'라는 막말로 공천에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강길부 의원은 컷오프, 안상수 의원은 공천에 탈락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당선됐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배신의 정치'에 해당돼 공천에 탈락됐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당선된 4월 13일 당일 '복당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히고 4월 15일 복당 신청을 합니다. 안상수 의원도 선거 다음날 '조건 없이 복당하겠다'고 말한 뒤 4월 15일 복당 신청을 합니다. 강길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4월 24일 복당 신청을 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선거가 끝나고 불과 며칠 뒤인 4월 19일 '예전부터 정든 집에 돌아가겠다고 국민들께 약속드렸고, 그 약속대로 오늘 복당 신청을 하게 됐다. 복당 후 무너진 국민의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부산 사상 장제원 의원은 4월 말 복당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복당 신청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습니다. 주호영 의원은 총선 직후 새누리당의 사과를 먼저 받고 복당하겠다고 말했지만, 복당의 전제 조건은 아니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철규 의원도 지역구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복당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7명 중 복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승리했어도 이들은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을 것입니다. 이번 복당 결정은 예견된 일이 조금 빨리 나타난 상황에 불과합니다.

'다시 원내 제1당으로 돌아 온 새누리당. 그러나 청와대의 뜻대로만'

새누리당탈당무소속복당의석수현황

4.13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으로 새누리당보다 1석을 더 차지해 제1당이 됐습니다. 현재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서 당적을 떠나 122석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1당으로서의 지위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개월 18일 만에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을 회복하면서 자리를 내주게 됐습니다.

복당 신청을 한 4명이 복당이 되면서 새누리당은 126석이 됐습니다. 나머지 3명까지 복당을 신청하면 129석이 됩니다. 새누리당은 300석 중 129석으로 43%를 차지합니다. 여전히 과반수는 넘지 못합니다.

절반을 넘지 못한 새누리당은 표결에서도 친박과 비박 등의 갈등으로 의견 통일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쉽게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용서하지 않았다'는 메시지 등을 여러 차례 새누리당에 보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탈당 무소속 의원 복당을 결정하는 혁신비대위 회의를 주재하는 김희옥 위원장. 뒤로 국민 뜻대로 다 바꾸겠습니다라는 글이 보인다. ⓒ새누리당
▲ 탈당 무소속 의원 복당을 결정하는 혁신비대위 회의를 주재하는 김희옥 위원장. 뒤로 국민 뜻대로 다 바꾸겠습니다라는 글이 보인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복당이 결정되기 전 새누리당은 김 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한 ‘고위 당·정·청’을 연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이 결정되면서 오후에 고위 당·정·청 회의가 돌연 취소됩니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불참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사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 이후 '국민 뜻대로 바꾸겠습니다'라며 비대위를 출범시켰습니다. 국민의 뜻대로 바꾸겠다는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용서하지 않은 유승민 의원의 복당 문제로 친박과 비박의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과연 이런 모습을 보이고도 국민의 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의 뜻에 벌벌 떠는 정당은 대통령의 사당이라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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