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시사

‘제주 올레길 실종여성’ 사건을 아내에게 숨긴 이유

2012년 7월 21일

‘제주 올레길 실종여성’ 사건을 아내에게 숨긴 이유

제주시만장굴살해사건011어제가 장날이어서 구좌읍내에 나갔습니다. 오후 2시가 넘어서 읍내 경찰차들이 평소에는 내지도 않던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아내와 저는 ‘큰 교통사고가 났나 보다’라면서, 그저 지나가는 말로 사람이 안 다쳤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제주도는 과속이 많은 관계로 교통사고 중에서 특히 인사사고가 나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평소처럼 자료조사를 하는데, 갑자기 제주도 만장굴이라는 검색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무엇인가 하고 봤더니, 만장굴 앞 버스정류장에서 실종된 40대 여성 관광객의 신체일부가 발견됐다는 뉴스였습니다.

신체 일부가 발견된 40대 여성 강모씨는 지난 11일 제주로 여행 와서 성산쪽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한 뒤 실종된 것으로 그동안 제주 내에서 실종자 전단이 뿌려지고, 방송에도 관련 뉴스가 나왔던 여성이었습니다.

제주만장굴가족들은 여성이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한 뒤에 하루 만에 연락이 두절되고, 귀가예정이던 날에 오지도 않자 현상금까지 걸고 실종여성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주 올레길을 여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강모씨는 7월12일 오전에 성산부근 게스트 하우스에서 오전 7시경 퇴실을 합니다. 그리고 오전 8시 12분에 약 6분 동안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한 뒤에 전화기가 꺼졌습니다.

강모씨가 원래 귀가 예정이었던 13일에도 서울 자택으로 돌아오지 않고 연락마저 두절되자, 가족들은 14일 실종신고를 내고, 제주도 경찰은 수색작업을 시작합니다.

▲ 성산 일대를 수색하면서 짙은 안개로 난항을 겪었던 경찰, 출처:제주 경찰청
▲ 성산 일대를 수색하면서 짙은 안개로 난항을 겪었던 경찰, 출처:제주 경찰청

경찰은 초기에 짙은 안개와 좋지 않은 날씨 때문에 실족사로 보고 성산일출봉 일대와 올레1코스 등 야산에 경찰헬기와 경찰특공대,전경부대,119 구조견 등을 동원하여 집중 수색을 했습니다. 그러나 실종 9일만에 만장굴 입구 정류소에서 강모씨의 것으로 보이는 사체 일부가 발견됐습니다.

☐ 발견경위
○ ‘12. 7. 20. 06:00경 일주도로 만장굴 입구 버스정류장 벤치 의자에 운동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을 인근 거주 60대 할머니가 발견 후 버스에 승차
○ 09:00경 부근을 청소하던 60대 공공근로자가 다시 운동화를 발견, 운동화 안을 확인하던 중 이상한 물체가 있어 정류소 뒤편 풀밭에 던졌다가
○ 14:20경 전후 다시 가서 이상한 물체를 확인해 보니 사람 손으로 생각되어 신고(14:30경)를 하였다는 진술

버스정류장에 있던 운동화를 버렸던 할머니는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상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앞서 어제 장을 보러 간 시간 즈음에 이런 일들이 벌어졌기에 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사체 일부가 발견된 장소가 저희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fixed제주만장굴살인사건011강모씨가 숙박했던 성산읍과 사체일부가 발견됐던 만장굴 사이에 저희 집이 있습니다. 특히 올레1코스 지점 부근에서 휴대전화가 꺼진 것으로 봐서 해안도로가 아닌 중산간 지방쪽에서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만장굴 입구쪽 길과 성산읍에서 구좌읍까지 오는 길은 우리 가족이 읍내를 가거나 바닷가로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늘 다니는 길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보고 더욱 놀란 것입니다.

사실 제주도가 범죄 발생률이 낮은 곳이 아닙니다. 2011년 치안 통계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4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 발생 건수는 전국 평균 604건에 비해 제주도는 무려 387명이 더 많은 991명으로 전국 꼴찌였습니다.

fixed제주도5대범죄증가5대 범죄 발생과 검거율을 보면 2011년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구 대비 타 지역보다 훨씬 낮습니다. 특히 발생 장소를 보면 단독주택 9.3%, 유흥업소 6.5%, 상점 2.9%, 공동주택 2.2% 보다 노상에서의 발생이 10.9%로 가장 높습니다.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살인 사건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사체를 절단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원춘 사건과 유사한 면이 있어 더욱 두렵기만 합니다.

▲ 사체 일부가 들어있는 운동화가 발견된 버스정류장과 대로변 출처:제주 KBS
▲ 사체 일부가 들어있는 운동화가 발견된 버스정류장과 대로변 출처:제주 KBS

특히, 범인은 사체를 절단해서 왕복4차선 대로변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그 일부를 버젓이 놓아두었다는 점에서 우발적인 범행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수사의 혼선을 주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제주 중산간 지방에서 18킬로미터는 생활권 안에 있는 거리이기에 (읍내나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15-20킬로미터를 가야 함) 이 범위에 있는 저희 집은 걱정이 큽니다.

제주에 내려온 지 3년이 지나고 있지만, 한 번도 범죄에 노출되거나 피해를 당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서, 사체 일부가 절단된채 발견되었다는 사실과 저희 집 근처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저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집은 마을과 많이 떨어져 있기에 언제든지 범죄에 노출돼도 경찰 출동이나 마을 사람들과의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 현재 살고 있는 집 주위에는 주택이 없고, 마을과 떨어져 있다.
▲ 현재 살고 있는 집 주위에는 주택이 없고, 마을과 떨어져 있다.

예전에도 제가 서울로 장기간 일을 보러 가면 가족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것은 아내가 겁이 많기도 하지만 장인,장모님이 저희 집을 보고 상당히 외졌기에 늘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내는 이번 사건을 모릅니다. 제가 아예 인터넷 기사를 비롯한 TV뉴스를 보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번 사건을 아내가 알게 되면 아예 당분간은 밤에 잠도 못 잘 것 같습니다. (예전 처녀때 집 근처에서 범죄가 발생해 한동안 잠을 못 잤던 기억 때문에 겁이 상당히 많은 편) 또한, 제가 서울에 올라가도 무조건 함께 가자고 하던지, 이웃 펜션에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조용히 글을 쓰려고 일부러 외진 곳으로 이사했던 저의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이 끝나기 전에는 아내에게 이 사건을 숨기도록 애를 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숨겨질지는 모르겠지만…

▲ 실종자의 남동생이 블로그에 올린 편지
▲ 실종자의 남동생이 블로그에 올린 편지

실종된 강모씨의 남동생은 CCTV 하나 없는 제주 올레길을 ‘죽음의 길’이라고 하면서 “안전불감증에 걸린 당신 들 모두가 범인과 공범자’라며 제주의 치안에 대해 경고하면서, 누나를 애타게 찾는 자신의 마음을 블로그에 올려, 읽는 이들에게 많은 공감과 슬픔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제주도 여행객이 많아지는 성수기를 맞이해서, 이번 사건을 조속히 해결해, 제주로 여행 오는 관광객이나, 사는 주민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안전하게 여행하고 살 수 있도록, 하루빨리 범인을 검거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바랍니다.

<7월23일 월요일 제주올레길 실종여성 살해 용의자가 검거됐습니다>

용의자는 올레1코스 주변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당시 올레1코스에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에 따라 경찰의 1차 조사를 받고 도주를 시도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경찰 체포 후에도 용의자는 올레길에는 있었지만, 자신은 강모씨를 죽이지 않았다고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 23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경찰이 올레길 실종 여성 살해 용의자 강모씨를 상대로 진술녹화를 하고 있다. 출처:
▲ 23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경찰이 올레길 실종 여성 살해 용의자 강모씨를 상대로 진술녹화를 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7월23일 오후 3시경 강모씨(46.서귀포시 성산읍)는 올레길 실종여성이었던 강모씨를 죽였다고 자백을 했고, 경찰은 범인의 자백에 따라 수핵한 결과 오후 6시48분경 말미오름 인근 농로서 상의가 벗겨진채 심하게 부패한 강모씨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살해 용의자 강모씨는 소변을 보는 자신을 피해자가 성추행범으로 오해하고 신고하려고해 핸드폰을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살인용의자 강씨가 여성관광객 강모씨를 살해한 뒤 유기한 장소, 대나무 숲 사이 구덩이에 시신을 유기했다. 출처:제이누리
▲ 살인용의자 강씨가 여성관광객 강모씨를 살해한 뒤 유기한 장소, 대나무 숲 사이 구덩이에 시신을 유기했다. 출처:제이누리

용의자 강모씨(46.서귀포시 성산읍 살해 용의자)는 강 씨(피해여성)의 손목을 잘라 버스정류장에 갖다 놓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체일부라도 유족들에게 돌려주려고 그랬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광범위한 수색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피해자의 손목을 절단했다고 용의자가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살해 용의자가 잡히고, 시신이라도 이제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블로그에 우리 집 위치가 너무 상세히 나왔다고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더는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 범죄가 있기 마련이지만, 공안이 설치면 치안이 무너진다는 말이 생각나듯 요새 강력범죄가 자꾸 발생해 앞으로 스스로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평화와 휴식을 취하러 제주에 왔다가, 아픔을 당하신 강OO님과 가족에게 삼가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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