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xed제주도귀농014일간의 서울 출장(?)을 끝내고 어제 집에 왔습니다. 며칠 동안 정보수집 차원에서 정치인,대선,소셜미디어 관련 이야기를 복잡한 도시에서 듣고 왔더니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습니다. 좋은 면보다 걱정이 앞서는 현 정치 상황의 답답함보다 저를 못 견디게 만든 것은 후덥지근한 서울 날씨와 복잡한 도심의 거리였습니다.

김포 공항에 내리자마자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서울 일정 내내 머리는 아프고, 땀은 쭉쭉 나고, 겨우 찾아 들어간 커피 전문점의 에어컨은 나중에 한기까지 들게 했습니다. 여기에 왜그리 버스와 지하철은 복잡하고 사람은 많은지, 과연 제가 40년을 도시에서 자랐던 사람이 맞는가 싶었습니다.

서울에 가면 늘 정치블로거라는 이야기보다 제주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도시인들에게 제주도는 답답한 도시를 벗어날 수 있는 로망이자 어떤 이상향처럼 느껴질 때가 잦습니다. 제주에 내려온 지 이제 19개월입니다.

저희 딸 나이에 1개월만 더하면 제주에서 생활한 기간이 됩니다. 만삭의 아내와 함께 내려와 에스더를 제주도에서 바로 낳았기 때문입니다.

[제주살이] - 만삭의 아내와 풍랑속에서 제주행 배를 탄 사연.

제주에서 아이를 낳고 살면서 그다지 힘든 것은 별로 없습니다. 경제적인 면은 어느 평범한 사람들도 조금씩 힘들어하니 예외로 치고, 그저 평안하게 제가 쓰고 싶은 정치 글을 쓰면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주 생활에서도 견디기 어려운 일들이 종종 생기는데, 바로 이놈들 때문입니다.

fixed제주도귀농벌레011시도때도없이 출몰하는 이름모를 벌레 녀석들입니다. 집 주변이 온통 나무와 숲으로 덮여있는 외지 곳이자, 제주 사람도 잘 가지 않는 중산간 지방인 저희 집에는 밖에는 물론이고, 집 안에서도 늘 벌레,나방,해충,진드기 등이 수시로 나옵니다.

처음 이런 벌레가 나올 때에는 도시에서 자란 저는 아무리 군대에 갔다 왔어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는 약간의 두려움은 감추고, "내가 남자로 모든 벌레를 잡아 버리겠다"고 아내에게 호언장담하면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섭니다.

fixed모기기피제01원래 있던 방충망 보수는 물론이고, 따로 모기장을 두 개나 사다가 출입구에 달고, 안쪽으로 비닐 차단막까지 설치했습니다. 여기에 전기해충 박멸기를 집에 설치하고, 모기약,바퀴벌레약,모기향은 수시로 뿌리고 피워 놓습니다.

여기에 문밖에만 나가면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모기 기피제는 몸에 달고 삽니다. 지난번 서울에 갔을 때 이웃블로거이신 COOL한 무위도식 나비오님이 모기기피제 '모스제로'와 ' 집먼지진드기 퇴치제인 '알러제로'를 한 박스 선물로 주셔서, 수시로 집과 몸에 뿌리고 살고 있습니다.






전문가이신 나비오님이 알려주셨는데, 기존 모기기피제에는 굉장히 독성이 강한 약품이 있는데, 남성에게는 아주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나비오님이 주신 '모스제로'와 '알러제로'는 천연성분이라 안심이 되더군요. 솔직히 어디서 파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모기기피제에 관해 궁금하신 분은 직접 나비오님에게 물어보시길...

COOL한 무위도식 나비오 바로가기

이렇게 갖은 애를 써도 도저히 감당히 안 되는 초강력 울트라 악당이 있는데, 그놈이 바로 '지네'입니다. 지네는 아무리 막아도 효과적인 박멸약이 없는 관계로 늘 신경을 곤두서고 집안을 살핍니다. 밖에서야 상관없지만, 지네는 독성이 있어서 아이들이 물리면 큰일 나기 때문입니다

fixed제주도귀농02하도 지네를 자주 봐서 요새는 지네가 집 안에서 나와도 그리 놀라지는 않는데, 가끔은 아침마다 기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지네가 밤새 자던 이불에서 나올 때입니다. 오늘도 아침에 에스더가 자고 일어난 이불을 개다 보니 무언가 후다닥 도망가는 것이 보여, 아내가 뒤로 자빠질 뻔했습니다. 정체는 지네였습니다.

지네가 얼마나 크기에 기겁하고 놀라느냐고 하시는데, 크기는 거의 볼펜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fixed제주도귀농03저렇게 큰 지네가 아이가 자던 이불 속에서 튀어나오면, 후다닥 지네를 잡자마자 제일 먼저 아이들의 몸을 살펴봅니다. 왜냐하면, 지네에 물리면 심한 통증과 함께 물린 부위가 붓고 열이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조금 돈을 들더라도 집을 리모델링 하거나 (저희 집은 완전 옛날 제주도 주택형태라 집에 제주 똥돼지를 키우던 화장실도 있습니다.) 숲이 우거지지 않은 곳으로 이사하자고 가끔 애절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때가, 자다가 이불 속에서 '지네'가 나오는 때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모두를 텃밭에 거름으로 쓰는 우리 집에도 불문율이 있는데, 닭 뼈만큼은 절대로 밭에 버리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 전용 봉투를 사서 읍에서 비치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그것은 닭 뼈가 있으면 지네가 훨씬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제주에서 사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 이외에 제주는 아주 좋은 장점이 많습니다.

fixed제주도귀농06어제 서울에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몇 시간씩 걸려 막히는 도로를 타고 해수욕장이나 수영장을 가는 것을 봤습니다. 그러나 저희 집은 딱 15분이면 우리 가족이 온갖 난리를 쳐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조용한 바닷가를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지금도 15년된 우리 차 트렁크에는 튜브,수경,돗자리가 실려있습니다. 날씨만 좋으면 언제든지 바닷가에 가서 고운 모래사장에서 모래 놀이에 바다에서 개헤엄을 치며 놀다가 옵니다.

서울에 살면 언제든지 치킨에 피자에 짜장면을 시켜 먹고, 놀이동산도 갈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고급 정보나 인맥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골에 사니 치킨이나 피자는 한달에 한 번 먹기도 힘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뮤지컬이나 연극도 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보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제주도에서 언제라도 살기 원합니다. 집에서 큰소리를 치며 놀고, 뛰어다니고, 땅바닥에서 모래 놀이를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에 사는 우리 집이기 때문입니다.

fixed사진120610_035신이 나게 바닷가에서 놀고 집에 와서도 마당에 있는 호스를 가지고 또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이 아이들이 서울에서 살면 이렇게 맘껏 뛰어놀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소리 중의 하나는
며칠간의 출장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을 때
나를 향해 환한 얼굴로 '아빠'하며
뛰어 안기는 아이들의 소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제 저는 이 행복한 소릴 들었습니다.
마치 천사처럼 웃는 아이들의 미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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