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골프1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했습니다. 새누리당 원대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도 '증세 없는 복지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나섰습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생뚱맞은 '골프' 이야기가 화제입니다.

2월 3일 국무회의 전 장관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에서 마치 골프 못 치게 하는 것처럼'이라는 말에 '그건 아닌데'라면서 문체부 장관에게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동안 암묵적으로 금지됐던 골프금지령이 풀릴 듯합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하기는 힘듭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의 골프 이야기를 통해 왜 그런지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골프치지 못했던 유일한 장군, 쿠데타 성공 이후는 골프광'

박정희는 5.16군사쿠데타 이전에는 한국군 장성 중에서 유일하게 골프를 치지 못하는 장군이었습니다. 골프를 치지 못하니 유엔이나 미군들과도 잘 어울리지도 못했습니다.[ref]강준만 한국현대사 산책. 1960년대편 1[/ref]

박정희소장당시 한국 장성들은 골프와 테니스. 포커, 파티 등을 통해 사교모임을 가지면서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정치군인으로 로비와 부정부패, 진급의 특혜를 받았습니다. 이에 반해 박정희는 골프도 못 치고, 파티에 참석했어도 그저 술만 마시고 왔습니다.

좌익전력이 있고, 배경이 없었던 박정희가 볼 때는 한국 장성들이 시시덕거리면서 미군에게 아부 떨고 골프를 치러 다니면서 진급을 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습니다.

소장계급이 군생활의 마지막이 될 것을 알았던 박정희는 '부정부패 일소'를 앞세워 5.16쿠데타를 일으킵니다.

제주CC 개장 행사에서 시타하는 박정희 ⓒ국가기록원
제주CC 개장 행사에서 시타하는 박정희 ⓒ국가기록원


5.16 군사쿠데타 이전에는 전혀 골프를 치지 못했던 박정희는 1962년 최고회의 의장 시절 한장상 프로에게 골프를 배우면서 골프광이 됐습니다.

박정희가 골프를 시작하면서 서울,한양,뉴코리아,안양,태릉컨트리 클럽들이 개장됐습니다. 박정희의 재임 기간 무려 20여 개의 골프장이 개장되기도 합니다.

골프장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박정희가 정치인은 물론이고 측근, 각료들과 함께 골프를 쳤고, 군대항 골프 대회 등을 개최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골프를 하면서 정치를 하니, 밑의 부하들이나 공무원, 기업가들도 덩달아 골프장에서 회동과 모임, 친분을 가졌고, 그 시절 골프장은 상류층이 모이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됐습니다.

골프치러다니며 로비하는 한국 장군들을 향해 비웃던 박정희가 권력을 쥐니 똑같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1퍼팅 OK, 박정희의 황제골프'

박정희가 골프를 하면 지역 경찰서 형사들이나 경호원들이 골프장을 에워싸기도 했습니다. 박정희가 군자리 골프장이나 뚝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면 성동경찰서 형사들은 잠복근무를 나섰고, 페어웨이[ref]골프에서, 티 샷 위치에서 그린 사이의 잘 다듬어진 잔디 구역.[/ref] 주변으로는 경호원 십수 명이 서 있기도 했습니다.

박정희골프1박정희는 독재자답게 골프도 독특하게 쳤습니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황제골프','박정희 골프' 등입니다.

■ 황제골프
골프를 칠 때 보통 팀별로 출발합니다. 만약 앞에 팀이 늦어지거나 뒷팀이 빨리 치면, 골프를 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유롭게 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박정희가 골프를 칠 때에는 앞팀이나 뒷팀을 모두 받지 않고 치기도 했습니다.

경호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골프장을 독점하는 모습을 '황제골프'라고 부릅니다. MB가 테니스장을 모조리 독차지하고 테니스를 해서 '황제 테니스'라고 부르는 이유와 똑같습니다.

■ 박정희 골프
골프는 매너게임입니다. 그래서 누가 보던지 스스로 룰을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박정희는 티샷[ref]골프에서, 티 그라운드에서 치는 제1타.[/ref]을 치면서 공이 옆으로 빠지면 다시 치기도 했습니다.

박종규 경호실장 등 주위 아부꾼들이야 대통령 각하가 열 번을 쳐도 원하는 방향으로만 나가면 된다는 충성심에서 그랬겠지만, 골프 규칙이나 매너로 볼 때는 최악입니다.

■ 1퍼팅 OK
골프에서는 공을 홀컵에 넣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서 퍼팅에서[ref]골프 그린 위에서 컵을 향해 공을 치는 것[/ref] 승부가 갈리기도 합니다. 박정희는 그린 위에서 딱 1번 만 공을 쳤다고 합니다. 타수 계산은 그때그때마다 달랐겠지만, 거의 홀컵에 들어 간 것으로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희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퍼팅을 했는데, 국가의 통치자가 고개를 숙이고 홀컵에 공을 넣는 모습 자체가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다는 설이 있기도 합니다.[ref]월간 골프 2014년 8월호[/ref]

■ 각하전용 캐디
지금은 여성 캐디가 보편화했지만, 1960년대는 모두 남성 캐디였습니다. 1967년 군 골프장이었던 태릉 CC에서 처음으로 여자 캐디를 고용했습니다.

태릉CC에서는 박정희가 골프를 치면 제일 예쁘고 센스 있는 여자 캐디가 '각하 전용 캐디'가 됐고, 박정희는 '오늘은 예쁜 처녀가 동행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골프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박정희의 인격이 어떤지 대충 짐작이 갈 수 있습니다.

'골프는 스포츠. 그러나 공직자의 골프는 비리의 온상'

골프가 결코 나쁜 운동은 아닙니다. 아이엠피터도 미국에 있을 때 산책 삼아 동네 골프장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는 골프를 더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골프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육사 태릉 컨츄리클럽 개장식에 참석해 골프를 치는 박정희 ⓒ국가기록원
육사 태릉 컨츄리클럽 개장식에 참석해 골프를 치는 박정희 ⓒ국가기록원


골프를 ' 참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하며 열심히 쳤던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는 생각외로 골프를 자주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무원은 회원권 없이 골프를 쳐서는 안 된다'면서 암묵적인 골프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이 골프 접대비를 손비처리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던 사람도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골프를 좋아하면서도 공직자의 골프를 금지하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공직자들이 골프를 치면서 '내기 골프'로 뇌물을 주거나 접대를 받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입니다.[ref]노무현 대통령은 공무원의 골프 비리는 민감했어도 골프장에서 각국 대사들과 골프를 치기도 하고, 최경주 선수를 만나기도 하는 등 골프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았다.[/ref]

박근혜골프2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6월 공직자의 골프 금지령에 대해 '골프를 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그런데 골프 칠 시간이 있으실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말이 아이엠피터가 유일하게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발언 중에서 마음에 드는 말입니다. 공무원이 골프를 치는 행위 자체가 나쁠 것은 없지만, 그들이 과연 골프를 칠 시간이 있을 정도로 한가한지, 굳이 골프장에 가서 공무를 수행해야 하는지는 저도 묻고 싶습니다.

특히 고위 공무원들의 골프는 박정희와 같은 '황제골프'가 될 가능성이 항상 높습니다.

골프금지령이 풀리고 골프 활성화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캐디와 같은 특수 고용직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부터 먼저 지켜져야 합니다.

아이엠피터가 볼 때는 지금 골프 금지 해제가 중요한 일이 아닌데, 왜 골프가 중요한 이슈가 됐는지,[ref]골프대회 때문도 있겠지만, 지지율과 새누리당과의 관계 등을 놓고 볼 때는 한가롭게 보인다.[/ref] 참 신기합니다.

아마 조만간 골프장에서 추태를 부리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의 기사가 나올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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