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청문회 활성화법'을 거부했습니다. 5월 27일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황교안 국무총리를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거부권)을 전자결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리라는 예상은 모두 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과정은 너무나 치졸했습니다.

박근혜상시청문회법꼼수

5월 19일 상시 청문회 내용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나흘 뒤인 5월 23일 정부에 송부됐습니다. 5월 24일 정기 국무회의가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처리하지 않았고 5월 26일 아프리카 순방을 위해 출국했습니다.

5월 27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가 열렸고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전자결재로 승인했습니다. 금요일에 벌어진 일입니다.

① 왜 정기 국무회의에서 처리하지 않았나?
-19대 국회 '무력화'작전
박근혜 대통령이 5월 24일 정기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19대 국회에서 임시 국회가 열릴 수 있었습니다. 본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소집 공고를 5월 26일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19대 국회에서는 아예 재의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② 왜 금요일을 노렸나?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금요일의 법칙'
금요일에 정치 뉴스가 나오면 국민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주말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뉴스가 금요일 언론에 보도됐지만, 국민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거부권 행사로 19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끝이 났다는 사실도 모릅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할 수 있는지는 법적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상시 청문회법의 중요성 대신에 정치권의 싸움과 법적 문제로 끌고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결국, 상시 청문회법의 중요성 대신 정치 혐오로 국민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게 하는 교묘한 정치 공작이 벌어질 것입니다.

③ 왜 해외순방 중에 전자결재를 했을까?
-거부권 대리 행사를 통한 '아몰랑' 화법.
해외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 대신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대리 행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거부권 이유로 밝힌 '권력 분립 및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위헌 소지 여부가 중요했다면 6월 7일 예정된 정기 국무회의에서 처리했으면 됩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 대리 행사'를 통해 귀국 후에 '아몰랑' 전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근혜아프리카순방1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벌어진 '거부권 대리 행사'는 2013년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 의결 때도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헌법을 운운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일은 '아몰랑'하고 한국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이 대통령제인지, 총리제인지 헷갈립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원내 대표를 만나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해도 그녀가 보여준 방식은 치졸하다 못해 정치 공작에 가깝습니다. 국민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고 국회 탓만 하는 그녀가 실상은 스스로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제는 19대 국회 임기가 끝났고, 오늘은 20대 국회 임기 개시일입니다. 그러나 이미 19대 국회는 무력화됐고, 20대 국회는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그녀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날짜를 기준으로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임까지는 635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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