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관련 데이터를 보면 전반적인 선거의 흐름과 누가 실질적인 승리를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총 122석을 더민주는 123석을 국민의당은 38석을 확보했습니다. 수치상으로 보면 더민주가 승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득표수 등을 자세히 들어보면 꼭 그렇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20대총선개표결과종합-min

20대 총선의 투표인 수는 2천4백만 명가량이었습니다. 1인 2표였으니 대략 4천8백만 표입니다. 지역구 정당별 득표수를 보면 새누리당이 9,200,690표를 더민주가 8,881,369표를 국민의당이 3,565,451표를 획득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차이를 보면 5,315,918표입니다.

그런데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수를 보면 더민주는 6,069,744표로 국민의당 6,355,572표보다 285,828표가 더 적었습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만큼은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패배한 셈입니다.

국민의당이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제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득표수는 5백만 표 차이이지만 의석수는 무려 85석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총 득표수에 따른 의석수가 오히려 적은 선거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더민주가 호남에서 완패는 아니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대부분 의석을 차지했지만, 더민주 지지자 사이에서는 '완전 패배는 아니다'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일부에서는 호남 지역의 득표율 데이터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주장은 맞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패배가 맞습니다.

호남지역더민주국민의당득표율-min

더민주는 전북에서 366,086표를 국민의 당은 398,321표를 얻었습니다. 차이는 3만여 표입니다. 별로 아닌 숫자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남에서는 5만표, 광주에서는 15만 표로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비례대표 득표를 보면 차이가 더 확실해집니다. 전북에서는 국민의당이 395,984표로 더민주 298,537표보다 9만7천 표를 더 얻었습니다. 전남은 16만 표, 광주는 17만 표로 정당 득표보다 더 격차가 커졌습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산한 전체 득표수를 보면 더민주는 1,770,946표를 국민의당은 2,456,384표를 얻었습니다. 차이는 68만 표로 완전 패배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비례대표 선거는 확실한 국민의당 승리로 봐야'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지역 의석 확보 이외에 비례대표 득표율에서도 승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더민주와 비슷한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20대총선지역별비례대표득표현황-min

20대 총선에서 더민주는 서울, 대구,광주,경기,전북,전남,경북 지역에서 국민의당보다 비례대표 득표율이 낮았습니다. 국민의당은 부산,대전,울산,세종,강원,충북,충남,경남,제주에서 더민주보다 낮았습니다.

국민의당이 지역별로 비례대표 득표율 순위는 밀렸지만, 더민주와의 득표수 차이는 28만 표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따져볼 때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똑같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것은 더민주가 오히려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은 패배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당은 비록 패배했지만, 대전,울산,세종시에서는 불과 2% 미만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더민주가 제주에서 7.18% 더 많은 득표를 했지만, 광주에서는 -24.75%, 전북 -10.53, 전남 -17.58%로 국민의당보다 뒤졌습니다.

단순히 호남지역에서만 국민의당 득표가 높았던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 더민주와 대등한 경기를 벌일 만큼 득표했습니다. 국민의당이 신생 정당이었다는 점을 놓고 보면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확실하게 국민의당이 승리했다고 결론을 내릴 만합니다.

'더민주는 패배의 원인을 국민의당은 장기 계획을 세워야'

국민의당이 비례투표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예측은 했습니다. 왜냐하면, 총선아바타를 다니면서 유권자를 만나면 '국민의당'에 투표하겠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역구 의원은 인물이나 가능성 있는 정당 쪽으로 가지만, 정당 투표에서는 새누리당도 싫고 더민주도 싫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왔기 때문입니다.

▲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자(왼쪽)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마이포토 남소연
▲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자(왼쪽)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마이포토 남소연


대구 지역에서 야당은 더민주 김부겸 후보와 더민주에서 탈당한 무소속 홍의락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득표율이 53%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대구 지역 비례대표 득표수를 보면 더민주가 16.30%를 국민의당이 17.42%를 획득했습니다. 지역구보다 비례대표 득표는 오히려 국민의당이 높았습니다.

결국, 지역구 투표에서는 지역과 인물을 보고 투표했지만, 정당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당을 투표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더민주는 대구에서조차 국민의당보다 정당 이미지가 약했다고 봐야 합니다. 즉 더민주가 정당이라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결론이 납니다.

승리의 원인보다 패배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합니다. 지금 더민주가 과거와 똑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앞으로 국민의당보다 정당 지지율이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보다 1석 더 많다고 승리했다고 자축할 수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19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가를 둘러보고 있다. ⓒ오마이뉴스 조정훈
▲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19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가를 둘러보고 있다. ⓒ오마이뉴스 조정훈


국민의당도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아직 전국적인 지역 조직이나 정당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을 실망하게 하는 행보를 보이면 곧바로 민심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는 '그래도 한 번 더 믿어보자'라는 마음이 있지만, 신생 정당은 '역시나'라는 말이 곧바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민주 지지자 입장에서는 국민의당 승리가 곧바로 더민주의 패배라는 공식을 갖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을 인정하지 않고 패배의 원인을 자꾸 다른 곳에서 찾는다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관점과 시각의 차이가 나옵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전략팀은 20대 총선 결과를 냉철하게 분석해서 유권자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앞으로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대선과 지선은 이 분석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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