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아바타'라는 선거취재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전국을 돌아다닐까요? 야권이 패배하고 여권이 매번 승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단지 정치적 구도와 지역적인 문제만이 승리와 패배의 원인일까요? 지역을 돌아다니며 유권자와 후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김해을 선거구의 김경수 후보 이야기입니다.

'2012년 패배는 당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경수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후보였습니다. 2012년 총선 운동 당시에도 어깨띠에 '노무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이라고 쓰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김경수라는 이름보다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이름의 덕을 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런 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패배였습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을 후보의 인터뷰 모습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을 후보의 인터뷰 모습


김경수 김해을 후보는 2012년 선거를 '준비 안 된 선거의 전형적인 선거'라고 밝혔습니다. 명함을 돌리면 ' 아 노무현 대통령 비서관, 어디서 들어본 적 있다' 정도의 반응뿐이었습니다. 김경수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경수 후보 또한 김해을에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012년 김해을 선거는 김경수라는 후보도 선거캠프도 선거를 치르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이유는 짧은 기간에 후보 결정이 이루어졌고, 선거운동도 100일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김경수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타이틀을 너무 믿었습니다. 대통령의 고향 진영읍이 포함돼 있기에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2012년 총선 패배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자 예견됐던 일이었습니다.

'이제 대통령의 고향을 떠납니다.'

20대 총선에서는 선거구가 통합, 분리되는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까지 김해을 선거구였던 진영읍·한림면·회현동이 김해갑으로 분리됩니다.

▲19대 총선 김해을 투표결과, 20대 총선에서는 김해을에 속했던 진영읍·한림면·회현동이 김해갑으로 분리된다.
▲19대 총선 김해을 투표결과, 20대 총선에서는 김해을에 속했던 진영읍·한림면·회현동이 김해갑으로 분리된다.


김해을에 속했던 진영읍이 김해갑으로 넘어가는 것을 김경수 후보에게는 굉장히 불리합니다. 진영읍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2012년 총선 득표율을 보면 진영읍에서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는 7,566표를 득표해 8,618표를 얻은 김경수 후보보다 1,052표가 뒤졌습니다. 김경수 후보에게 유리했던 진영읍이 김해갑으로 넘어감으로 김 후보는 이제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장점을 잃게 됐습니다.

다행히 한림면·회현동 등 김경수 후보에게 불리했던 지역도 넘어가 한숨은 돌렸지만, 따져보면 유리하거나 불리하지도 않은 그냥 똑같아진 셈입니다.

▲ 김해에서 만난 시민들은 천하장사 출신으로 방송 활동만 했던 이만기 후보의 정치 경험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 김해에서 만난 시민들은 천하장사 출신으로 방송 활동만 했던 이만기 후보의 정치 경험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해을 지역에는 천하장사 출신으로 방송 활동을 했던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가 출마합니다. 이만기 후보가 인지도는 높지만, 정치적 경력과 경험이 없다는 사실에 일부 유권자는 김경수 후보의 정치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고향마저 지지기반으로 삼을 수 없는 김경수 후보는 이제 풍부한 정치 경험과 꾸준하게 김해에서 활동했던 성실성만으로 20대 총선을 치러야 합니다.

'카톡으로 부르면 어디든 간다'

2012년 패배 이후 김경수 후보의 삶은 바뀌었습니다. 지난 4년간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 아닌 김해의 정치인 김경수로 살아갔습니다. 김해 전 지역을 발로 뛰면서 살았습니다. 김경수 후보가 아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단톡방을 통해 김해 지역의 시민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떤 정책과 공약을 펼쳐야 좋을지 의견을 듣기도 했습니다.

▲ 김경수 후보의 이야기를 앱으로 재구성한 내용
▲ 김경수 후보의 이야기를 앱으로 재구성한 내용


김경수 후보가 단톡방에서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니 이런 일도 생겼습니다. 언젠가 동네 사람이 김경수 후보를 카톡방에서 불렀습니다. 오늘 뭐 하냐고, 별일 없으면 우리 집에 와서 밥이나 먹으라고. 김 후보는 무슨 회갑이나 칠순잔치인 줄 알았지만, 말 그대로 그냥 식구들끼리 밥 먹는 자리였습니다. 김 후보는 가서 진짜로 밥을 먹고 왔다고 합니다.

정치인을 욕하지만 실제 만나면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권력을 무서워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장점은 권력자가 흔히 가지고 있는 권위 의식이 없었습니다. 그냥 동네 사람처럼 국민과 더불어 살았고, 표를 얻기 위한 어른 유권자보다 아이들을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을 유독 좋아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유치원을 지나치지 못하고 들려보는 김경수 후보 ⓒ노무현재단,김경수후보페이스북
▲아이들을 유독 좋아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유치원을 지나치지 못하고 들려보는 김경수 후보 ⓒ노무현재단,김경수후보페이스북


새누리당 의원들이 당선됐던 지역구에 가서 의원들 보신 적 있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 그 사람들이 평소에 내려오나, 선거 때나 내려오지'라는 말입니다.

김경수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잘 배운 점이 있다면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점입니다. 정치인은 유권자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략공천 등으로 내려온 야권 후보를 지역 주민들이 싫어합니다. 이미 김경수 후보도 2012년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알지 못해 패배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지역구 후보라면 상대방도 후보자를 알고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그저 당을 내걸고 누구의 사람을 자랑하는 정치적 발언만으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습니다.

 

2012년 김경수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으로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타이틀은 가슴에 묻어 놓고 당당하게 자신의 힘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합니다.

누구의 사람이라고 자랑하기보다 배운 것을 가지고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뛰어넘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원하는 삶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발 야당이나 여당이나 누구의 사람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자신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본연의 실력으로만 선거를 치렀으면 합니다.

김해을에 출마한 김경수 후보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 아이엠피터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속으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김경수 후보는 당신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거의 결과를 떠나 그가 환하게 웃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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