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총선특집으로 전국을 취재하는 #총선아바타 '아이엠피터가 간다'의 취재 이야기입니다. #총선아바타 '아이엠피터가 간다'는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 길바닥저널리스트, 국민TV 김종훈 기자, 최욱현 PD가 함께하는 선거 프로젝트 취재 입니다. 2~3일 한 번씩 정치블로거가 취재과정에서 느낀 솔직한 이야기를 게재합니다.

▲공항에 도착해 장비를 확인하는 취재팀.
▲공항에 도착해 장비를 확인하는 취재팀.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했다. 흔히 1인미디어라 부르는 아이엠피터 네가 어떻게 천만 원이 넘는 취재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느냐고 손사래를 쳤다. 메이저 언론도 하지 못하는 일을 1인미디어가 그것도 사람들이 잘 보지 않고 재미없는 정치블로거가 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필리버스터 중단과 테러방지법 통과가 이슈였다. 과연 우리가 취재하는 얘기를 얼마나 보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나마 믿고 있는 소셜미디어에서도 우리의 시작은 관심 밖이었다.

시작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촬영팀이 타고 다니는 차량에 부착할 '아이엠피터가 간다' 스티커를 놓고 왔다.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는 탑승권을 잊어버려 공항에서 박 기자를 찾는 방송이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촬영장비는 공항 검색대에 발이 묶여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카메라에 들어갈 메모리를 빼놓고 왔다.

제주공항에 길게 늘어선 택시기사의 인터뷰부터 시작했다. 사이다 같은 인터뷰가 나오길 기대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은 '그놈이 그놈이지, 뭐 우리가 얘기한다고 되겠어'라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누가 출마했는지, 어떤 공약을 내놓았는지 몰랐다.

택시기사들은 자신들이 제일 약자라고 말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단다. 그런데 바뀌지 않는다고 포기한다. 인터뷰 도중에 '목소리를 내세요, 그래야 바뀝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 했다.

▲제주 봉개동에 위치한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촬영하는 취재팀
▲제주 봉개동에 위치한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촬영하는 취재팀


제주 4.3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의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다. 돌연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연락이 왔다. 제주 4.3사건 재심사 때문이었다. 급하게 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 스케치 화면을 담으려고 취재요청서를 보내고 허락을 받았다.

취재팀에게 꼭 제주 4.3사건의 실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4.3사건 추념식에 대통령이 불참했다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막상 왜 제주4.3사건이 우리 현대사에서 중요한지는 잘 모른다. 제주 사람들이 왜 4.3사건을 입에 떠올리기 싫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피터 선배, 또 와요'
'나중에 시간을 두고 집중적으로 취재해봐요'

다행이었다. 단순히 촬영만을 위한 방문이 아니라 몸으로 느꼈나 보다. 그동안의 활동으로 처져있던 본능이 되살아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조금은 제주도민이 마음에 품고 있는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김 기자의 기록

총선아바타, 제주입니다. 첫날이네요. 어제는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눈 떠보니 어느새 제주입니다. 숙소는 피터 선배의 배려로 한라산 줄기 어느 자락의 조용한 펜션입니다. 밤하늘의 별, 오랜만에 검은 하늘에 총총히 박혀 있는 모습을 봅니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지.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으로 결정됩니다.

오늘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인터뷰를 했어요. 완전 현장 밀착형이죠. 처음에 인터뷰를 고사하던 택시기사 아저씨, 이야기를 풀어가니 제주 민심이 여실히 느껴지게끔 전해주시더라고요. 제주 공항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람이라면, 특히 렌터카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요. 지금 당장 보여드리고 싶지만, 보다 높은 퀄리티를 위해 핵심만 뽑아서 내일 오전 중에 공개하겠습니다.

이후엔 4.3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제주와 4.3,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죠. 피터선배의 설명을 들으며 내부 촬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념관 옆 오름에서 ‘더아이엠피터' 21회를 녹화했습니다. 피터 방송 최초로 야외 촬영을 한 거죠. 솔직히 할 만하더라고요. 화면도 너무너무 예쁘고요. 정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번 주 금요일(5일) 방송을 기대해주세요.

아무튼 첫날은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물론 숙소에 돌아와서도 편집 하나를 두고도 격론이 오갔지만… 완전 다른 삶을 살아온 네 남자가 한 방에서 뒹굴고 있으니, 당연한 수순이라고 봅니다. 보다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약속드릴게요. 전체 일정 중 이제 하루가 지난 겁니다. 딱 하루... 그래서일까요. 피터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한달에 25개 정도의 글을 쓰면 5개 정도만 많이 회자된다. 결국 꾸준하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저도 동의합니다. 만약 야당이 이번 필리버스터를 끝까지 보여줬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요. 결과가 많이 달라졌겠죠. 그런 점에서 저희 4명은 꾸준히, 지치지 않고 총선이 끝날 때까지 현장 밀착형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한가지 더 소식 전하면, 피터 선배, 길바닥 선배, 최욱현 피디와 함께하는 일정과는 별개로 다음 주 월요일이면 국민티비 차원에서 데일리 선거 방송이 들어갑니다. 저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중계 혹은 제작물 형태로 최피디와 생방을 진행하게 되고요. (금요일은 총선특집 ‘The아이엠피터’가 나갑니다) 첫 중계는 아마 김해에서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을 노무현 대통령 계신 봉하에 가서 중계하려 합니다. 가서 김해을 출마한 김경수 후보와 이만기 후보 이야기도 좀 담고요. 이에 앞서 다가오는 주말엔 부산으로 향합니다. 영도에 가서 김무성-김비오, 사하에서 조경태-오창석 등등 부산 이야기도 열심히 취재하겠습니다.

정말 끝으로 한가지만 더 강조할게요. 도시를 떠날 때마다 20분 내외의 제작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주편, 부산편, 광주편, 대구편… 우리 국민티비 조합원과 시청자 여러분, 유권자분들이 어디서든 쉽게 꺼내볼 수 있도록 하는 제작물입니다. 후보자-유권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서 풀어내겠습니다. 열심히 공들이고 있습니다.

자정이 살짝 넘은 이 시각, 솔직히 네 남자... 애쓰고 있습니다. 각자 소망하고 열망하는 것들을 피워내기 위해서요. 내일이면 저희가 준비한 첫번째 트레일러 영상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살짝 봤는데, 많이 좋습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 다하겠습니다. 내일 영상 보시고, 마음이 동하면 저희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과 후원 부탁드릴게요. 45일 총선아바타&총선유랑, 첫날 기록은 여기까집니다. 고맙습니다.

내일도 최선다하겠습니다

 

김 기자가 쓴 글을 보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팀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으로 마음이 아팠다. 고작 1박에 5만원짜리 방에 자면서 호사라고 말하고, 그마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참 능력 없는 사람이라는 자책감도 들었다.

밤새 왜 내가 이것을 시작했을까라는 반문을 해봤다. 말도 잘 못하고, 외모도 호감형이 아닌 살빠진 김정은 소릴 듣는 내가 가뜩이나 없는 돈으로 뭘 믿고 시작했지 후회도 조금 됐다.

딱 봐도 이번 총선아바타는 재미가 없다. 그런데 왜 할까?

▲ 제주 오름 부근에서 'The 아이엠피터'를 촬영하고 있는 아이엠피터, 국민TV 김종훈 기자,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
▲ 제주 오름 부근에서 'The 아이엠피터'를 촬영하고 있는 아이엠피터, 국민TV 김종훈 기자,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


올해는 총선 내년에 대선, 그다음 해는 지방선거가 있다. 지역 민심이 어쩌고 얘기한다. 그러나 전국을 돌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취재하는 기자는 드물다. 주류 언론이 외면하는 지역의 고민과 유권자를 위한 후보자의 민낯, 정치블로거라도 전달해야 한다는 똥고집을 피웠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글로 전달하기 힘들까 봐 영상 취재팀도 불렀다.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많이 보는 글과 영상만이 아닌 지역 시민들의 잔잔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다른 지역에도 '여기 이런 일이 있어요'라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일곱 살 딸아이 에스더는 아빠가 하룻밤만 자고 오는 줄 안다. 앞으로도 마흔두 밤을 더 자야 딸을 만날 수 있다. 정치블로거로 살면서 돈 꾸러 다니는 일은 시키지 않았는데, 아마 아내는 조만간 창피함을 무릅쓰고 전화기를 붙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두렵다. 하지만 설렌다. 내 평생에 다시 오지 않을 20대 총선을 전국 현장에서 취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기자가 옆에서 흥얼거린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작지만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수첩과 카메라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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