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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때문에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는 나라

2016년 2월 2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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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때문에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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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국무총리실 보도자료 ⓒ국무총리실

1월 31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공항 테러․보안 강화대책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테러방지법’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강조했습니다.

황교안 총리가 ‘공항 테러․보안 강화대책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 이유는 며칠 전 있었던 인천공항 밀입국 사태와 아랍어 쪽지 때문입니다. 인천공항 점검 후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라면서 테러방지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 과연 신빙성이 있을까요?

‘최근 3년간 항공보안법 위반 121건, 그중 98건이 흡연’

항공기와 공항의 보안과 안전,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인천공항 내 범죄가 얼마나 발생하고, 어떤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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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인천공항에서 발생한 범죄는 총 965건입니다. 이중 절도 298건, 항공보안법 위반 121건, 점유이탈 98건, 폭행 98건, 기타 250건이었습니다. 여기서 절도나 점유이탈 등의 범죄를 제외한 테러방지법과 밀접한 항공보안법 위반 사례를 보겠습니다.

항공보안법 위해사범을 보면 총 121건 중 흡연이 98건, 추행 6건, 폭행 5건, 소란 12건이었습니다. 항공보안법이라고 명칭은 부르지만 실제 가장 많은 범죄 유형은 흡연이었습니다. 흡연은 공항 내보다는 기내 화장실 등에서의 흡연을 말합니다.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근거로 필요한 항공보안법 위반 범죄의 대부분이 흡연이라는 사실은 굳이 총리가 국회에 테러방지법 통과를 강조할 만큼 위험하냐는 반문을 하게 됩니다.

‘테러방지법 VS 항공보안법’

‘밀입국 사태가 벌어졌으니 테러의 위험성이 높아졌다. 빨리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정부, 그러나 테러방지법에는 밀입국 관련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 항공보안법에 관련 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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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보안법 1장 2조 ⓒ아이엠피터

항공보안법에는 ‘불법방해 행위’를 정의해놓고 있습니다. 불법방해 행위를 보면 항공기 및 공항 안전 시설을 파괴하거나 손상시키는 행위와 범죄의 목적으로 무기 등을 반입하는 행위 등을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밀입국 사건처럼 보호구역에 무단 침입하는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항공기나 공항 안전이 필요 없으니 테러방지법이 필요 없다가 아닙니다. 항공보안법에 다 명시되어 있는데 굳이 왜 테러방지법을 또 만드느냐는 것입니다.

인천공항서 강제 출국 수속 중 외국인 2명이 도주했습니다. 테러방지법이 없어서 문제일까요?

제24조(수감 중인 사람 등의 호송) ① 사법경찰관리 또는 법 집행 권한이 있는 공무원은 항공기를 이용하여 피의자, 피고인, 수형자(受刑者), 그 밖에 기내 보안에 위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사람(이하 이 조에서 “호송대상자”라 한다)을 호송할 경우에는 미리 해당 항공운송사업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13.4.5.>
② 제1항에 따른 통보사항에는 호송대상자의 인적사항, 호송 이유, 호송방법 및 호송 안전조치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③ 제1항에 따라 통보를 받은 항공운송사업자는 호송대상자가 항공기, 승무원 및 승객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법경찰관리 등 호송 공무원에게 적절한 안전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④ 호송대상자의 호송방법, 호송조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3.3.23.>

항공보안법 제24조에는 수감 중인 사람등의 호송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또한 제25조 범인의 인도,인수에 관한 규정도 있습니다. 관련 법안이 있다는 사실은 테러방지법이 문제가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테러방지법이 없어서가 아닌 비정규직 보안 요원 문제’

1월 29일 오전 5시 베트남인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일본행 환승 비행기를 타지 않은 베트남인은 2층 입국장에 있는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 문을 강제로 열고 나갔습니다. 당시 경고벨이 울렸지만 보안요원이 없어 베트남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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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인하대 이진숙

공항 내 보안문제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경찰이 아닌 공항공사의 하청을 받는 보안업체입니다. 보안검색요원이나 경비보안요원들이 인천공항 내 보안과 검색, 경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공항도 검색과 보안은 대부분 민간업체가 맡고 있으므로 하청을 받는다고 큰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전문 업체가 보안을 담당하거나 경력직 요원인가는 우리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005년 국정감사에서 한국공항공사 보안검색원 총 546명 중 148명이 1년 미만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이직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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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보안검색요원의 이직률은 21%, 경비보안요원의 이직률은 14%였습니다. 검색,보안 요원이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전문성과 경력이 미비한 사람들이 공항 보안에 투입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2013년 국토부의 ‘인적요인이 항공 보안검색 미치는 영향 및 관리방안 연구’에서도 보안,검색 요원의 47.6%가 근무 3년 미만이었고, 6개월 미만도 18.7%나 됐습니다.

보안검색 요원들의 60.4%가 현재 근무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인력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도, 경험 부족이 힘들다고 대답했습니다. 보안검색요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승진기회 등이 제한되어 있고 비정규직이라는 신분과 저임금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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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아시아나 기내 승객 잠입 대책과 2016년 밀입국 대책 보도자료 ⓒ국토교통부

2013년 중국인 승객 3명이 아시아나 기내에 잠입해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다가 적발됐습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출입문 잠금장치 의무화’, ‘보안스티커’ 등을 개선하도록 지시해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 중국인 밀입국 사건이 벌어지자 국토교통부는 ‘출입증 확인 후 출입 방안’을 추진하고 ‘보안검색대 이중 잠금조치’와 센서 등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입증 관련 법안이 있지만 지난 5년간 무려 1,584건의 출입증 분실이 있었고, 출입증 부정 사용도 139건이나 됐습니다. 인천공항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검색보안 요원의 인력 부족 대책은 없고 매번 미봉책에 불과한 대책만 놓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이 테러의 위험이 현저히 낮거나 전혀 가능성이 없으니 테러방지법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법은 항공보안법으로 충분하고 보안검색요원의 인적문제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도대체 테러방지법으로 무엇을 하려고 자꾸 테러방지법만 통과시켜달라고 하는지, 정부의 의도가 더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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