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1월 강남 일대에 걸린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새누리당 홍보 현수막 ⓒ트위터@greynohri
▲ 2015년 11월 강남 일대에 걸린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새누리당 홍보 현수막 ⓒ트위터@greynohri


지난 2015년 11월 3일 수도권 지역에는 '신용카드 수수료 최대 50% 인하, 새누리당이 해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습니다. 11월 2일 새누리당과 정부가 당정협의를 거쳐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신용카드 수수료 대폭인하 새누리당이 해냈습니다'라는 카드뉴스까지 만들어 적극 홍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는 새누리당만의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 전국의 식당 주인 7만5천여 명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이 자리에 참석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약속했습니다. 이후 여야는 함께 노력했고, 11월 2일 카드 수수료 인하를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2015년 11월 2일에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가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해 노력했다고 발표하자 11월 3일 오전 새누리당은 '우리가 당정협의를 거쳐 카드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는데, 야당이 자기들이 한 것처럼 플래카드를 길거리에 내걸고 있다. 얌체 짓, 몰상식한 짓이다'라며 발끈했고 이날 수도권 지역에 잽싸게 엄청난 양의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여야 간 현수막 전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카드사 30여 만개 가맹점에 수수료 인상 기습 통보'

카드수수료 인하가 발표되고 불과 두 달이 지나지 않은 2015년 12월 말부터 30여 만개의 카드 가맹점에는 카드사로부터 카드수수료가 인상된다는 통지서가 날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카드수수료가 인하된다고 좋아했던 카드가맹점들은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셈입니다.

▲ 카드사의 카드수수료 인상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해명자료 ⓒ금융위원회
▲ 카드사의 카드수수료 인상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해명자료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 발표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은 가맹점이 발생한 이유가 연매출이 증가해서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소액결제 건수가 늘어나 밴수수료 비용이 늘어난 점도 수수료 인상의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카드수수료 인하를 자영업자들이 요구한 이유는 현금보다 카드결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밴수수료가 결제 건당 지급된다는 이유만으로 카드수수료가 인상된다면 동네약국, 의원, 편의점, 슈퍼마켓 등 골목 구석구석의 동네가게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특히 카드사가 6개월 유예나 단계적으로 조정해주던 수수료율 조정 조치도 올해 폐지됐기 때문에 동네가게들은 오히려 손해입니다.

30여 만개의 동네 가게들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힘든 상황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만 믿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됩니다.

'가맹점의 97%가 혜택 받는다는 자료는 거짓이었나?'

금융위원회의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불과 두 달여 전에 금융위원회는 '전국 238만 개, 전체 가맹점의 97%'가 0.3~0.7%p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받는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2015년 11월 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보도자료와 2016년 1월 8일 발표한 보도자료 ⓒ금융위원회
▲2015년 11월 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보도자료와 2016년 1월 8일 발표한 보도자료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2015년 11월 2일에는 전국 238만개, 전체 가맹점의 97%가 해당한다고 해놓고, 2016년 1월 8일에는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을 전체 가맹점의 81%'라고 기재해놨습니다. 도대체 3억 원 이하에 해당하는 가맹점은 정확히 몇 %인가요? 요새처럼 경기가 안 좋은 불황에 갑자기 매출액이 훌쩍 뛰어넘은 가맹점은 도대체 몇 군데였을까요?

금융위원회가 카드수수료 인하 발표를 하면서 해당하는 카드가맹점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조사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카드사의 반발은 이미 예상된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제대로 된 대응책이나 정확한 조사도 하지 않고 그저 언론 홍보에만 매달렸습니다. 졸속행정과 무능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정 협의 없었다? 30여만 카드가맹점은 이제 나 몰라'

금융위원회는 카드수수료 긴급 인상에 대해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언론보도가 나오자 오히려 생뚱맞게 '일부 언론의 1.15일자「카드수수료 인하 당정협의」보도와 관련하여, 1.15일에 당정협의를 개최한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보도 참고 자료를 올립니다.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개최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개최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금융위원회가 알리고자 하는 것은 30여만개 가맹점에 대한 대책을 더는 세우지 않겠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새누리당과 협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일까요?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별로 가맹점애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카드사 전화번호만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단순히 카드수수료인하를 금융위원회가 발표하기보다는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에 포함된 '카드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을 제외한 일반가맹점에 대해서 가맹점 평균수수료의 110%, 즉 2.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법안이 통과됐어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배포한 카드수수료 인하 현수막 문구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배포한 카드수수료 인하 현수막 문구 ⓒ새누리당


연매출 3~5억원을 올리는 가맹점의 실질적인 연간 소득을 보면 3000~5000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소액결제 등으로 발생하는 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기국회에서 우대수수료 적용대상 확대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을 끝까지 반대한 곳이 새누리당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카드수수료 인하를 해냈다고 동네방네 현수막을 걸고 자랑했습니다. 30여만개의 가맹점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대책을 세워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당정협의조차 하지 않고 여전법(여신전문금융법)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30여만 가맹점주들 정도는 이제 새누리당에게는  귀찮아진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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