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어효은 씨는 청년예술가네트워크 소속 청년예술가들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다양한 사회 예술 퍼포먼스를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 그녀들은 지난 6일 서울 일본 대사관 앞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에 맞서 '효녀연합'이라는 피켓을 들었고,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는 국민TV에서 'The 아이엠피터'를 진행하고 있는데, 오늘 글은 이날 출연한 홍승희,어효은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효녀연합홍승희어효은1

청년예술가네트워크 회의 때문에 4시로 예정된 녹화는 4시40분에서야 시작됐다. 녹화가 시작됐지만 당황했다. 홍승희씨는 그나마 인터뷰를 많이 했던 사람이었지만, 같이 활동하는 어효은씨는 스튜디오 녹화가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들이라 활발할 줄 알았는데, 목소리와 행동이 속삭이듯 너무 작고 느려 처음에는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녹화 도중 돌연 눈물을 흘리는 그녀들을 보면서 또 한 번 당황했다.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소위 이쪽 바닥에서는 스타급 인물이 왜 생뚱맞게 울지? 웃으며 겨우 넘겼지만, 초보 진행자 입장에서는 녹화를 어떻게 했는지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불쾌했던 배후설 질문,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청년예술가'

원래 녹화 때 통합진보당 당원 관련 질문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홍씨는 질문을 빼달라고 했다. 자신의 예술활동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모습이 불쾌했고 자신으로 인해 다른 청년예술가들까지 비난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녹화 때는 단순히 '배후설이 나도는데 진짜 배후가 있느냐?' 정도의 질문만 했다.

녹화가 끝나고 카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별거 아닌 내용을 이번 기회에 털고 가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홍씨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홍승희언론가공1-min

홍씨의 걱정은 언론이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모습이었다. 홍승희씨의 메시지는 가공되고 소비되면서 진영논리로 분류됐다. 정치 도구화되는 과정에서 스타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원한 것은 스타도 아니었다. 영웅이 한순간에 마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자신이 유명해지면서 묵묵히 활동하고 있는 다른 청년예술가나 밤새 소녀상을 지키며 싸우고 있는 시민과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

홍승희씨가 우려와 걱정은 이미 진보 진영 쪽에서 벌어지는 일상이다. 어떤 이슈가 터지면 영웅이라며 한껏 치켜세웠다가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배신자, 변절자 등으로 부르며 타락했다고 경멸하기까지 한다. 청년예술가들이 원하는 것은 스타가 아니라 그들이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 메시지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고 여기에 각종 양념을 더 하고 있다. 마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에 빨간색을 덧칠하는 것처럼....

'부모에게 딸의 연락처를 묻는 치졸한 경찰'

연극배우 어효은씨의 고향은 속초이다. 춘천을 거쳐 서울에 올라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어효은씨는 녹화가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가야 했다. 연극배우의 배고프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극단에도 들어가기 힘들어졌다. 청년예술가로 퍼포먼스를 벌이다 보니 쉽게 배역을 딸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효은경찰-min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는 내면의 세계를 예술로 표현하는 그녀이지만, 경찰의 집요하고도 치졸한 모습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경찰이 수시로 부모님께 전화해서 딸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이유 때문이다. 어효은씨의 연락처를 알고 있음에도 구태여 부모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가족을 압박해 그녀를 괴롭히겠다는 의도이다.

요새 어효은씨는 조사 때문에 춘천으로 오라는 경찰의 요구에 걱정이 태산이다. 내려갈 차비조차 없는 상황에서 관할 경찰서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계속 무시당하고 있다. 너무나 목소리가 작아 귀를 기울여야만 겨우 들을 수 있는 어효은씨의 모습을 보면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녹화가 끝난 후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홍승희, 어효은씨는 청년예술가들이 연습하고 회의할 수 있는 작업실이라고 말했다. 퍼포먼스를 준비할 재료비 마련도 힘들다고 했다. 이들을 누가 거창한 사회 퍼포먼스 활동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이엠피터 눈에는 가난한 예술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 인간으로서 옆 사람의 고통에 공감한 것뿐이다'

홍승희씨가 매번 말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문장이다. 인간의 고통을 거래하지 말자는 표현이었다. 그녀가 세월호 참사 이후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인 이유는 한 인간으로서 옆 사람의 고통에 대한 표현에 불과했다.

사회와 정치인들이 가만히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예술가의 활동이 더 환해보일 뿐이라는 홍승희씨.
사회와 정치인들이 가만히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예술가의 활동이 더 환해보일 뿐이라는 홍승희씨.


그저 옆 사람의 고통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표현했지만, 그녀는 스타로 만들어졌다. 그녀가 잘나서일까? 홍승희씨는 현재 우리 사회가 너무 깜깜해 자신의 작은 불빛이 너무 환해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해외 같으면 단순히 젊은 예술가의 퍼포먼스에 불과했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녀의 행동에 각종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전쟁의 도화선처럼 서로를 대립하게 만들고 있다.

누군가의 고통을 동감하고 표현하는 일에 자꾸 색이 더해진다.
청년예술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일은 '인간에 대한 예의'였는데, 그저 '효녀연합'만 남았다.

아픈 시대일수록 개인의 성취나 개인의 잘못은 부풀려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영웅과 마녀와 독재자는 동시에 나타납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영웅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더 많은 연결망이 필요해요. 연결망을 담보할 시스템이요.
애정의 관계가 확대된 게 인간다운 세상입니다. 두려움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곁에 선 우리가 있기 때문이에요.



20160109 한일합의 무효 국민대회 -홍승희

홍승희와 어효은이 밝힌 '효녀연합' 진실은? (인터뷰는 38분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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