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정일과 핫라인 유지했던 박근혜의 국가관

2012년 6월 5일

김정일과 핫라인 유지했던 박근혜의 국가관

대한민국이 통합진보당 사태와 함께 ‘종북’,’주사파’라는 단어가 언론을 휩쓸더니, 이제 임수경 민주당 의원의 ‘탈북자’,’변절자’ 발언으로 ‘국가관’이라는 쟁점이 등장했습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정서상 ‘국가관’은 보수 우익 세력에는 지도자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고, 진보세력에게는 전쟁 위협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연일 터지는 ‘색깔론’과 함께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기자들이 ‘국가관’에 대한 질문을 하자, “오늘은 아무 이야기 안 하겠다. 오늘은 비례대표 모이는 자리” 라는 말과 함께 ‘국가관’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제가 볼 때 박근혜 전 위원장이 ‘국가관’이라는 쟁점을 그녀가 회피한 것은, 정치적 빌미가 될 수 있는 발언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그녀의 정치 전략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 정치 전략과 다르게 우리가 생각해 볼 몇 가지 일들이 그녀에게 있습니다.

‘ 김정일과 독자적 핫라인을 가졌던 박근혜’

대한민국에서는 북한과 접촉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국가보안법의 처벌을 받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대인접촉,정보수집,정보열람,방북 등은 철저하게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북한과 연락할 수 있다는 발언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적과의 내통’에 해당합니다.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연락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표가 북한과 남한에 있는 적십자 전화나 공식 핫라인 전화를 이용해 김정일과 연락할 수 있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철저하게 독자적이면서 개인적으로 김정일과 연락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함을 시사했습니다.

사실 정보기관의 수장이나, 통일, 외교부 관련 고위 공무원이 아니면서 개인적으로 북한과 연락할 수 있는 사실 자체가 ‘국가보안법’상 중 범죄에 해당합니다. 그것은 보안상 적에게 국가 기밀을 언제든지 넘길 수 있는 연락 수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이런 주장으로 수사기관이나 사법부로부터 어떠한 수사를 받았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 김정일 전용기까지 타고 방북했던 박근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이렇게 김정일과 핫라인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2002년 5월 방북을 해서 김정일을 만났던 사건에서 비롯됩니다.

박근혜는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는 ‘유럽-코리아재단’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이 재단의 제안을 받아 북한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박 대표는 베이징에서 1박을 하고 일반인처럼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돌연 김정일이 자신의 전용기를 보냈고, 박 대표는 김정일 전용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합니다.

▲ 김정일과 박근혜는 속기사만 배석시키고 1시간 가량 비밀회동을 나누었다.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는 백화원 초대소에서 보통 방북 인사들이 1박 2일 머무는 것에 비해 3박 4일이라는 긴 일정을 북한에서 보냈습니다. 또한, 김정일과 속기사만 둔 상태에서 1시간이나 둘만의 비밀회동을 했습니다. 이것은 공식적인 방북 인사조차도 하기 어려운 만남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이때 나누었던 박근혜 대표와 김정일의 만남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 김정일 박근혜 대표가 만나 나누었던 주요 대화
“아버지 대에서 이룩하지 못한 7.4 공동성명의 열매를 맺자”
“분명히 약속했죠?”- 김정일에게 서울 답방 요청
“고통스런 일을 겪은 것을 안됐다 생각합네다” – 육영수 여사 저격을 염두에 둔 김정일의 대화
“당시 관련자들을 다 처벌했다”-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을 사과하면서

○ 김정일,박근혜 회담 합의 사항
`금강산댐 남북공동조사단 구성’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와 이를 위한 동해철도 연결’
‘북한 축구단과 보천보 악단 초청 수용’

○ 박근혜 대표 방북 후 김정일에 대한 평가
“대화하기가 편한 사람으로 느꼈다”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 것 같다”

박근혜 대표는 어떤 특사나 정부의 공식적인 방북이 아닌 순수한 ‘유럽-코리아재단’이사의 자격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방북하고 난 뒤에 정치권에서는 ‘중단된 남북관계가 머지않아 정상화될 것’이라는 논평까지 내놓으면서 그녀의 방북을 어떤 특사나 공식적인 방북처럼 인정했습니다.

‘정치인에게 북한은 단순히 ‘빨갱이’일까?’

오늘 제가 박근혜 전 대표의 김정일 핫라인과 북한 방북기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빨갱이라고 공격하기 위해서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방북에는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2002년 방북을 했던 박근혜는 ‘한국미래연합’이라는 한나라당 탈당 소규모 정당을 이끄는 초선 의원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방북하고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김정일과 이회창의 관계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일은 이회창을 싫어했고, 오죽하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 왜 안오셨습니까”라면서 “혹시 이회창 총재가 못가게 했습니까”라는 발언을 했겠습니까?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2002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오자 그해 11월 박근혜는 한나라당에 복당하고, 이회창 총재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바로 박근혜를 수용함으로 이회창을 싫어하던 김정일과의 국면을 전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라는 인물이 북한 김정일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면서 정치적 확장을 꾀하자, 보수우익은 그녀를 공격했습니다.

▲ 보수우익의 대표적인 인물인 조갑제씨가 홈페이지에 올린 박근혜 비판 글

조갑제씨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2002년 방북을 언급하면서 “김정일을 만나고 온 뒤로는 그로부터 북한정권의 만행에 대한 본질적 비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이 기간에 북한정권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온갖 협박, 도발, 거짓말, 공작을 해왔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박 의원으로부터는 후련한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라면서 그녀를 향해 비난을 했습니다.

이런 비난이 보수우익 쪽에서 들려오자, 박근혜 전 위원장은 국가관이나 안보 논리에서 갑자기 보수우익의 행동과 뜻을 같이하는 정치적 행보를 합니다.

북한과의 핫라인을 가지고 있던 박근혜 전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을 분명히 밝히면서 “국회라는 곳이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다루는 곳인데,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또 국민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과거 행보와는 다른 발언을 했습니다.

북한 김정일에게 환대를 받았던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조문단을 보내는 일에 대해서는 ‘불가’라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누구도 받지 못한 개인적인 환대를 받은 사람치고는 아주 단호한 태도였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박근혜와 같은 사람은 절대로 북한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입니다. 박근혜와 같은 정치인에게 북한은 정치적 상대이지 적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북한과 손을 잡기도 하고, 북한을 적대시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자신은 이렇게 하면서 ‘북한과 대화하자’,’전쟁보다 평화가 우선’이라는 주제를 내세우는 사람을 ‘종북주의자’라는 색깔론을 입혀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주사파’.’종북주의자’ 때문에 대한민국 안보가 위태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주체사상’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2012년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주사파’가 무엇인지 김일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사람들이 태반인 세상입니다.

▲1970년대 북한 김일성을 돼지로 묘사하며 반공의식을 주입시켰던 만화영화 ‘똘이장군’

2012년을 사는 국민은 옛날 ‘똘이장군’을 보면서 김일성이 괴물이라는 생각을 하는 어린아이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사상이 가진 어리석음과 편협함, 그리고 남과 북이 전쟁보다 평화를 통해 생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이런 국민의 생각을 단순히 ‘종북주의자’,’국가관’,’안보’라는 색칠을 하면 누가 편해지겠습니까? 바로 정치인들입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문에 손해 본 사람은 박근혜이고, 이명박 후보는 지지율이 급성장했습니다. 이처럼 정치인들에게 북한과 안보논리는 자신의 정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국가관’이라고 규정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이 평화롭게 살기 위해 국방력은 최고로 갖추고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여 평화를 추구하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관’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오로지 정치인들이 국민을 조종하기 위해 만든 ‘북한,종북,빨갱이,국가안보,반공론’과 같은 약물은 더 이상 국민에게 먹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국가관’의 기본이자, 최종적으로 정치인이 가져야 할 국민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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