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십알단’,’박사모 사이버 전사’를 아시나요?

2012년 10월 25일

‘십알단’,’박사모 사이버 전사’를 아시나요?

며칠 전에 ‘피터님, 피터님 글만 RT 하면 누가 자꾸 뭐라고 해요. 혹시 이 사람이 요새 말하는 십알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서워요’ 라는 쪽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침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트위터상에서 그날 발행한 글이 RT 되기도 합니다. (RT는 ReTweet의 약자로 남의 글(트윗)을 다시 올린다는 뜻)

자신이 생각하기에 좋은 글인데, 자꾸 글을 비난하는 답글이 달리니 무섭다는 그분의 쪽지를 읽으면서 인터넷 게시판을 넘어 이제 SNS에서도 ‘종북좌파 빨갱이’로 인정(?)받았구나 하는 허탈감도 들었습니다. (참고로 인터넷 일부 게시판에서 ‘아이엠피터’는 ‘입진보,종북 블로거,좌파 블로거라는 이름으로 상위권(?)에 올라와 있습니다.)

요새 SNS에서는 ‘십알단’이라는 말이 많이 떠돕니다. 십알단은 ‘십자군 알바단’이라고 불립니다. 초기에는 특정 종교집단이 자신의 종교를 비난하는 글을 발행하면 한꺼번에 몰려와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지칭했습니다.

그러나 나꼼수에서 ‘십알단’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에서 조직적으로 SNS 여론을 주도하려는 사람들을 말하는 뜻으로 불립니다.

‘십알단은 어떤 일을 하고 사나?’

십알단이라 불리는 트위터 계정의 가장 큰 특징은 RT 전문이라는 점입니다. 자기 생각보다는 남의 글을 무조건 다시 올려 확산하도록 하는 스타일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확산하는 글을 보면 철저한 원칙이 있습니다.

▲자칭 타칭 십알단으로 불리는 트위터 계정의 트윗

십알단이라 불리는 트위터 계정들의 트윗 원칙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 안철수,문재인 네거티브 트윗은 반드시 무한 RT
○ 박근혜 후보 측의 주장은 무조건 진실
○ 진보와 야당 관련 글은 종북,좌파,빨갱이로 매도
○ 보수우익 논객들의 글은 반드시 무한 RT

십알단의 가장 큰 특징은 공격과 분열, 그리고 칭찬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안철수와 문재인 두 후보를 공격하고 이 둘 사이의 야권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트윗을 자주 올립니다. 또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해명이나 주장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야권 지지자들의 트윗이나 글은 ‘종북세력’,’좌파’,’입진보’,’빨갱이’로 매도하고 공격합니다.

십알단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는 특정 야권 성향의 트위터리안을 끈질기게 공격하면서 앞서 말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막말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시달림에 블락을 통해 그 계정을 차단하면, 이들은 다시 계정을 바꾸거나 사용자 ID를 변경해서 다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딴지일보와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십알단의 명단을 계속 공개하면서 이들의 공격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십알단 사람들은 자신들은 자발적 애국 보수 트위터러’이며, 자신들의 행동이 ‘자발적 행동’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요새 SNS와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박사모가 양성하는 사이버 전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모임 중 최대 단체는 ‘박사모’라는 단체입니다. 현재 7만여 명 가까운 사람들이 카페 회원으로 가입한 박사모에는 요즘 ‘사이버 전사’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박사모는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양성하고 이들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박사모가 주관하는 SNS 교육 공지사항, 출처:박사모

박근혜 후보의 지지모임인 박사모에서는 SNS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카페 회원들에게 트위터 이용하기와 팔로워 늘리기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박사모는 온라인이나 소규모로 하던 SNS 교육을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매일 24시간 사무실에 와서 컴퓨터를 사용하며 트위터 교육을 받거나 활용할 수 있다는 SNS 교육 내용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박사모가 주최하는 사이버전사 교육 모습, 출처:박사모 카페

박사모의 SNS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단시간에 팔로워를 늘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여기에 박사모 회원들의 트위터 모임, 박사모 회원들 리스트 추가, 특정 박사모 회원의 글을 ‘무한 RT’하는 방법입니다.

이들이 RT하는 글 대부분은 앞서 십알단의 트윗 내용과 비슷한 문재인,안철수 후보 공격성 글, 박근혜 후보 지지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트윗판도라’와 같은 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설문조사에 적극 참여해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부정적인 답변을 마치 많은 사람들의 여론처럼 둔갑시켜 ‘무한 RT’하기도 합니다.

▲ 박사모가 주최하는 교육을 받으면 지급하는 임명장. 출처:박사모 카페

박사모의 SNS 교육을 마치면 박사모에서는 ‘대한민국 박사모 중앙 회장 정광용’이 주는 임명장을 받습니다. 임명장에는 ‘대한민국 박사모 사이버 전사대 특별회원’이라는 명칭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처럼 박사모는 ‘사이버 전사’교육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박사모 중앙부회장 한병택의 말에 따르면 이런 교육을 전국적으로 수십 차례 진행했고, 현재 팔로워가 만 명을 넘은 박사모 회원만 벌써 200여 명이라고 합니다.

▲박사모 카페에 올라온 공지사항들, 출처:박사모

자신들이 좋아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결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조직적으로 트위터 교육을 통해 자신의 주군(?)을 보호하려는 모습이나 억지로 여론을 조작하려는 모습을 보면, 마치 친위대와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과연 이들이 자발적으로만 움직이느냐를 생각한다면 정황상 믿기 어려운 면도 많습니다.

‘ SNS를 점령하려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SNS가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SNS 선대위를 발족시킨 바 있었습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SNS를 강조하는 이유가 온라인에서 진보와 야권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여론에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SNS 전문가를 영입했는데, 이들의 활동을 보면 십알단이나, 박사모 사이버 전사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구창환 SNS 전문가 트위터 계정이 올린 트윗과, 편향적인 트윗을 올린 것을 지적하자, 자신이 새누리당 소셜지원센터장임을 밝힌 쪽지.

새누리당 SNS 전문가들이 어떤 창의적이고 새로운 SNS 문화를 선도하는 모습은 별로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문재인, 안철수 공격, 정수장학회 물타기, 박근혜 후보 칭찬 등 속칭 말하는 알바생들이 할 수 있는 트윗만 그대로 올리고, 그것을 자신의 팔로워에게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새누리당 SNS 전문가 트윗을 보면 박사모의 행동 지침 요령과 아주 흡사하다는 점을 느낍니다.

▲새누리당 소셜지원센터장의 트윗과 박사모 회원이 트위터리안에게 보낸 문자.

박사모는 ‘사이버 전사’들에게 안철수 후보에 관한 부정적인 글을 ‘무한 RT’하거나 북한 관련 글, 문재인 후보 네거티브 공격성 기사 댓글 달기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흡사하게 새누리당 소셜전문가들도 그런 비슷한 트윗을 계속해서 발행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선대위나 박사모의 사이버전사, 십알단 등의 SNS 행동은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과 흡사합니다.

▲새누리당 연찬회 모습, 출처:세계일보

새누리당 전하진 디지털 정당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전략은 단순합니다. 대선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SNS와 각종 포털 사이트들의 뉴스 기사의 댓글을 통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이들이 SNS상에서 벌이는 모습이 조직적이라는 사실을 보면서, 과연 여론을 이렇게까지 인위적으로 움직이면서 선거에 이기고 싶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인위적으로 여론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착각을 소셜전문가들이 하고 있다는 자체도 어이없어 보입니다.

조중동과 종편채널,MBC 뉴스 등 언론사들이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그들이 언론 본연의 기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어쩌면 이들에게 SNS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아니라, 주군인 박근혜 후보를 지키고, 종북좌파 빨갱이들과 싸우는 전쟁터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개인에 대해서는 결코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나이 드신 분들이 힘겹게 컴퓨터를 배워서 단순히 누군가를 공격하고 선거에 이기기 위한 도구로 취급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SNS는 빨갱이들과 죽창 대신 키보드를 가지고 싸우는 공간이 아니라, 소중한 인간들과 자유롭게 말하고 만날 수 있는 평화로운 공간이라는 사실을 이들이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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